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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순창 13번국도 책여산 채계산

by 구석구석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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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산(341m 전북 순창-남원) 채계산

 

새들도 위태로워서 앉기를 꺼려했다는 아슬아슬한 칼바위와 송림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이 스릴만점이다. 게다가 도도하게 흐르는 섬진강물과 바둑판같은 들녘이 한눈에 잡히는 조망이야말로 산행의 백미다. 용아장성의 축소판을 방불케 하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와 수영선수들처럼 섬진강으로 풍덩 뛰어들 기세로 곳곳에 버티고 선 두꺼비바위들이 발길을 잡는다.

이 때문에 예부터 책여산(冊如山일명 채계산 釵山)은 회문산, 강천산과 함께 순창의 3대 명산으로 불려왔으며, 낮은 산이지만 섬진강변에 위치해 있어 고산지대의 1,000m에 버금간다. 

△ 채계산출렁다리는 코로나19로 한동안 출입을 통제하다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두 산등성이를 잇는 길이 270m 출렁다리로,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지상에서 높이는 75~90m에 달한다. 중간전망대, 채계산출렁다리 위, 어드벤처전망대 등 각각 다른 시점에서 채계산출렁다리를 만끽할 수 있다. 출렁다리의 스릴 못지않게 섬진강과 적성 들녘 풍경도 압권이다. 채계산출렁다리 입장료는 없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규산질이 풍부한 화강암 때문에 동쪽 산허리가 광산개발로 잘려나가 흉물스런 몰골을 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 팔공산에서 남쪽으로 갈래를 친 뒤 문덕봉 못미처에서 서쪽으로 뻗어나와 섬진강 앞에 멈춰 섰는데, 이곳에서는 섬진강을 적성강으로 부른다.

채계산 출렁다리

 옛날에는 중국 상선들이 복흥 도자기, 적성의 옥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적성강에서 많이 잡히는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해서 전국 각지의 미식가들이 몰려와서 화탄 매운탕집은 아예 예약도 받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이 산처럼 전설과 이름이 많은 산도 없을 게다. 향토문화 연구에 관심이 많은 최운권 적성면장은 적성강변의 임동 매미터에서 보면 책여산이 월하미인(月下美人), 즉 비녀를 꼽은 아름다운 여인이 누어서 달을 보고 창을 읊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많이 나왔고, 적성강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나 1:25,000 지형도에 나와 있는 화산(華山)은 이 산의 들머리인 산기슭에 백발노인이 우뚝 서 있는 30m의 화산옹바위 전설 때문이라 했다. 유등면 체육공원에서 보면 서우유천(犀牛遊川), 즉 물소가 강가에서 한가로이 노는 모습의 형상이고, 화산(花山)은 이 산의 기묘한 바위들을 꽃으로 비유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지역 주민(정남조, 정천섭, 김금석씨 등)들은 괴정리와 평남리에서 바라보면 암벽 층이 마치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이라서 옛날부터 책여산(冊如山)이라 했고, 지도상의 화산(송대봉·341m)은 순창 책여산, 북쪽의 361m봉은 남원 책여산으로 불렀다고 했다.

송대봉은 날아가는 새들도 위태로워서 앉기를 꺼려했는데,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무술을 익히며 장수군 산서면의 마치대에서 화를 쏜 뒤 화살보다 일찍 도착했으나, 늦게 도착한 줄 알고 말의 목을 쳤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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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위 322m봉에 있는 금돼지굴은 적성원님으로 부임만하면 부인이 실종되자 궁리 끝에 한 원님이 부인의 허리에 명주실을 달아놓고 부인을 끌고 가는 금돼지를 쫓아가서 죽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황굴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곳으로,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찰이 있었으나 폐허가 됐다고 한다.

이번 개척산행은 최운권 적성면장의 고증을 듣고, 전주 재우산우회 양석권 회장, 박영근 등반대장, 차기옥, 김종환, 장혜경, 김시원, 적성면민 정천섭, 김금석씨와 함께 했다. 이 산을 두 번이나 답사한 재회산우회와 차기옥씨 등의 열정 때문에 무척 편했다. 독집 삼거리에서 적성 방면으로 2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무량사 표지석에서 하차해서 남쪽의 시멘트도로를 오르면 책여산(채계산) 안내도가 반겨준다.

 

동쪽 산기슭에 백발노인처럼 30m 높이의 화산옹바위가 우뚝 서 있는데, 장군바위, 미륵바위, 메뚜기바위로도 불린다. 풍년이 들면 바위 색깔이 희고 아름답지만, 흉년이 들면 검은색으로, 적성현에 큰 재앙이 있으면 파란 색을 띠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껏 이 바위의 색깔이 변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났다.

사람들이 화산옹 앞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리거나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화를 당했다. 그런데 김삼용이란 사람이 이를 어기고 지나다가 말이 죽자 칼로 화산옹의 오른쪽 어깨를 쳐서 적성강에 빠트린 뒤부터 화산옹의 영험은 없어지고 천재지변이 계속되어 고려 말에 적성현이 폐현됐다고 한다.

화산옹바위에서 동쪽으로 오르면 당재~송대봉의 지름길이다. 산행의 묘미를 느끼고자 남쪽은 무량사 앞마당을 지나 322m봉(금돼지굴)~당재~송대봉을 거치는 코스를 택했다. 남쪽 시멘트 길을 따라가면 조립식 건물인 무량사를 만난다. 양해를 구한 뒤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사찰 앞마당을 거쳐 동쪽 소나무숲과 묘소를 지나면 너덜지대를 오르게 된다. 급경사 능선에 마귀할멈바위가 눈길을 잡는다.

 

서쪽 322m봉 암봉에 올라서면 굽이쳐 흐르는 적성강과 추수를 끝낸 들녘과 용골산과 원통산이 한눈에 잡힌다. 그 암벽에 금돼지굴이 3개 있는데, 몹시 위험해서 표지판도 세우지 않았다. 이곳부터 남원시 대강면과 순창군 적성면 경계에서 적성면으로 바뀌게 된다. 곱게 물든 고사리식물, 송림과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을 오르면 삼거리를 만난다. 남쪽은 남원시 대강면 입암, 순창군 유등면 무수리, 적성면 신월리에서 오르는 능선인데, 송이버섯 때문에 가을이면 통행을 금지한다.

300m봉에서는 송림과 암릉을 밧줄에 의지해서 330m봉에 올라야한다. 산정에는 하양하씨 묘소가 있고, 조망이 탁 트여서 좋다. 북동으로 교룡산, 동으로 문덕봉~삿갓봉~고리봉 능선, 북으로 용골산, 북동으로 송대봉과 산불감시초소, 그 너머로 삼각추 모습의 남원 책여산이 한눈에 잡힌다.

남원 책여산은 1937년 일제의 행정구역개편 전에는 남원군이었고, 지금은 순창군 적성면이다. 암릉과 송림이 어우러진 곳에 밧줄이 매어 있고 고스락을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는데, 남쪽은 산허리를 돌아 신월리로 간다.

북쪽으로 가면 당재 사거리에 닿는다(무량사에서 1시간 거리). 체육시설과 벤치가 있고, 이정표가 동쪽 대강면 입암리, 남쪽 금돼지굴, 서쪽 화산옹바위, 북쪽 송대봉을 알려준다. 서쪽 임도를 따라가면 황굴이 있다. 북쪽 송대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쉼터를 만나고 나무계단을 오르면 송대봉이다. 정상에는 밤나무 한 그루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좋고, 북동쪽으로 암릉지대가 용트림한다(무량사에서 1시간15분 거리).

산죽군락을 내려가면 절터 흔적이 보이고, 좌측의 거대한 바위 서편에 있는 바위굴을 차기옥씨가 발견했다. 예전에 바위굴 속에 초막을 짓고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잠시 후면 서쪽 황굴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면 차돌 칼바위가 매우 위험하게 서있다. 330m봉에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산정에 큰 집채 같은 바위가 덩그렇게 놓여 있다. 그 바위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고 시야가 탁 트여서 기분이 상쾌하다.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가는 기러기들도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가을정취와 조망을 즐기며 40분 동안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노라니 나라님이 부럽지 않다.

다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칼바위 능선이 스릴만점이고, 섬진강과 추수를 끝낸 바둑판같은 들녘이 마치 우리나라 지도 형상으로 다가온다. 칼바위 능선이 끝나면 이젠 솔가루가 금가루를 뿌려 놓은 송림의 실크로드가 산꾼을  맞이한다. 이번에는 규석 채취로 동쪽 산허리를 절개시키고 복원하지 않은 능선이 몹시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아우성이다.

여기서 등산로는 서쪽으로 뚝 떨어지다가 밤나무숲 너덜길을 내려서 독집 삼거리의 남원-적성(순창)을 잇는 24번 국도와 적성-동계(오수)을 잇는 21번 국도에 닿는다. 예전부터 이곳에는 돌로 지은 집이 있어 독집 삼거리라고 한다(무량사에서 2시간10분 거리). 양쪽 산이 깎아지른 절벽이자 좁은 목이다.

동쪽(남원 방면)의 24번 국도를 걸으면 마계 마을 표지판과 순창 10km를 알리는 작은 표지판을 지나면 편백나무숲에 송이채취 통제구역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그곳으로 오르면 절개지 위에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남원-순창을 잇는 좁은 목의 독집 삼거리가 보인다. 이곳부터는 송이채취 때문에 소나무와 바위 사이로 발자국이 많아 헛갈리므로 좌측 바위능선으로 올라야한다.

능선에 힘들게 올라서면 자동차 소리, 바람 소리, 벼 수확하는 콤바인 소리, 경운기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곧이어 4마리의 두꺼비가 수영선수처럼 출발선에 서서 섬진강으로 뛰어들 기세이고, 우측엔 대장 두꺼비가 출발 신호를 보내려는 형상의 바위를 만난다.

노란 솔가루가 뿌려진 송림의 실크로드를 지나면 송이채취 시 버리고 간 페트병과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안타깝다. 곧이어 만나는 3형제 두꺼비와 개구리바위 형상은 웃음을 자아낸다. 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암릉의 남원 책여산(361m)에 닿으면 풍성하고 넉넉한 적성 들녘에서 가을이 무르익는다. 일행들이 두꺼비바위가 많으니 두꺼비봉으로 부르면 좋겠다며 증명사진을 찍어 달라고 아우성이다(독집 삼거리에서 1시간 거리). 

소나무 단풍이 곱게 물든 암릉을 걷노라면 선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두꺼비 형상이 많은 송림과 암릉이 이어지노라면 바위절벽이 발길을 막아선다. 이곳부터 동계면 서호리다. 암벽을 우회해서 내려가면 묘소와 밤나무 농장이고, 북쪽의 시멘트 길을 내려가면 승합차가 우리를 반겨준다.

대형 버스는 구 송정2교를 지나 서호리 13번 국도변에 주차해야 한다(독집 삼거리에서 2시간10분 거리). 하산 후 평남리 방면 도로변에서 남원 책여산을 바라보니 마치 돌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이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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