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의 ‘청도 읍성’은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면서도 붐비지 않고, 가을 분위기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장소다. 청도군 화양읍 일대를 둘러싼 청도 읍성은 고려 때부터 있었으며, 조선 시대 선조 때 다시 쌓았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됐다. 현재의 청도 읍성과 시설은 옛 문헌과 자료를 근거로 청도군이 복원한 모습이다. 김성태 청도군 문화관광해설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청도 읍성 복원이 추진됐으며, 현재도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고 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화양읍 일대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하다. 읍사무소 건물이 가장 높을 정도로 낮은 건물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옛 건축물이 자리 잡아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읍성의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동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본격적인 읍성 둘러보기에 나섰다. 북쪽 성벽 주변이 상대적으로 좋은 풍광을 갖췄는데, 성 안쪽에서 바라보는 바깥 경치는 물론이고 성 외부에서 올려다보는 성벽 또한 운치가 있다. 북쪽 성벽에서 멀리 보이는 풍광도 좋지만 주변도 잘 정비돼 있다. 동쪽 주자장과 가까운 쪽에는 자그마한 연못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예쁜 정자도 보인다. 성벽과 어우러져 꽤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북쪽 성벽을 따라 서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읍성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청도 읍성은 북쪽을 비롯해 동쪽 서쪽 성벽이 남아 있으며, 남쪽은 성벽이 없는 상태다. 성벽의 전체 길이는 1.9㎞ 정도. 북쪽 성벽 길이는 약 500m다. 성벽 바로 안쪽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돼 있다. 청도 읍성 구경의 압권은 아무래도 북쪽 성벽의 중간 지점에 있는 북문의 누각에서 바라보는 들판의 경치가 아닐까 싶다.
추수를 눈앞에 둔 누른 색깔의 들판을 보고 있으면 진한 가을 냄새가 느껴진다. 한내천 건너 멀리 유등들까지 탁트인 전경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이곳에서 들녁을 보고 있으니 ‘계절별로 색깔을 바꿔가며 찾는 사람의 마음을 힐링해 주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북문의 문루에는 공북루(拱北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북쪽(서울)에 있는 임금을 그리고 공경한다는 뜻이다. 청도 읍성에는 현재 북문과 서문 두 개의 문이 있다. 서문의 이름은 무회루(撫懷樓).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다. 청도군은 옛 사료에 근거해 동문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안에도 예쁜 연못이 보이는데 ‘성내지’다.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두기 위해 제방을 축조해 만든 연못이라고 한다. 전쟁 시 화재 대비 방호수, 경작 용수, 성내 배수 시설 등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꾸몄다. 성내지 주변에는 마음을 맑게한다는 의미의 ‘청심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청도는 반시(홍시)의 고장답게 과수원은 물론이고 집집마다 감나무가 심겨 있다. 담장 너머로 뻗어져 나온 가지에 매달린, 곧 떨어질 듯한 홍시를 몰래(?) 따서 먹어봤는데 그야말로 기분까지 좋아지는 단맛이다. 간단한 먹거리와 술을 파는 민속촌도 있다. 북쪽 성벽과 서쪽 성벽이 만나는 지점의 성 바깥에는 외딴 건물이 눈길을 끄는데, 건물 이름이 형옥이다. 형벌을 집행하고, 죄인들을 구금하던 시설이다. 지금의 교도소에 해당한다.
조선 시대 청도군의 객사로 쓰이던 도주관도 있다. 도주는 청도의 옛 지명이다. 외국 사신이나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장소다. 조선 초기부터 있던 건물로 2007년 일부 증축했다고 한다.
도주관 앞에는 조선 말기 대원군의 지시로 세운 척화비가 서 있다. 도로변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관리들이 업무를 보던 공간인 동헌도 남아 있는데, 화양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청도 읍성에는 이같이 지방의 관아와 민가가 한데 어울려 있었다고 한다. 동쪽 주차장으로 돌아오다 보니 고마청이라는 건물도 있다. 고마청은 민간의 말을 삯을 주고 징발하는 일을 맡아보는 관아다.
화양읍 동천리 285 청도 석빙고 보물 제323호 / 1963년 1월 21일 지정
수백 년 전, 한여름에도 완벽하게 얼음을 저장했던 석빙고. 매년 2월 말 강가에서 얼음을 14㎝ 이상의 두께로 잘라내 저장한 뒤 6월부터 10월까지 그 얼음으로 더위를 물리쳤다. 전국에 남아있는 6개의 석빙고는 모두 18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 중 경주석빙고(보물 제66호) 다음으로 큰 규모이고 쌓은 연대도 오래된 것이 보물 제 323호 청도 석빙고다.
지금 청도 석빙고는 원형을 일부 잃고, 봉토는 모두 유실되었으며, 홍예보 사이를 덮었던 판석들로 대부분 달아났다. 지붕이 없어지고 뼈대만 남아 덕분에 내부를 보기에는 수월하다. 청도 석빙고는 동·서로 뻗은 긴 구조로, 계단이 서쪽에 있으니 문도 서쪽에 있었겠다. 바닥은 얕게 경사져 있다. 그 가운데에 물이 빠지는 길을 두고 동쪽에 구멍을 만들어 석빙고 밖의 작은 개울로 물이 빠지도록 했다. 동쪽 저 아래에 작은 실개천이 여전히 있다.
석비 앞면에는 축조에 참여한 인원 수, 비용, 소요재료 등이 기록되었고 뒷면에는 비를 세운 연월일과 관계인의 이름을 열거하였다. 석빙고는 1713년(숙종 39)에 건립되어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로는 가장 먼저 축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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