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사람들은 영취산 진달래밭을 한국 최대의 진달래군락지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면적을 재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영취산 진달래 군락은 넓다. 이 영취산 진달래밭은 공해가 빚어낸 역설의 화원이다. 산 북사면 해안가를 널찍하게 둘러싸고 있는 여수공단에서 품어져 나오는 공해로 인해 대다수 수종은 고사하고 대신 공해에 강한 진달래가 무성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영취산 진달래 구경 때는 공단으로부터 풍겨오는 역한 냄새를 감수해야 한다.
영취산은 해발 510m라는 고도로만 보아서는 뜻밖이다 싶게 산의 형상 자체만으로도 명산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진달래밭은 이렇듯 준수한 산릉들을 타고 마치 거대한 불가사리 같은 형상으로 군락을 이루며 뻗어나가 있다. 이중 서릉에 형성된 군락을 정상 군락지, 동릉 상의 길쭉한 암괴인 개구리바위 북사면 일대를 개구리바위 군락지, 그 동쪽 골망재 근처 능선 북사면은 골망재 군락지, 돌고개 근처는 돌고개 군락지, 그리고 정상 남쪽 봉우재에서부터 시작되어 시루봉 정상까지 펼쳐진 진달래밭은 봉우재 군락지라 이름붙이고 곳곳에 안내판도 세워두었다.
영취산 깊은 골에서 흘러내리는 시리도록 맑은 개울물에 마음을 씻고 산문으로 들어섰다. 벚나무 고목 곁에는 ‘아미타불에 귀의 한다’는 의미의 ‘남무아미타불’ 비석이 유서 깊은 고찰임을 암시하고 있다. 푸른 이끼가 낀 비석의 전면에는 한자로 ‘南無阿彌陀佛’이라 음각되어 있고 좌측에는 한글로 ‘남무아미타불’ 우측에는 ‘임신7월 일(壬申七月 日)’이라 새겨져 있다.
대숲 우거진 왼편은 영취산 가는 길이다. 이곳 영취산은 해마다 4월이면 붉은빛으로 타오른다. 흥국사 대웅전 뒤의 영취봉(439m)과 진례봉(510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온통 진달래꽃무더기가 꽃동산을 이룬다. 눈이 살포시 쌓인 영취교를 지날 때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 청아하다. 개울가의 바위로 쌓은 담이 정겨움과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한 흥국사
천왕문의 풍경은 날개를 잃었다. 세찬 바람에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둔탁한 몸을 뒤흔들고 있다. 천왕문 좌우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거대한 몸집의 사천왕상이 지키고 서있다. 흥국사천왕문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1805년에 기록된 ‘흥국사천왕중수개채기’가 있어 그 이전부터 천왕문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고색창연한 사찰에 햇살이 서려있다. 햇살이 지날 때면 그 웅장함이 더해진다. 대웅전 뒤의 영취산에는 뭉게구름 속에서 눈부신 태양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흰 구름 먹구름이 빠르게 흐른다.
법당문고리/조찬현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는 흥국사는 여수 국가 산단에 인접해 있다. 흥국사 경내로 들어서니 오른편에서부터 선불장, 봉황루, 범종각, 우승수군유물전시관이 배치되어 있다. 행운을 안겨준다는 문고리가 달린 흥국사대웅전(보물 제396호)은 빗살문을 달아 전부 개방할 수 있으며 대웅전 후불탱화는 보물 제 578호로 지정되었다.
천왕문과 봉황루, 법왕문을 지나면 대웅전이다. 법왕문 오르는 계단 구석진 곳에는 마른 잎이 회오리바람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건물이다. 이 건물을 흥국사의 본전으로 앞면 3칸, 옆면 3칸의 단층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지붕의 무게를 받는 포작이 배흘림의 기둥사이에 3구씩 있는 다포집으로 화려하면서도 간결한 느낌을 준다.
법왕문과 뒷편의 대웅전/조찬현
대웅전 안에는 석가 삼존불을 모셨고, 대들보위로 우물천정(천장 속이 보이지 않게 우물 정자 모양으로 막은 천장)을 설치하였다. 기단에 새긴 거북, 게, 해초, 석등 등은 이 대웅전이 지닌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그 짜임이 화려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흥국사
는 보조국사가 영취산 자락에 1195년(고려 명종 25년)에 처음 지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이 절의 승려들이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을 무찌르는데 공을 세웠으나, 절이 모두 타버려 지금의 건물들은 인조 2년(1624)에 다시 세운 것들이다.
지혜의 칼을 갈아 무명의 풀을 벤다는 '심검당'
대웅전은 영취산을 등지고 있다. 사찰 이곳저곳 불사를 위해 파헤쳐지고 빛바랜 단청 때문일까. 한기가 더해진다. 대웅전의 풍경소리가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대웅전 전면 좌우에는 말없이 참선한다는 ‘적묵당’과 지혜의 칼을 갈아 무명의 풀을 벤다는 ‘심검당’이 있다.
범종각에는 목어, 범종, 법고가 있다. 범종각의 법고를 해치상이 짊어지고 있다. 옳고 그름을 판결하는 정의의 영물로 알려진 해치는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뿔로 받아버린다고 한다.
말없이 참선한다는 '적묵당'
의승 수군 유물전시관의 뒤편을 돌부처상이 삥 둘러싸고 있다. 흥국사는 의승 수군의 본부였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활약했던 승군들은 전라좌수영의 본영인 이곳과 주변 20여개의 암자에 머무르면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1593년 1월에 쓴 이순신 장군의 장계에 의하면 1592년 9월에 조직된 승군 400여명이 육지와 바다에서 전투에 참가했다고 한다.
해우소
유물전시관 곁에는 마음의 근심을 푼다는 해우소가 위치하고 있다. 지붕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수령이 100여년을 넘었다는 보리수나무 고목은 이끼가 뒤덮고 있다. 대웅전 곁에는 무사전이 있다. 다른 사찰의 경우에는 명부전, 지장전, 시왕전이라 불리는 전각이다. 흥국사에서는 이를 무사전이라 현판하고 있다.
무사전은 개인의 이유나 사정에 의해서 사후에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과응보에 의해 과보를 받으므로 무사(無私)라고 했다고 한다. 지장보살을 주불로 하고 있는 흥국사 무사전의 좌우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신이 협시하고 있다.
대웅전 뒤편에는 불조전, 팔상전, 응진전이 있다. 불조전은 흥국사와 관계된 역대 조사들의 영정을 모시는 전각이다. 1630년에 청파대사가 창건했으며, 이후 1820년에 침용대사가 중수했다고 하나 명확하지는 않다. 지금의 건물은 1935년 춘봉대사가 청운암에서 이건해 현 위치에 건립한 건물이다.
팔상전,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모시고 그가 살아가신 일생의 모습을 8폭의 탱화로 그려 모신 곳이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58호로 지정된 팔상전은 법화 신앙이 행해졌던 사찰에 많이 지어졌는데,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모시고 그가 살아가신 일생의 모습을 8폭의 탱화로 그려 모신 곳이다.
흥국사
팔상전
은 조선후기(17세기)에 건립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3칸 팔작집 양식으로 대웅전에 버금가는 부속건물로서 기둥에 배흘림과 안쏠림, 귀솟음이 나타나 전통적인 형식을 띠고 있으며 불단 위에 ‘亞’ 자형 닫집이 있어 매우 호화롭게 건립되었고 50여점의 조선후기 명문 기와가 확인되어 흥국사 불사의 연혁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나한전이라고도 불리는 응진전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를 모신 곳이다. 응진전 뒷 담장의 동백나무는 수많은 붉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직박구리 우짖는 동백나무를 거센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못다 핀 동백의 붉은 꽃송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풍경소리 요란하다. 하얀 눈발이 흩날린다.
자료 - ⓒ 2008 OhmyNews 조찬현
영취산의 진달래
등산로를 제외한 온 산이 붉게 불붙었다. 어른 키보다 높게 핀 진달래가 사방을 가로막고 섰다. 곳곳에 진달래 터널이 이어져 '꽃 세상이 여기구나' 탄성이 터진다. 진달래꽃이 만개해 산에 분홍 물감이 뿌려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군락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여수국가산단은 물론 한려수도의 정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다도해를 거쳐 연분홍 꽃물결 타고 불어오는 봄바람도 달콤하다.
영취산 진달래축제 / 이돈삼
매년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고 축제기간 중에는 영취산진달래음악회, 진달래예술단 산상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상춘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달래꽃밭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데, 영취산진달래축제의 정신적인 지주 역학을하는 산신제가 영취산진달래축제의 주축을 이루는 행사이다. 영취산의 산신제는 유래가 깊다. 도솔암과 함께 기우단이 있어 매우 영험이 있다고 하였으며 당시 지방수령인 순천부사는 국가의 변란이 있을 때 이곳에 올라 산신제를 모셨다고 한다. 그리고 영취산의 넓은 산자락의 품 안에는 흥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흥국사 안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원통전, 팔상전 등 문화제가 많이 있다. 대웅전 축대 여기저기에 거북과 용, 꽃게 모양을 곁들인 '반야수용선'도 있으며 대웅전 앞뜰에 있는 석등고 거북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흥국사 대웅전(보물 제369호) 뒤의 영취 봉과 진달래 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이외에도 개막식과 축하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진례산
길가 나무에는 이곳을 다녀간 등산동호회의 울긋불긋한 리본이 매달려 있다. 키보다 훌쩍 큰 진달래 고목은 완전히 만개했다. 진달래 꽃잎 한 잎 따서 잎에 무니 어릴 적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정상은 아직 멀기만 하다. 가는 도중에 진달래꽃이 자꾸만 발길을 붙들어 길은 더디기만 하다.
연둣빛 나뭇잎과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봄을 연출한다. 이 아름다움을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가슴이 벅차다. 아직 산길에는 아무도 없다. 적막감이 감돈다. 이제 봉우재까지는 1km 남짓 남았다.
봉우재/조찬현
사라져가는 민초들의 흔적인 숯가마 터가 있다. 숯을 구웠던 흔적이 골짜기에 1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119구조대에서 표지를 해둔 비탈길이다. 이곳에 이르자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제 봉우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뜸하던 진달래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산마루 부근에 나뭇가지 사이로 도솔암이 언뜻 보인다.
도솔암 가는 길은 가파르다. 묵언으로 나무계단을 오른다. 홀로 걷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실은 바삐 서두를 일도 없지만 말이다. 저 멀리 나무계단 끝에서 한 아주머니가 도솔암을 향해 합장을 한다. 도솔암 가는 길목에는 진달래 꽃망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도솔암을 지나 진례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커다란 바위굴이 있다. 암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도솔암 극락전/조찬현
진례산(510m) 정상이다. 정상의 진례산은 신령스런 산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이 일대 15만평에 수만 그루의 진달래(5~30년생)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진달래 동산이다. 4월 초순경이면 진달래꽃이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도 역시 4월3일부터 6일까지 영취산 일대에서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 여수 영취산은 마산의 무학산, 창녕 화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정상에 서면 여수 산단의 역동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는 묘도 섬이 떠 있다. 흥국사 사찰도 아스라이 눈에 잡힌다. 내려오는 길에 산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오솔길을 지나 도솔암에 들렸다.
양지녘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봄날의 새색시처럼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영취산에 진달래가 활짝 필 무렵이면 흥국사 벚꽃도 핀다. 흥국사 입구에 늘어선 벚나무 고목에 벚꽃이 만발하면 그 경치도 제법 괜찮다.
ⓒ 2008 OhmyNews 조찬현
광주 - 순천 - 여수공항 - 석창사거리 - 여수산단 - 흥국사 - 돌고개 행사장
영취산 남서쪽, 구 여천시가지 가운데 자리한 여수시 제1청사 주변 학동에 깨끗한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진달래 축제기간 중에도 대개 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수 토박이들이 소개하는 괜찮은 맛집들로는 람바다횟집(686-2401), 칠공주장어탕집(663-1500), 구백식당(662-0900), 갯마을장어집(643-2477), 한정식 한일식당(654-0091), 서대회 무침 전문 삼학집(662-0261), 새조개 샤브샤브로 이름난 광장실내마차식당(652-1201) 등. 여수의 명물인 돌산갓김치의 모든 것을 보려면 돌산갓영농체험장(644-0636)을 찾는다. 여수시청 관광문화과 마케팅계 061-690-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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