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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정선 동면-312번지방도-백전리물레방아

by 구석구석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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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리 물레방아 

 

물레방아는 지극히 서민적이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민초들이 일년 농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참새 드나들듯 찾았고, 선남선녀가 은밀한 만남을 갖기 위한 데이트 장소로도 애용됐던 현장이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방앗간이었다.

이런 물레방아는 산업화에 밀려 하나 둘 사라졌고, 이젠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강원도 정선군 동면 백전리에 10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선은 강원도에서도 워낙 오지여서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백전리는 정선에서도…. 몇 개의 산을 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첩첩산중에 자리한 이곳에 길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사람이 찾아들었다. 오죽 먹고 살 길이 막막했으면 하루에 해를 보는 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는 이런 곳까지 흘러들었을까. 행복을 꿈꾸기는 커녕 야속한 운명에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실제 자동차를 이용하더라도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않다. 최근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이정표가 아니었다면 몇 시간을 깊은 산중을 하릴없이 헤맬 수밖에 없을 만큼 복잡했다.

 

백전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백전리는 잣나무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개울을 따라 야트막한 구릉을 찾아든 사람들은 잣나무 숲을 밭으로 바꾸면서 경작지를 조금씩 늘려갔다.

다행히 개울을 흐르는 물은 일년 내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상류에 용소라 불리는 작은 구멍에서 쉼없이 물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물 걱정은 없어졌다. 땅은 척박했지만 흘린 땀 만큼 되돌려줘 포기했던 희망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살림집도 수십 가구로 늘고, 수확량도 많아졌다. 물레방아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60여 가구에 이르는 마을이 형성되면서 학교도 생겼다. 물레방아 바로 아래 백전초등학교 용소분교가 있었다.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 3월 1일자로 폐교가 됐기에 과거형이 되고 말았다. 1970년 3월 1일 첫 학생을 받은 이후 지난해까지 22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창 때는 모두 6개의 물레방아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오랜 세월 방치된 끝에 모두 사라지고, 이젠 달랑 한 개만 남았다. 물레방아 주변에 가옥도 채 열 개가 되지 않는다.

백전리물레방아는 용소분교에서 약 300m 뒤 길 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떨어지는 물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동채방아로 1900년 경에 설치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물레방아이다. 10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쉼없이 움직이는 물레방아는 과연 몇 바퀴나 돌았을까.

 

직경 2.5m, 폭 67㎝의 물레방아는 두 개의 방아틀(눌림대)을 갖고 있다. 방아틀은 방앗간 내부 두 개의 방앗공이가 번갈아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물레방아 양쪽에 설치됐다. 방앗간은 앞면 2칸·옆면 1칸의 규모이다. 벽은 나무판자로 되어있고, 지붕은 대마의 속대공을 엮어 씌웠다.

얼핏 여느 물레방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납작한 돌 수백개를 쌓아 축대가 예사롭지 않다. 축대는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끌어오는 수로를 품었고, 그 옆에 물레를 걸었다. 넘치는 물을 빼기 위해 옆으로 물길도 냈다. 돌 틈 사이나 수로·물레에 끼어있는 두터운 이끼는 물레의 나이를 말해준다.

 


또 하나는 물레의 축을 이루는 부분이다. 나뭇가지처럼 수로에서 물레의 양쪽 축을 향해 작대기가 이어지는데, 거기에는 작은 홈이 패여 있다. 그 홈을 따라 졸졸 흐르는 물은 물레 축으로 떨어진다. 이 물은 축이 열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윤활유인 셈이다. 덕분에 100년이 넘는 동안 물레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조상들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백전리물레방아는 이 마을 뿐 아니라 인근 삼척시 하장면 사람들까지 사용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현대식 방앗간의 등장으로 용도가 줄었고, 20여년 전부터는 방앗공이를 빼놓은 채 물레만 돌리고 있다.

 


▲숙박 & 먹을 거리

10㎞ 떨어진 곳에 하이원리조트(www.high1.co.kr)가 있다. 마운틴콘도·밸리콘도 등 콘도와 카지노를 품고 있는 강원랜드호텔, 하이원CC 안에 있는 하이원호텔 등 시설이 다양하다. 겨울에는 스키어들로 붐비지만 이맘때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1588-7789.


▲가는 길

영월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이용하면 빠르게 닿을 수 있다. 사북읍 연세병원 삼거리에서 좌회전, 412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약 10㎞쯤 가면 백전리물레방아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어 물레방아가든에서 우회전, 계곡을 따라 약 3.5㎞ 더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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