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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대전광역시

유성 봉산동 구즉마을 도토리묵

by 구석구석 200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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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한 몸과 마음 채워주는 대전 구즉마을 도토리묵 

 

 

 

대전 구즉마을의 도토리묵과 백팔번뇌의 공통점이 있다면.
묵 한사발에 무슨 백팔 번뇌씩이나…. 거창하다. 하지만 대전 구즉마을 도토리묵을 한입 입에 넣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백팔번뇌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 번뇌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이 포함돼 있다. 대전 구즉마을의 도토리 묵이 ‘딱’ 그랬다. 백팔번뇌의 그것처럼,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쓰지도 않은 도토리 묵 본연의 맛 때문.

 

 

대전역에서 버스로 십오분여. 행여 내릴 역을 놓칠 새라 마음 졸일 필요 없는 봉산동 종점에 위치한 구즉마을 ‘들이쉬고 내쉬고’. 도토리묵으로 유명한 구즉마을은 초입부터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나무를 태우는 냄새같기도 하고 식물의 뿌리 냄새 같기도 한 이 냄새는 ‘분명 묵을 쑤는 냄새일 게다’ 지레 짐작해 본다.

 

구즉마을의 도토리묵은 지역특산물로 꽤 이름이 나 있다. 구즉마을 이 묵마을로 알려진 것은 80년대 초반. 현재 도토리묵을 팔고 있는 집들은 대부분 이 당시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93년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대전의 향토음식으로 지정돼 오늘에 이른 것.

 

작은 마을 전체가 묵집이다. 무려 15개 업소가 한 곳에 밀집해 있는 아주 특이한 마을이다. 유성구 봉산동 구즉마을 일대 농가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농가부업 생계수단으로 인근 야산에서 채취한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 마을이 됐고, 내로라하는 식도락가들은 으레 찾아가 보는 곳이 됐다. 심지어 현직 대통령까지 이 마을의 도토리묵을 ‘쳐’먹기 위해 다녀갔다는 것이 이 마을의 큰 자랑거리가 되어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묵이란 원래 시아버님도 쳐먹어야 하고, 임금님도 쳐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도토리 속에는 아콘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이 성분은 인체 내부의 중금속과 다른 여러 유해물질을 흡수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도토리묵은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입맛을 돋구어 준다. 위와 장을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강장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10월28일 과학기술처가 도토리에는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발표한 것은 도토리묵이 당뇨와 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라는 것을 뒷받힘해 준다.

구즉마을의 묵 가게의 메뉴는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묵사발로 통칭되는 구즉마을 전통 묵요리와, 보리밥 그리고 도토리묵 전 등. 물론 도토리묵에 동동주나 막걸리는 삼겹살과 소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구즉마을 도토리묵의 가장 큰 특징은 도토리묵을 새끼손가락 굵기로 썰어 국물에 말아 먹는다는 것이다. 국물이 있다 보니 그릇도 여느 도토리묵 요리와 같이 접시가 아니라 ‘사발’이다. "묵사발"이란 희안한 메뉴를 구즉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토리묵 국물에 청량고추 다진 것과 잘게 썬 김치를 넣고 고명으로 올려져 나온 들깨와 빻은 김을 슥슥 어우러지게 섞으면 구즉마을 전통 도토리묵 요리 완성. 

처음 보는 요리에 조심스레 국물 한숟가락. "이게 무슨 맛이지…?’. 모 조미료 광고 카피처럼 “그래~ 이맛이 야”라고 말할 기대를 하고 있던 기자, 난생 처음 맛보 는‘심심한(?)’ 맛이 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두숟가락, 세숟가락. 헌데 묘하다. 항상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던 혀가 마치 이유식먹는 아이 마냥 편안하고 익숙하단다. 한입, 두입 더해갈수록 처음에 밍숭맹숭 한듯 했던 묵 맛이 구수한 향이 되어 입안에 돌고, 미지근하기만 했던 묵사발 국물에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젓가락 힘조절(?)이 아니고서는 ‘뚝 뚝’끊어지는 묵을 감당해 낼 재간이 없다. 이쯤되면 도토리묵 맛도 국물맛도 익숙해졌겠다“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자”. 놀고 있는 젓가락에 할 일을 주고 싶다면 ‘도토리묵 전’도 권할만 하다. 도토리묵에 약간의 파와 야채로 만든 전은 단순하지만 정갈하다. 아니 도토리묵 요리의 상차림 전체가 무척이나 단촐하다. 물김치에 무김치와 다진 김치가 도토리 묵사발 한상의 전체니 말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밥 한술에 맛나 보이는 반찬 서너개를 입에 함께 넣고 나면 ‘그맛이 그맛’이 되어 각각의 느낄 수가 없기 일쑤다. 헌데 도토리 묵 요녀석을 그저 입안에 넣고 혀와 입 천장으로 지긋이 누르며 맛을 보자면 가루 입자 같은 묘한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

 

구즉마을에는 시간이 흐르다 말기라도 한 걸까. 아직도 묵사발 한 그릇에 삼천원, 도토리묵전 하나에 사 천원하는 가격은 ‘참 착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삼천원짜리 묵사발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삼만원어치 주유를 하고 승용차로 한달음에 대전 구즉마을가지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

                                       
구즉 도토리묵마을 15개 업소 중 ‘솔밭묵집(042-935-5686)’은 전국적으로도 크게 알려진 집이다. 마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솔밭묵집은 이 마을에서 묵 장사를 처음 시작했고, 주변이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창업주 전순자 할머니의 성격도 서글서글하다. 도토리묵·도토리전 각 3,000원. 대전 엑스포 북대전 나들목이 구즉 묵마을 입구다.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취재기자 김수진

 

 

봉상동 709-16 할머니묵집 042)935-5842

대전 묵집은 강태분 할머니의 묵 맛이 시초가 되었다. 쫀득하고 퍽퍽하지 않게 잘 삶아낸 닭백숙과 토종백숙(각 2만8000원), 탄력 있고 고소한 도토리묵과 메밀묵(각 5000원)으로 유명하다. 묵은 수분함량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가 낮으며 타닌 성분이 지방흡수를 억제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잘게 썬 김치와 청양고추, 깨 등을 넣은 묵무침(4000원)은 보리밥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 그 외에 한약재와 옻껍질을 넣고 끓인 옻닭(3만5000원), 닭볶음탕(2만8000원), 부침개(4000원) 등을 판매한다.

 

 구즉마을에서 풍성한 묵 한사발에 헛헛한 몸과 마음까지 채운 후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면 인근의 엑스 포과학공원 산책은 어떨까. 93년 엑스포 유치와 함께 개관한 엑스포과학공원은 가족과 함께라면 더 없이 좋은 코스. 국내 유일의 과학공원답게 시뮬레이션관 3D입체 영상관, 에너지관, 자연생명관, 전기에너지 관 등 각종체험장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엑스포공원 & 유성온천에 돌솥밥을 두고 돌아가긴 아쉽지

 

 

같은 유성구에 있는 구즉마을과 엑스포공원 여행이 아 쉽다면 1박2일 코스로 유성온에 들러 ‘뜨끈한’온천욕을하는 것도 빼놓기 아쉬운 테마.

쌓인 피로를 온천으로 풀고 상쾌해진 몸에 대전 6미 중 하나인 돌솥밥으로 영양보충을 하는 것은 필수다.

나물 반찬과 육중한 돌솥에 윤기 쟈르르 흐르는 밥을 먹고 있자면 “밥이 달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된다.

묵을 곳 -유성호텔 (042)822-0811, 호텔 스파피아 (042)600-6000 -

유성온천

인근에는 숙박과 온천, 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는 호텔부터 중저가숙박시설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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