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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논산 643번지방도-관촉사 반야산

by 구석구석 2008.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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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4월은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이다. 자그마한 바람에도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을 따라 봄을 즐기려는 이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뭉클해진다. 벚꽃은 봄에 피는 꽃 중에서도 개화기가 가장 짧다. 수많은 꽃봉오리가 거의 동시에 피고지기에 때 맑은 하늘 아래라도 바람만 불면 꽃잎은 눈처럼 휘날려 내려 앉는다. 쏟아져 내리는 꽃눈을 맞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오기에 '화우(花雨)'라고도 표현한다. 

 

오늘날 벚꽃놀이의 대상은 대부분 왕 벚꽃인데, 일본의 국화라고 해서 일부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왕 벚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진짜 우리 꽃이다. 일본에는 왕 벚나무의 자생지가 전혀 없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해남 두륜산 등지에서는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봄을 가장 확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주는 벚꽃은 매화와 달리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 피고 향기가 없어서 귀빈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나는 모습은 봄날 들 떠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껏 부추겨준다.

 

매화가 ‘군자의 꽃’이라 하여 양반들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한다면 벚꽃은 맑은 햇살에 한꺼번에 소박하게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서민대중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봄기운이 절정을 이루는 달 4월에 일시에 피어나는 벚꽃은 예전에는 4월 중순쯤이면 전국을 하얀 꽃구름을 뒤덮었지만 현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그 시기가 일주일쯤 앞당겨졌다. 전국의 산하는 지금쯤 물이 오른 연둣빛 새싹들 사이로 하얀 벚꽃이 일렁이고 있다. 그 중에 한 곳으로 논산 관촉사도 빠질 수 없다.

 

논산에서 관촉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643번 지방도로 10리 길은 매년 봄이면 벚꽃터널 길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논산 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곳 반야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관촉사에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은진미륵'으로 불리는 거대한 불상이 서 있다.

 

관촉사는 고려 광종 19년(968) 혜명이 창건한 사찰로, 절 내로 들어서려면 석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이 석문은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문으로 일명 ‘해탈문’이라고도 부른다. 문은 네모난 돌기둥을 양쪽에 세운 후, 양 기둥 뒤쪽으로 길쭉한 돌을 5개씩 쌓아 옆면을 이루게 하였고, 기둥 위로는 네모지고 넓적한 돌을 얹어 놓아 전체적으로 4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관촉사가 건립된 후 참배객이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동·서·남·북 4곳에 이러한 문을 두었는데, 그중 동쪽에 세운 이 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석문을 세운 시기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관촉사가 건립되었던 고려시대로 짐작된다.

 

경내에 서있는 석조관음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인 은진미륵은 고려 광종 19년(968)에 혜명대사가 착공하여 37년만인 목종 9년(1006)에야 비로서 완공된 것으로 높이 18.12m, 둘레 9.9m, 귀의 길이 3.3m, 관 높이만도 3.94m에 달하는 국내 최대 석불이다.

 

이 석불의 얼굴은 네모이며, 이마는 좁고 볼은 넓다. 이목구비가 지나치게 크고 선명하며, 눈은 거의 귓가까지 찢어졌다. 길다란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있고 꽉 다문 입은 얼굴을 전체적으로 굳게 만든다.  전체 18미터의 거대한 키에, 몸뚱이는 거대한 돌을 원통형으로 슬쩍 깎아 만든 괴석이라서 사람의 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머리에는 관을 썼고, 손에는 연꽃 가지를 쥐고 있다. 비사실적이며, 도식화되고 토속화한 고려 불상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미륵불은 56억7천만년이 지난 뒤에 그때까지도 못다 구제된 중생들을 위해 나타난다는 미래불로 대개 산이나 들 등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이 거대한 불상은 땅 속에서 돌이 솟아오른 인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관세음보살의 조력에 의해 세워졌다는 전설도 있다.

한편 이 지역은 백제 미륵 신앙의 도량인 익산 미륵사터와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서 옛 백제의 미륵 신앙의 전통이 부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시기 충남, 전북 지역에서는 기둥같이 큰 몸체에 관을 쓴 미륵보살의 조성이 유행되어 고려시대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옛 백제지역의 백제적 문화가 토착화되어 잔존해 있다가 사회적 기운을 타고 다시 부흥한 것으로 보인다.

 

  경내에는 우리나라에서는 2번째로 크다는 관촉사 석등(보물 제 232호)이 있다. 이 석등은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이 중심이 되어, 아래에는 3단의 받침돌을 쌓고, 위로는 지붕돌과 머리장식을 얹었다. 이밖에도 사리탑·연화배례석(충남유형문화재 제53호)·사적비·관음전·삼성각·사명각·해탈문·현충각·기미독립운동기념비 등이 있으며, 절 입구에는 1914년에 만든 반야교라는 현대식 구름다리도 있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로 서대전 분기점에서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잠시 탄 다음 서대전 IC를 빠져나가 4번 국도를 타고 논산 방향으로 계속 가면 논산 시내 진입 직전, 아호교라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삼거리가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좌회전, 공설운동장 및 시청 방향으로 약 1.5km를 가면 다시 643번 지방도와 만나는 사거리가 나오고 그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 2km 만 가면 관촉사가 나온다.

/ 한지호(자동차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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