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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태백 38번국도 두문동~금대봉~분주령 트래킹

by 구석구석 2008.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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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생화의 보고

봄꽃 못지않은 가을 야생화의 보고가 있다. 한강의 젖줄 태백 검룡소를 품은 금대봉 자락.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분주령을 돌아 다시 검룡소로 내려오는 10km 트레킹 코스는 국내 최대의 가을 야생화 군락지다.

 

며칠간 지루하게 추적거리던 비도 잠시 멎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방구석에서 들썩거리던 엉덩이를 용케도 참아낸 딸 지연(10·황지중앙초등학교 3)이가 날씨가 좋아진 것을 보더니 “엄마, 우리 도시락 싸가지고 야생화 구경 가자. 응? 엄마!” 얼굴을 엄마 턱밑에 바싹 밀어대고 조롱박을 흔든다.

 

자연경관보존지역, 금대봉

 

금대봉은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경계에, 대덕산은 태백시와 삼척시 경계에 자리한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자생식물의 보고로, 야생화 탐방도 쉽게 할 수 있는 산이다.

 

주목, 마가목, 꽃개회나무, 나래회나무, 같은 목본식물과 대성쓴풀, 태백기린초, 한계령풀, 태백제비꽃, 태백개별꽃, 태백제비고깔, 산작약, 산천궁, 나래삿갓나물, 산마늘, 노랑무늬붓꽃, 날개하늘나리 등과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 꼬리치레도룡뇽 그리고 희귀종인 붉은점모시나비 외에 국내 미기록 종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1993년에 126만 평을 자연생태계보호지역으로 환경부가 지정 고시, 지금은 ‘금대봉, 대덕산 자연경관보전지역’이라 부른다.

 

꽃산행 들머리는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두문동재, 일명 싸리재다. 안개, 상고대, 단풍, 철쭉꽃이 늘 보이고 바람과 구름이 쉬어 가는 재말랑에는 태백과 정선 지역에서 경쟁하듯 설치한 각종 홍보물과 이정표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사암 무더기를 이룬 마고할미탑 옆에는 환경감시초소가 있다. 북쪽 백두대간 종주 표식이 성황당처럼 보이는 바리케이드 방화선을 따라 들어선다. 입구부터 들꽃이 인사를 한다.

 

지연이가 보챈다. 보라색 작은 꽃을 취산화서로 핀 오리방풀이 사열을 하고 안개비 속에 이슬을 머금은 쥐털이슬 부근에는 시어머니의 모진 학대와 구박으로 입에 밥풀 두 개를 물고 죽은 며느리의 한이 꽃이 됐다는 꽃며느리밥풀꽃이 군락을 이뤄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지금 걷고 있는 방화선은 물을 건너지 않고 백두산까지 오를 수 있는 오직 한 길뿐인 산길로 ‘불바라기 또는 불바래기’라고 한다.

 

두문동재부터, 현란한 야생화의 향연

 

두문동재를 떠난 지 5분쯤 후 처음 만나는 헬리포트에는 솔나물, 물양지꽃, 슬픈 전설을 간직한 주홍색의 동자꽃, 가을의 전령사 쑥부쟁이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헬리포트를 떠나 모퉁이를 돌아들자 어머니 젖무덤 같은 금대봉 정상이 올려다 보이고, 뒤를 돌아보자 은대봉(1,442m)이 줄곧 뒤를 따르고 있다.

 

두메고들빼기, 뚝깔, 짚신나물, 바늘꽃, 오이풀, 참나물, 쇠서나물, 등골나물, 큰잎외잎쑥, 잔대, 가는잎쐐기풀, 세잎쥐손이, 도라지모시대, 깨알 같은 연한 붉은색 꽃과 새끼손톱 반만 한 두 개의 갈고리처럼 반달형의 씨앗이 달린 도둑놈의갈고리꽃을 보며 두문동재를 떠난 지 15분 만에 두 번째 헬리포트에 이른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다. 방화선을 계속 따르면 10여 분 후에 시야가 확 트이는 야생화 군락 지대인 제3헬리포트에 이르고, 방화선을 버리고 이정표가 세워진 백두대산 종주 표식기가 달린 숲길로 들어 15분쯤 오르면 금대봉(1,418m) 정상이다.

 

돌무더기, 정상석, 삼각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은 바람에 시달려 키를 낮춘 신갈나무 뒤로 조망이 일품이다. 산불감시초소에 올라 보는 조망은 금상첨화다.

 

북쪽으로는 노목산, 민둥산, 지억산, 각희산, 고양산, 반론산, 발륜산, 문래산, 가리왕산, 중왕산, 평창청옥산 등과 시계 방향으로 고적대, 삼척 청옥산, 두타산, 덕항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백두대간의 흐름을 맛보고, 동쪽으로는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이국적인 풍정의 매봉산이 가까우며, 부산 몰운대 다대포에 이르는 낙동정맥의 대박등, 유령산, 우보산, 백병산, 구랄산, 면산으로 뻗어가고, 남쪽으로는 은대봉에서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등마루가 구름 띠를 두르고 앉았다. 서쪽으로는 장산, 백운산, 두위봉 뒤로 눈길이 가는 데까지 모두 볼 수 있다.

 

금대봉 하산길, 들꽃 전시장

 

금대봉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산불감시초소 뒤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 야생화 군락지인 제3헬리포트로 가려면 왼쪽 길을 따라 약간 급경사를 이룬 7~8분 능선에서 방화선 길과 만나게 된다. 제3헬리포트 지역은 보름 주기로 꽃을 달리하는 곳으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들꽃 전시장이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향기! 숨이 차도록 꽃이 핀 식물을 열거해본다.

 

마타리, 층층이꽃, 송이풀, 구릿대, 지리강활, 어수리, 전호, 참나물, 개시호, 산박하, 오리방풀, 짚신나물, 산짚신나물, 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산솜방망이, 노루오줌, 뚝깔, 동자꽃, 산외, 큰뱀무, 꼬리풀, 물양지꽃, 일월비비추, 솔나물, 꿀풀, 모시대, 잔대, 층층잔대, 큰까치수염, 개망초, 달맞이꽃, 산꿩의다리, 참당귀, 참취, 병조희풀, 파리풀, 세뿔투구꽃, 그늘돌쩌귀, 놋젓가락나물, 여로, 파란여로, 큰여로, 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개털이슬, 수리취, 배초향, 진교, 멸가치, 각시취, 모시풀, 눈빛승마, 눈괴불주머니, 나비나물, 등갈퀴나물, 고추나물, 물레나물, 새삼, 익모초, 단풍위, 두메담배풀, 여우오줌, 닭의장풀, 혹쐐기풀, 질경이, 토끼풀, 맑은대쑥, 넓은잎외잎쑥, 쉬땅나무, 강활, 개구릿대, 세잎쥐손이, 이질풀, 둥근이질풀, 개현삼, 개미취, 큰제비고깔, 송장풀….

 

구름에 달 가듯, 꽃에 나비 날 듯, 방화선을 따라 훠이훠이 구릉을 넘자 천상화원이 여기도 있다. 보통 이곳까지 꽃구경을 하고 두문동재로 되돌아간다. 이곳까지 소요 시간은 50분에서 1시간 정도.

 

고추잠자리 떼가 어지러이 하늘을 난다. 이리저리 꿀을 찾는 나비와 벌, 은점표범나비, 먹그늘나비, 꼬마팔랑나비, 조흰뱀눈나비, 각시멧노랑나비, 굴뚝나비, 암어리표범나비, 사향제비나비, 줄꼬마팔랑나비, 산제비나비, 대왕나비, 번개오색나비, 암끝검은나비, 긴꼬리제비나비, 파리팔랑나비, 북방꺼꾸로여덟팔나비, 산호랑나비… 꽃향기와 나비의 춤에 어질어질 취기가 온다.

 

이향지 시인은 ‘금대봉’을 이렇게 노래했다.

 

꽃은 소리 없이 피고

물은 소리치며 흐르네.

꽃은 스스로 피기 때문이고

물은 비탈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 하네.

물이여 둥근 물방울이여.

너의 둥근 패배가 내 목마름을 구하고

내 더러움 씻어주네.

꽃이여, 불타는 꽃잎들을 걷어올리고

금대봉 풀섶에서 꽃등을 켜든 하늘나리여.

꽃술마다 계곡을 불러 발 씻는 소리에

내 귀가 하늘에 떴네.
 
 
제3헬리포트에서 우암산(1,346m) 쪽으로 10분쯤 걸으면 방화선이 거의 끝나는 곳 오른편에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지금까지 따르던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속 좁은 길로 들어서서 산등성이를 내려서자 어두침침한 미끄러운 비탈길이 끝나며 귀룽나무가 누워 길을 막고 있는 고목나무샘이다. 한강 발원지의 일부분이 되는 고목나무샘 외에도 석간수, 글물, 제당샘 등이 검룡소에 모여 하루 2,000여 통의 물을 토해낸다.
 
여기서 그대로 직진한다. 조붓한 길로 태백시와 삼척시 하장면 경계선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숲 터널을 빠져나가자 쑥밭에 메꽃이 듬성듬성 피어난 이정표가 있는 분주령이다. 분주령에서 더 이상 꽃구경을 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오른쪽 분주령골을 따라 30분이면 검룡소주차장에 닿는다.
 
 
분주령~대덕산 정상
 
분주령에서 대덕산 정상 초원에 핀 꽃을 보러 곧장 능선을 따라 숫돌베기양지로 올라 다시 숲으로 들어 사면실을 따라간다. 갑자기 시야가 다시 트이며 짚신나물, 물양지꽃을 배경으로 각시취와 밤송이만 한 보라색의 산비장이가 군락을 이뤄 입을 벌린다.  초원을 지나 10분쯤 숲 터널을 올라가면 정상석과 삼각점이 반기는 대덕산(1,310m) 정상이다.
 
남쪽 능선을 따라 천천히 각종 초화를 보며 내려간다. 콩 썩는 냄새를 풍기는 돌마타리 군락과 넓은잎노랑투구꽃을 지나 잘록이에 이르니 진입 금지 푯말과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초원 지대를 이별하고 오른편 분주령골을 따르자 검룡소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검룡소 물맛을 보고 널찍한 탐방로를 따라가면 환경감시초소가 있는 검룡소주차장이다.
 
 
분주령 쉽게 가는 길

국내 트레킹 여행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승우여행사에서 당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태백 분주령과 은대봉 트레킹 상품을 판매한다. 은대봉은 분주령 가는 길목인 두문동재에서 출발하지만, 다른 길로 들어간다. 이 밖에도 인제 점봉산 조침령 야생화 트레킹 등 다양한 트레킹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승우여행사: 02-720-8311 | 각 트레킹 상품 3만8000원
 
태백산민박촌 033-553-746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태백가든갈비나라 033-553-3383, 016-247-4922, 붐비네해물탕(033-552-1632, 011-9792-7047)의 해물요리, 너와집(033-553-4669)의 한정식이 먹을 만하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두문동재와 검룡소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에서 신동~사북~고한을 지나 두문동재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에 오른편 구도로로 올라가면 두문동재다. 영동고속도로 방면으로 강릉에서 임계로 35번 국도를 따라 접근하면 된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 033-552-3100, 태백역 033-553-7788, 태백개인택시 033-552-4747, 금대봉 대덕산은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editor 김영주, writer 김부래(태백시 생태보존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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