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면에서 밀양댐 가는 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낙동강의 지류 격인 내포천 이쪽저쪽 골짜기가 온통 매화천지다. 대부분 하얀 꽃이고, 군데군데 선홍색 물감이 퍼진 듯한 홍매화도 눈에 띈다.
원동면에서 10km 정도 달리자 길 왼쪽에 영포마을 표석이 서 있다. 원동 매화마을은 영포마을을 가리킨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포천 작은 다리를 건너 비탈진 산기슭의 매화밭으로 마치 꿈꾸듯 천천히 걸었다.
매화꽃/김동욱
원동 영포마을
현수막을 내걸고 차일을 치고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팔면서 매화꽃 축제 소식을 알리고 있다. 마을회관 위에는 만국기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많은 사람들이 영포마을 매화꽃구경을 하고 있다. 원동 영포마을 제3회 매화꽃축제는 다가오는 22일(토)에 영포마을 매실 작목반의 주최로 개최한다고 한다.
영포마을매화/이명화
영포마을에는 거의 산 전체가 매화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온 산을 매화꽃으로 불을 지펴놓고 있다. 원동은 그야말로 매화마을이다. 원동마을은 저 끝에서 이 끝까지 매화꽃 향기로 사람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원동마을은 신라와 가락국의 경계에 위치하여 육로와 수로를 감시하는 원(院)이 있어 원과 마을 동(洞)이 합쳐 불려진 이름이라고 한다. 원동마을의 매화꽃은 일제시대 때부터 심어졌으니 70년 전부터 이곳 매화꽃은 피고지고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동 영포마을
원동마을 전체는 매화꽃 향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 매화꽃이 온 산과 들을 뒤덮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기필코 서고 만다. 매화꽃 향기와 그 자태에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홀린 듯 내려서 매화꽃 속에서 취해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게 만든다.
낙동강과 마주하고 있는 경부선 원동역의 순매원/이명화
원동 순매원은 7년간 박미정씨가 운영하고 있으며 3월초 개화시기에 맞추어 매화꽃 축제를 개최한다. 낙동강을 배경으로 순매원과 그 주변 일대는 온통 매화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낙동강 물과 매화꽃을 배경으로 달려가는 기차는 매화꽃 향기를 가득 싣고 가고 있다.
원동마을/이동욱
순매원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무료 시음회와 더불어 식사를 제공하는데 식사하기위해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매화꽃 아래서는 기다림도 즐겁다. 조금한적할때 방문하게 되면 식사하고 가라고 붙잡기도 하니 인심이 후한곳이다.
눈을 들어 보는 곳마다 지천에 매화꽃으로 가득하다. 원동은 마을전체가 매화꽃으로 뒤덮고 있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눈을 들어 매화꽃으로 뒤덮고 있는 온 산과 들을 보느라 넋을 잃을 정도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마음을 빼앗는 매화꽃은 그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로 봄을 알리고 있다. ⓒ 2008 OhmyNews 이명화
찾아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양산 나들목을 나가 양산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원동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진행, 물금을 지나 꼬불꼬불 고갯길을 넘으면 원동면이다. 영포마을은 원동면 소재지에서 배내고개 가는 길을 따라 10km 정도 가면 된다.
양산 매봉산(754.9m)은 아는 산꾼들만 찾아가는 숨은 매력으로 그득한 산이다. 인근 영축지맥이나 영남알프스의 산과 연결한다면 진득한 산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흙 맛 제대로 나는 육산이지만 산행 초입의 바위 봉우리는 근사한 전망을 선사한다. 적은 노력으로 쏠쏠한 산타는 재미를 맛보는 곳. 그곳이 매봉산이다.
그동안 매봉산은 산 자체보다 산줄기 사이에 있는 도둑골이 더 유명했다. 도둑골 일대는 여름 계곡산행 때 산꾼들로 절정을 이룬다.
기점은 원동면 영포마을의 '아름빌가든'으로 잡았다. 가든 왼쪽으로 흐르는 도둑골 하천을 건너 매봉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졸졸졸, 촬촬촬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정겹다. 힘이 난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9분 정도 가면 묘가 나온다. 이번 산행은 초입~작은매봉산과 제1전망대~매봉산 정상은 비탈길의 연속이다. 특히 초입부터 작은매봉산까지 구간은 된비알이다. 25분 정도 된비알과 씨름했다. 사람의 발 때가 덜 묻은 검은 흙길이 푹푹하게 느껴졌다.
428봉에 올라서고야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나무숲에 가려졌던 주변 산세가 비로소 눈에 보인다. 맞바람이 줏대 없이 불고 있었다. 428봉을 벗어나 삼각점을 지나 작은매봉산에 올랐다. 428봉보다 표고가 30m쯤 더 높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아영재(안부)가 끝나자 제1전망대 비탈로 접어들었다. 안부 끝에서 전망대까지는 13분 가량.
사실 매봉산은 다른 산에 비해 정상의 조망미가 덜한 편이다. 하여 산을 오르다 만나는 전망 좋은 봉우리 네 곳에서 욕심을 내서 구경해야 한다.
▲ 멀리보이는 토곡산 영남 남쪽 알프스의 막내다. 한데 산세는 못되먹어 악산으로 분류된다.
제1전망대에 서면 가장 먼저 토곡산(855m) 능선이 눈에 밟힌다. 이 산은 능선과 능선 사이 비탈이 장난이 아니다. 해서 부산 근교의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산세는 악산일지언정 멀리서 바라보는 마루금은 매끄럽고 아련했다. 제1전망대 암봉에 소코뚜레 모양의 소나무가 신기하게 자라고 있다.
제1전망대에서 10분 걸려 제2전망대로 올랐다. 이번에는 오른쪽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봤다. 선해사, 백림사가 발아래에 있다. 멀리 영축지맥의 명산인 금오산~천태산 줄기가 사이좋게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금오산 정상 바로 밑에 약수암이 바짝 달라붙어 있다.
제3, 제4전망대에서 도둑골을 내려다봤다. 이름은 험상궂지만 사실 도둑과는 상관없는 계곡이다. 예전에 마을 선비들이 물 좋고 경치 좋은 이 계곡에서 공부하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때 '배워서 도를 얻는다'는 뜻으로 '도득(道得)골'로 불렀다. 세월이 지나서 '도득골'로 발음하기가 여의치 않자 도둑골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둑골로 굳어져 주변 음식점 간판은 죄다 '도둑골'로 적고 있다.
제4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금오산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헬기장을 곧바로 만난다. 헬기장 왼쪽 귀퉁이로 지나면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나온다. 바스러진 낙엽을 밟는 소리가 한가한 산의 정적을 깬다. 757봉을 우회해 15분 정도 더 가면 매봉산 정상이다.
정상은 한 예닐곱 평으로 좁은 편이다. 진달래가 거의 360도를 병풍처럼 둘러쳤다. 산 아래 만큼 꽃이 피지는 않았다. 웬만한 산에 있는 정상 표석 대신 '영축지맥 매봉'이라고 쓴 푯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바닥에는 낡은 '삼각점'이 있는데 '이 표석을 파괴하는 자는 의법 처단함'이라고 경고했다.
정상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도둑골로 내려가는 능선이다. 산행팀은 오른쪽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길을 열었다. 정상에서 25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또다시 등장한다. 왼쪽으로 가면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로 간다. 탈출로인 셈이다. 오른쪽으로 더 걸어가 헬기장을 통과한다.
▲ 날머리 조금 못 가서 도둑골 하천을 따라 걸어내려왔다. 겨울 가뭄에 개울이 말랐다.
8분 정도 지나 낙엽 쌓인 안부 삼거리를 만난다. 헷갈릴 만한 갈림길이다. 왼쪽은 고례리, 직진은 배내골 방면이다. 우측으로 직각으로 꺾는다. 800m쯤 가면 454봉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산꾼들이 '청솔옥봉'이라 부르는 능선을 탄다. 푸른 소나무 사이를 걷는다. 건너편 도둑골의 소나무들이 빗질한 듯 능선을 따라 서 있다. 길은 비탈이 비교적 완만하다. 간간이 내리막이 나온다. 1.4㎞(30분 소요)쯤 내려오자 영포리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굳이 기점까지 원점회귀를 원하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탈출해 영포리 방면으로 나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10분 정도 지나자 도둑골 계곡이 나온다. 언 물이 냇가를 가득 채우며 흐른다. 들여다보니 고둥과 산천어가 제법 있다. 계곡 응달에는 버들강아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물길 가장자리를 따라 20분 정도 걸었다. 산행 초입에서 만난 갈림길을 지나 아름빌 가든에 도착했다. 산행 거리 10㎞,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쯤 걸렸다.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부산일보 전대식 기자
아름빌 가든(055-383-5566)은 직접 담근 장아찌가 일품이다. 엄나무, 곤달비, 산초, 매실, 뽕잎 등 철마다 장아찌 재료가 바뀐다. 산채비빔밥(6천원)을 먹을 때도 장아찌가 찬으로 나온다. 아름빌 가든의 주 메뉴는 촌닭 요리(4만~4만5천원)인데 서너 명이 먹기에 딱 맞다. 간단한 요깃거리로 도토리묵(1만원)도 권한다. 도둑골 하천에서 잡은 메기매운탕(2만5천원)도 이 집이 내세우는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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