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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31번국도 지동리 두마마을 보현산천문대 선류산장

by 구석구석 200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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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마저 숨죽인하늘 아래 첫 동네 두마마을

 

보현산과 베틀봉이 맞닿은 해발 600m의 고원분지. 하얗게 얼어붙은 폭포를 지나 한참을 더 오르니 오가피 향이 가득한 마을이 나타난다. 두마는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 만큼 하늘이 가깝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별칭도 예사롭지 않다.

 

항만 공업도시 포항의 '쇳물' 이미지는 경계지점인 한티고개를 넘어서면서 완전히 사라진다. 전형적인 농촌. 아니 포장도로마저 없다면 '깡촌'으로 불려도 좋을 풍경들이 차창을 맴돈다. 그러나 두마 마을은 여기서도 자동차로 20여분의 달음박질. 한때 200여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91가구 203명이 전부란다. 그나마도 산골마을치고는 많은 편이라는 것이 죽장면사무소 측의 답변. 그러나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사람 흔적은 숫자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호젓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산중의 어둠은 오후 5시를 지나면서 순식간에 찾아온다. 1천m 안팎의 베틀봉과 보현산도 지는 해를 재촉한다. 빛바랜 마을 표지석 뒤로 당산나무가 빈 가지를 뻗어 한 웅큼의 별을 따오고 곧이어 교회첨탑이 파리한 손짓으로 북극성을 가리킨다.


별은 그야말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옳다. 별 천지가 따로 없다. 달빛마저 숨을 죽여 두마의 밤은 더욱 아름답다. 온갖 전설과 신화를 품은 별자리가 여기 저기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사랑과 우정,배신과 암투…. 하늘이 인간을 닮아가나. 인간이 하늘을 닮아가나.

두마에서 숙소를 찾기는 어렵다. 방문객이 거의 없어 민박을 일부러 놓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을에서 꼭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며 사정하면 굳이 내칠 인정은 아니라는 것이 마을 사람들은 전언.

산중턱에 교회가 있고 산 아래에 절이 있는 것도 두마의 독특함이다. 교회는 석달전 부산에서 반채원 담임 전도사가 새로 부임했다.

 

마을을 그대로 지나 오솔길을 따라가면 보현산 천문대에 이른다. 천문대까지 자동차로 대략 30여분. 길이 좁고 험해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두마의 별밤을 즐기려면 낮 시간에 미리 서둘러 천문대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해발 1천162m의 보현산 동봉 정상에 세워진 천문대는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천문연구원의 지역 천문대. 태양을 관측하는 태양 플레어 망원경과 1.8m 광학 망원경 등이 갖춰져 있다. 원래 연구 목적으로 지어진 천문대라 일반인 견학은 제한된다. 그러나 4~10월중 첫 토요일은 일부 시설을 공개하며 관측도 허용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인의 경우 전시관만 둘러볼 수 있다.


전시관은 월요일은 휴무이며 천문대에서 관측한 각종 별과 태양,달,행성 등에 대한 자료와 사진이 상설 전시된다.

 

보현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선류산장(054-262-2263) 도 겨울 별자리 여행의 묘미를 돋운다. 천문대 방향보다 죽장면 쪽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이 좋다. 죽장면으로 들어오는 길이라면 한티고개를 막 넘은 지점의 지동 삼거리에서 왼쪽의 영천 방향으로 꺾어들어간다.

 

삼거리에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산장 표지판과 함께 오른쪽 산길이 나타나고 여기서 10여분 더 오르면 산중턱에서 산장을 찾을 수 있다. 산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서각과 자연에 끌려 눌러앉은 김인구(41)·장양숙(38) 부부의 삶터이자 작업공간.

 

엉성하게 얽어놓은 지붕과 마당이 얼핏 볼품없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깜짝 깜짝 놀란다. 왕골과 나무껍질,황토 등 순수한 자연재료로 치장된 내벽과 천장, 그리고 깔끔한 마룻바닥에 따뜻한 난롯불 등이 겨울 산장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한다.

 

새끼줄로 동여맨 난간과 구석구석 층층이 쌓인 장작들,돌계단과 삐걱대는 문짝도 흥미롭다.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일부러 멋을 낸 것이 아니라 부부가 지난 10년 동안 직접 재료를 모아 장식하고 빚어낸 것이라고 한다.

하룻밤 방값은 3만원.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으나 해먹을 생각이면 취사도구는 직접 가져가는 것이 좋다.

[자료 - 부산일보 백현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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