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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부산광역시

기장 칠암리 칠암항

by 구석구석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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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칠암항, 3색 매력 '야구·갈매기·붕장어등대'…인생항로도 밝혀줄까

 

 

[주말&여행] 부산 기장 칠암항, 3색 매력 '야구·갈매기·붕장어등대'…인생항로도 밝혀줄까 | 영

이 바다에 일곱 개의 바위가 있다고 했다 분명 그대들도 북두칠성을 떠올렸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바위가 하도 많아 움찔 황망해진다 항구 마당은 덕장이다 고기는 없고 기둥들만이 수도권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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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7개 검은바위서 '칠암' 유래

붕장어 집산지 명성…횟집만 30여곳

칠암마을서 볼수있는 등대 무려 5개

국가무형유산 동해안 별신굿도 거행

이 바다에 일곱 개의 바위가 있다고 했다. 분명 그대들도 북두칠성을 떠올렸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바위가 하도 많아 움찔 황망해진다. 항구 마당은 덕장이다. 고기는 없고, 기둥들만이 바람을 맞이하는 자세로 늘어서 있다.

기온이 낮지만 바람은 없고 햇빛이 쨍한 오늘, 바람이 없어서일까. 바닷가 사람들이 하늘을 헤아리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괜찮다. 북두칠성은 하늘에 있고, 7개보다 훨씬 많은 바위들이 반들거리고, 물고기는 바다에 있으니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 일곱 개의 바위를 찾아서, 칠암항

마을 앞에 7개의 검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마을은 칠암(七岩)이다. 마을 앞 검은 바위를 옻바위라 불렀는데 옻 '칠(漆)' 자가 쓰기 어려워 일곱 '칠(七)' 자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7개의 바위는 각각 거멍돌, 뻘돌, 군수돌, 청수돌, 넙적돌, 혹난돌, 농돌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분명 칠암은 있을 것이다.

칠암마을은 본래 농토가 별로 없어 보릿고개 시절 미역으로 연명하는 빈촌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함께 방파제 시설과 동력 어선을 갖추었고 붕장어 집산지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대에는 대대적인 호안 매립으로 횟집이 거리를 이루었고 최근에는 문중 마을과 연계해 먹거리 타운이 조성됐다.

칠암항 수협 앞쪽에 해녀들의 천막 좌판이 길다. 대개가 건어물이고 해삼과 소라 등도 보인다. 천막 뒤편 덕장에서 붕장어와 가자미, 명태, 갈치, 오징어 등이 말라가고 있다. 영남일보 류혜숙

지금 칠암은 '붕장어 마을'로 불린다.

붕장어 회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만 30여 곳이다. 흔히 아나고 또는 바닷장어라 불리는 붕장어는 흰 쌀밥처럼 고슬고슬하게 썬 회가 특히 유명하다. 지방이 많은 붕장어 회는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며 씹을수록 녹진한 맛이 난다. 양배추 재래기에 콩가루와 초장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하고 샤브샤브나 구이로도 즐긴다.

부산에서는 붕장어를 먹으려면 칠암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 3월 세찬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던 붕장어를 보았는데 오늘 덕장은 텅 비어 있다. 간간이 오징어 말리는 모습을 본다. 몸통 꼭대기에 빨래집게는 왜 집어 둔 것일까. "어, 그거, 귀 마르라고." 오징어 지느러미를 귀라고 하는 모양이다. 몸통과 겹치는 귓속까지 햇살 들게 하는 정성이라니.

마을회관 옆에 당집이 있다. '골매기 할매당'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5년마다 국가무형유산인 '동해안 별신굿'이 거행된다. 영남일보 류혜숙

칠암항 수협 앞쪽에 해녀들의 천막 좌판이 길다. 대개가 건어물이고 해삼과 소라 등도 보인다. 우연히 돌아본 좌판의 뒷모습이 덕장이다. 그녀들의 젖은 옷가지들과 함께 붕장어와 가자미, 명태, 갈치, 오징어 등이 햇빛 아래 나신으로 누웠다.

"이건 조기인가요?" "침조기." "참조기?" "아니, 침조기." 오호, 새로운 물고기 이름 하나를 얻는다. 마을회관 옆에는 당집이 있다. '골매기 할매당'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5년마다 국가무형유산인 '동해안 별신굿'이 거행된다.

칠암항의 명물인 등대 삼총사. 하얀 야구등대, 붉은 갈매기 등대, 노란 붕장어 등대가 나란하다. 낮에는 색으로, 밤에는 빛으로, 등대는 가야할 길을 알려 준다. 영남일보 류례숙

할매에게 인사를 드리고 칠암항 방파제로 향한다. 칠암방파제는 약 300m에 이르는 거대한 모습이다. 초입에 서 있는 안내판을 부러 쫓아가 본 것은 할매의 덕인 듯하다.

칠암이 표시되어 있다! 하나하나를 특정하기는 아주 힘들지만 '거멍돌'은 알 것 같다. 칠암방파제 너머 신평뜬방파제 옆에 홀로 오롯한 저 갯바위가 '거멍돌'일 게다. '뻘돌'은 항구를 만들 때 묻힌 듯하고, '군수돌'은 바다에 잠긴 듯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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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암항 북방파제 앞에 정수리만 내 놓은 저 바위들이 '청수돌' '혹난돌' '농돌'일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바다에 다분히 넓적해 보이는 저 바위를 '넙적돌'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전부 보지 못하여도, 칠암은 있다.

야구등대 글러브 속으로 칠암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뒤편에 솟은 산은 달음산이다.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 햇빛을 제일 먼저 맞는 기장군 제1경의 명산으로 꼽힌다. 영남일보 류혜숙

◆ 길을 알려 주는 등대

칠암 방파제 끝에 하얀 '야구'등대가 서 있다. 방망이 모양의 등탑을 중심으로 야구공과 글러브가 양쪽에 나란히 서 있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고 부산의 야구 사랑을 상징한다. 칠암항 북방파제 남단에는 빨간색 '갈매기' 등대가 있다. 붉은 태양 속에 세 마리 갈매기가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춘분과 추분 때면 붉은 원 안으로 해가 들어차는 장관이 연출된다. 칠암항 북방파제 북단의 노란색 등대는 '붕장어' 등대다. 칠암 마을의 대표 수산물인 붕장어를 형상화했다. 멀리 북쪽에 보이는 하얀 등대는 문중리의 문중등대, 남쪽의 빨간 등대는 신평리의 뜬 방파제에 서 있는 것이다. 칠암마을에서 볼 수 있는 등대는 모두 다섯, 등대 복이 넘친다.

부산의 야구사랑을 표현한 하얀등대

외항의 테트라포드에 낚시꾼이 많다. 구경꾼도 많다. 그들의 고요한 기다림과 짠 맛이 날 것 같은 눈동자의 번쩍임이 좋다. 야구등대의 글러브 속으로 칠암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뒤편에 솟은 산은 달음산이다.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 햇빛을 제일 먼저 맞는 기장군 제1경의 명산으로 꼽힌다. 바다로 뻗어나간 방파제는 더 많이 보도록 만들고 동시에 걸으며 보는 모든 것을 좋아하게 만든다.

칠암항의 이름난 베이커리 카페인 '칠암사계' 바로 앞에 포토존이 있다. 뒤로 보이는 붕장어, 갈매기, 야구, 세 개의 등대가 포토존의 조형물과 맞춤이다. 붕장어와 갈매기 등대가 있는 칠암항 북방파제 석축에는 미디어파사드가 최근 설치되어 시험운행에 들어갔다.

기장군 칠암항에 설치된 조형등대 포토존 /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공

12월6일부터 매주 금, 토, 일 3일간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칠암의 꿈'을 주제로 한 화려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시설물 보강을 거쳐 매일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미디어파사드 설치는 ‘칠암항 방파제 해안경관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기존 관광자원을 활용한 어촌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친수형 경관 개선과 주민 커뮤니티 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칠암의 등대들은 조형물처럼 생겼지만 모두 정식 항로표지 법을 준수한 실제 사용하는 등탑들이다. 빨간색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를 바라볼 때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다. 밤에는 홍등을 켠다. 하얀색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를 바라볼 때 왼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다. 밤에는 푸른 녹등이 켜진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나란히 서 있으면 두 등대 사이로 진입하면 된다. 노란색 등대는 주변에 암초 등의 위험물이 있다는 의미다. 등대는 가야할 길을 알려 준다. 낮에는 색으로, 밤에는 빛으로.

바닷가에 붉게 산화된 사랑의 자물쇠가 여전히 굳게 잠긴 채로 걸려 있다. 함께 늙어가는 정다운 이들을 생각한다. 천년 만년 뒤에 이 자물쇠는 돌이 되고 흙이 될 수도 있겠지. 북두칠성은 하늘에 있고 칠암은 바다에 있고 그들 사이에 등대가 있어 끝없는 내일의 쇄도가 두렵지 않다.

/ 영남일보 2024.12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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