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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상주 용유리 용유구곡

by 구석구석 2025.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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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나 고독으로 떠나는 여행, 상주 화북에서 ‘쉼’하다

 

 

[도보여행] 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나 고독으로 떠나는 여행, 상주 화북에서 ‘쉼’하다 - 여행스

[여행스케치=상주] 조선시대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인 우복골이 있는 상주 화북으로 도보여행을 떠난다. ‘십승지지’는 사회가 혼란스럽고 기근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질 때 자족적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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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상주 안은미여행작가] 조선시대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인 우복골이 있는 상주 화북으로 도보여행을 떠난다. ‘십승지지’는 사회가 혼란스럽고 기근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질 때 자족적인 경제생활이 충족되는 곳을 찾아 피난처로 삼은 곳을 말한다. 원래 승지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을 의미하는데, 살기 힘든 민중들의 이상향이 만들어낸 무릉도원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 삶은 언제나 만만치 않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 나를 숨겨줄 장소가 어딘가 한곳쯤은 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충분히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상주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을 잇는 용유구곡길 중 제3곡인 산제당 앞의 전경.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지친 영혼이 쉼을 누릴 수 있는 곳, 용유구곡길
상주시의 북서쪽에 있는 마을 화북면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산지마을이다. 서쪽으로 속리산(1,058m), 동쪽으로는 청화산(970m)과 도장산(823m), 북쪽으로는 백안산(858m)이 둘러싸고 있다.

이렇듯 높은 산들에 둘러 쌓여있어 옛날에는 찾아가기도 힘들었을 오지중의 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문경 쌍용계곡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우복동 용유계곡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용유구곡길 안내와 구곡의 사진이 있는 표지판.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용이 노닌다’는 뜻의 용유구곡길은 출발점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동천암’이라고 불리는 이 바위는 이곳이 조선 십승지 중의 하나인 우복동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다. ‘소의 배 속처럼 편안한 동네’라는 뜻의 우복마을은 지금은 그 명칭을 쓰지는 않지만, 식당이나 간판 등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용유구곡길의 시작점이자 제1곡인 동천암의 모습.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신선이 사는 세상’을 동천이라 했는데, 이 커다란 바위에서 신선이 노닐었을까? 조선의 명필 봉래 양사언이 초서체로 ‘동천’이라고 적었다고 전해지는데 최근에는 상주 출신의 개운화상이 썼다고도 한다. 하늘과 통하는 동네. 글씨가 아니라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구불거리며 승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용유리 마을 앞을 흐르는 계곡이 모습.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용유구곡의 첫 번째 포인트인 동천암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가니 용유구곡 중 3곡인 ‘산제당’이 보였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산신제를 올리던 곳으로 커다란 소나무 5그루가 지키고 있으며 돌을 쌓아 만든 둥근 돌탑도 이색적이었다. 전란과 사회의 혼란을 피해 우복동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을 물리쳐 달라는 제사를 올리던 간절한 모습이 그려진다.

산제당. 이곳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마을에서는 신성시하는 곳이다.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이 아름답다.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소나무 사이로 끝없는 보랏빛 물결, 상오리 솔숲
용유구곡길은 속리산둘레길과 겹치는 부분도 있는데 계곡과 숲길을 번갈아가며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화북면소재지에 도착한다. 마을의 외곽을 흐르는 계곡을 따라 문장대오토캠핑장이 자리 잡고 있고, 늦은 휴가를 즐기는 캠핑족들의 한가로운 모습도 보인다.

문장대오토캠핑장의 모습.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니 커다란 소나무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하늘을 덮고 있는 솔밭이 나타난다. 수령이 보통 200년에서 300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수피의 거침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상오리 솔숲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북면 입구 소나무길.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보라색 맥문동에 반해 한참을 놀다가 장각폭포를 향해 올라간다. 마을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폭포가 나타난다.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발원한 시냇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다 6m 높이의 절벽을 만나 세차게 떨어진다. 기암절벽과 오래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장각폭포는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여름이면 물놀이도 할 수 있어 피서객에게 사랑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소나무 아래 보랏빛 맥문동과 사람들.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폭포 오른쪽 위에는 금란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학창시절 외우고 다녔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구절처럼 아무런 꾸밈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워졌다. 이런 우정을 이야기할 만한 친구와 함께 정자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해보았다. 한편, 이곳은 드라마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태양인 이제마>, 영화 <낭만자객> 등을 촬영한 명소이기도 하다.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장각폭포.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573-5 / 문장대오토캠핑장 ☎ 054-533-1165

깊은 고독으로 자리를 지키는 상오리칠층석탑
어느새 길은 좁아지고 산속으로 접어든다. 노란색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가끔씩 어린 시절 보았던 보라색의 나팔꽃도 담장을 의지해 “뚜뚜” 소리를 내는 듯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조선 십승지 우복고을 조형물.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이런 산골에도 누군가 살고 있고, 나그네들이 쉬어갈 수 있는 펜션도 있었다. 자그마한 땅이라도 흙만 있으면 옥수수며 콩이며 작물들이 자라고 있고, 땅을 일구고 곡식을 심고 거두는 우리의 어머니가 있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건네 본다. 사람의 말소리가 그리운 산골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은 별 의미 없는 인사치레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가벼운 미소와 “안녕하세요”라는 한마디 말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상오리칠층석탑 올라가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상오리의 끝에 이르자 오른쪽 산 아래로 커다란 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탑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 높지 않아 힘들지는 않지만 나무계단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끝에 이르자 눈앞에 떡하니 석탑이 우뚝 솟아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 일부러 찾지 않으면 이곳에 이런 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곳이다.

파란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있는 상오리칠층석탑의 장엄한 모습. 사진 / 안은미 여행작가

상오리칠층석탑은 그동안 보았던 탑에 비해 늘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개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세웠는데, 1층 몸돌의 크기가 다른 층에 비해 크고 길어서 그런 것 같다. 동쪽으로는 문의 모양이 새겨져 있다. 2층부터는 거의 일정 비율로 줄어들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인데 고려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장각사 혹은 비천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절집도 사라지고 목탁을 두드리던 승려도 떠나고 오직 돌탑만이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

탑을 앞에 두고 앉아서 산을 감싸고 흐르는 구름을 본다. 깊은 고독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탑처럼.

INFO 상오리칠층석탑
주소 경북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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