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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화순 818번지방도 대초리 운주사

by 구석구석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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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은 전남 화순 운주사를 배경으로 소설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는 왜 관군과 싸우던 노비들을 화순으로 보내 천불천탑과 와불의 대역사(大役事)를 시키고 운주사를 세우게 했을까? 궁금증이 인다.

 

영귀산 운주사 일주문

"이 골짜기 안에 천불천탑(千佛千塔)을 하룻밤 사이에 세우면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온다는 것이었다. 도읍지가 바뀌는 세상, 그들이 나라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곳이었다. 노비들은 새벽에 깨어 일어나 보성만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았다." - <장길산> 10권 438P 

 

이로 보면 새로운 세상, 미륵 세상에 대한 꿈일 것이다. 궁예가 꿈꿨던 미래불의 출현을 어쩌면 작가 황석영도 간절히 염원했을 수 있다. 이는 운주사에 있는 각 골짜기의 부처님이 비로나자불(미래불, 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모시는 것으로도 유추가 가능하다.

 

운주사가는 길가 운주사 경내/이돈삼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있는 운주사는 송광사의 말사다. 절 언저리의 천불산 골짜기에 줄지어 서 있는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곳이다.  

 

7층석탑

들어가며 정면으로 마주한 운주사 9층 석탑. 암반 위에 건립된 이 탑은 풍수지리상 배 형국의 지세인 운주사의 돛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석탑 옆면의 꽃문양과 이중의 마름모 문양은 우주를 나타내며, 운주사 탑만이 가지는 독특한 형식이라 한다. 미래불을 묵묵히 기다려온 민초들의 염원을 다독였을 오랜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9층석탑과 석불군 가

돛대모양으로 만들어진 9층 석탑과 제기 위에 떡을 포개놓은 것처럼 보여서 일명 '떡탑'이라고도 불리는 원형다층석탑, 그리고 그 뒤에는 석실이 보이는데 석실 안 부처는 여느 부처와 달리 왼손을 올리고 있다.

 

우측으로 석불군과 그 위로 동냥치탑이 자리하고 있다. 돌을 대충 얹어 놓은 듯한 동냥치탑은 뭔가 엉성하고 부족한 느낌으로 민중의 모습을 암시하는 것 같다. 천지신명에게 아이 점지 등을 바라기 위해 석불의 코와 귀를 떼어간 흔적에서 민초들의 아픔과 소박함을 느낀다.

 

석불군 가 탑

이것이 남도지방의 전형적인 하층계급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교한 맛은 없으나 석불과 석탑에 대한 일반 규범을 무시한 채 아주 파격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기에…. 마치 아이들이 만들다 만 공작물처럼 산비탈과 논두렁, 밭이랑, 바위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석불들이 서로 다소곳이 기대고 있는 모양도 가정과 사회의 화평을 기원하는 것 같아 찾는 이에게 더욱 정감을 일으키게 한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석불과 석탑, 겨우 형체만 알 수 있는 불상 앞에 놓여진 돌무더기에도 용화세계를 꿈꾸는 민초들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떡탑이라 불리는 원형다층석탑

팔작지붕의 돌집인 석조불감을 대한다. 들어가다 마주하는 곳에는 현세불인 석가모니불이, 뒤에는 미래불인 비로자나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다. 손의 자세가 사뭇 다르다. 가부좌를 한 현세불은 한 손은 다리에, 한 손은 단전에 대고 있다. 미래불은 가부좌를 한 채 가슴에 손을 올려 합장하며 무엇인가 기원하는 모양새다.

 

대웅전을 지나 스님 공양그릇 형태라 일명 발우탑이라 불리는 원형구형탑을 만난다. 특이한 탑이다. 밥을 담는 그릇에 담겨 있을 법한 삶의 고뇌를 탑으로 표현하다니 엄청난 발상의 전환을 느끼게 된다. 탑들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사색의 장소로 운주사가 제격이란 느낌이다.

 

층상 운회암의 석불

발우탑에는 미래불인 미륵불이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을 어서 구원하러 오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한다. 또 엄격한 형식과 규격을 뛰어넘어 가장 본질적인 부처의 세계로, 대자유의 정신으로 접근하려 애쓰는 염원이 스며 있어 운주사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한다. 그럴 법하다.

 

석불군 바

탑 박물관에 온 듯한 마음을 안고 영귀산 산마루에 놓인 공사바위에 오른다. 바위는 이곳저곳이 움푹 파여 있다. 가장 큰 자리는 도선국사가 앉아 운주사의 천불천탑 대역사를 감독한 자리로 공사바위라 부른단다.

 

광배석불좌상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곳. 자연과 어우러진 운주사의 탑과 불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석영은 <장길산>에서 "늙은 노비가 일러서 계곡이 끝나는 곳에 새 절을 세웠으니 운주사라 하였다(10권 439P)"라고 했는데, 여기에 나오는 늙은 노비를 도선국사로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운주사 서쪽 능선의 미완성 석불로 향한다. 도선국사의 대역사를 시기한 동자승의 '닭울음 소리'로 인해 와불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전설의 현장에 앉은 좌불과 선 입상이 자연석 위에 누워 있다. 좌불은 비로자나불, 입상은 석가모니불이다. 이 두 부처를 지키는 머슴불(시위불, 상좌불)인 노사나불도 옆에 서 있다.

 

그래서 황석영은 천불천탑과 와불을 노비들의 공사로 표현했으리라 추측도 가능하리라. 어쩌면 장길산과 민초들이 이루고자 한 염원을 들어주지 않은 미완의 혁명을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웅전

'지성이면 감천'임을 살폈을까. 우리네 할머니들이 정화수를 떠 지성을 다하던 지표였던 북두칠성의 교묘한 배치에 감탄이 절로 인다.
나름대로 해석컨대, 어쩌면 <장길산>의 마무리가 '운주사'인 까닭, 그것은 북두칠성이 용화세상의 근본임을 암시하는 건 아닐까? 우리네 마음속에 미래의 세상이 이미 들어 있음을 지적하는 건 아날까?

황석영이 <장길산>의 마무리로 장식한 이유를 찾아 화순 운주사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다.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화순군 도암면 운주사에서는  10월말경에 ‘운주문화축제’를 연다. 운주사와 도암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역적 특색을 찾아 직접 선보인다.

 

역사·문화자원과 도암지역 공동체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비롯 면민노래자랑, 글쓰기대회 등이 마련된다. 바라춤과 도암농악, 도장밭노래 공연, 전통혼례, 마을공동놀이, 아동인형극 등은 축제의 흥미를 배가시켜 준다. 발우공양과 탑돌이, 점토로 천불천탑 만들기, 컵등 만들기, 전통민속놀이, 짚풀공예 등 체험거리도 알차다.

운주문화축제/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 임현철 이돈삼 기자

/ 사진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 운주사와 주변 탐방..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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