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시내 한복판 큰 도로에서 주택가를 따라 쭉 올라가면 향동사무소 앞에 오래 묵은 나무 한 그루와 임청정원(臨淸庭園)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왜 공원이라고 하지 않고 정원이라고 했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최근에 지었는지 시멘트 기둥으로 된 임청정(臨淸亭)이 천변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공원이려니 했는데 기와로 된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보호각 안에 반듯하게 서 있는 오래된 비석을 보았다. 임청대(臨淸臺)라는 큰 글씨를 새겨 놓았다. 안내판을 스치듯 보면서 익숙한 이름들이 지나간다. 김굉필과 퇴계 이황. 성리학의 대가인 두 분과 관련된 유물이 도심 주택가 사이에 있다는 놀라움으로 다가 온다.
임청대, 지방유형문화재 제77호, 높이 1.35m, 폭 70cm로 커다란 글씨는 퇴계 이황이 썼다.
임청대(臨淸臺)는 연산군(1494~1506)때 무오사화로 김굉필과 조위 두 사람이 이곳 순천에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하던 중, 천변에서 소일 하면서 취석(聚石)으로 대를 만들어 조위가 '임청대'라 이름을 짓고 글씨는 퇴계 이황이 친필로 썼다. 그러던 것을 갑자사화 때 김굉필이 사사되자 60년이 지난 뒤 당시 순천부사인 이정(李禎)이 세웠다고 한다.
임청대란 "항상 마음을 깨끗이 가지라"는 뜻으로 귀양살이에서 그 무서운 고통을 받을망정 스스로 자위하며 생활했던 옛 선현들의 일변을 엿볼 수 있는 사적 자료로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성리학의 대가 김굉필을 기리는 옥천서원
바로 옆에 옥천서원이 있다. 서원은 문을 굳게 닫은 채 예기치 않은 불청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문 위에 걸린 경현문이라는 현판이 왜 왔냐는 듯 내려보고 있다. 옥천서원(玉川書院)은 연산군 4년(1498) 무오사화때 김종직 일파로 연루된 한훤당(寒暄堂) 김굉필이 평안도 희천에 유배되었다가 순천에 이배(移配)되어 죽자, 그 학덕을 기려 명종 19년(1564) 부사 이정(李楨)이 처음 창건하여 경현당이라 하였다.
도심에 있는 서원이라 규모는 크지 않다/전용호
명종 20년(1565) 김굉필의 신위를 모실 사당을 지으면서 옥천정사(玉川精舍)라 하다가 선조 1년(1568) 순천부사 김계의 상소에 의하여 전라도에서는 처음으로 옥천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위풍당당함을 자랑하는 순천향교
바로 옆으로 조금만 가면 순천향교가 나온다. 향교길이라는 골목을 따라 들어갔다. 그래도 순천에 중요 건물이었을 것인데 큰 도로변에 있지 않고 사람들이 부대끼는 주택가 안에 자리하고 있다.
순천향교(順天鄕校)는 태종 7년(1407) 순천성동7리에 창건하였으나 명종5년(1550) 성동5리에 이건하고 그 후 인조 2년 3차에 걸쳐 이건하였으나 최후 순조1년에 현 위치에 이건
커다란 태극을 품고 붉은 칠을 한 대문은 서원에서 느꼈던 기분과는 달리 위압감과 더불어 엄숙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위풍당당함을 한껏 과시라도 하는 듯 외삼문(外三門) 중 오른쪽 문을 반쪽만 열어두고서는 향교를 개방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명륜당의 전후면/전영호
문을 밀고 들어서면 커다란 건물이 눈을 꽉 채우면서 막아선다. 학생들의 강학장소인 명륜당(明倫堂)이다. 붉은색 기둥과 푸른 문살의 대비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명륜당 앞에는 큰 마당과 함께 좌우에 건물이 있다. 동재와 서재다. 마당을 지나 다시 문(내삼문)을 밀고 들어서니 공자를 봉안하는 대성전(大成殿)이 웅장하게 서있다. 마찬가지로 마당과 좌우에 건물을 위시하고 있다.
대성전
순천향교의 구조는 커다란 네모 두 개를 연이어 부쳐 놓은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방식을 따랐으며, 그 옆으로 부속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부속건물 중에 풍화루(風化樓)라는 아름다운 정자가 있다. 담장 높이만큼 정자를 세워 담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풍류를 즐겼음직한 운치 있는 정자다. 현판글씨는 이름만큼이나 바람소리가 나는 듯하다.
향교와 서원은 교육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공교육과 사교육으로서 서로 보완관계에 있으면서도 서원이 흥하면 향교가 쇠락하고, 사교육이 강화되니 많은 병폐가 발생하였다. 결국 서원철폐라는 철퇴를 맞기에 이르렀다.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서원과 향교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쉽게 찾아지지 않는 곳. 이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서원과 향교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2008 OhmyNews 전용호
찾아가는 길 순천의료원을 지나 큰도로에서 남문다리 못미쳐서 옥천을 따라 10분정도 걸어 올라가면 옥천서원이 있다. 옥천서원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향교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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