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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밀양 삼랑리 구포국수 강촌국수쉼터

by 구석구석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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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삼랑진읍 삼랑6길 38-1 / 태극기가펄럭입니다 강촌국수쉼터

국토종주길에 있는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양세욱 제공

경전선 낙동강역 옆 허름한 식당이다. 라이더들이 몰려드는 때가 아니라면 한적한 이곳은 낙동강 맞은편 대동할매국수와 여러모로 대조를 이룬다. 저편이 톱스타라면 이편은 은둔 고수다. 상호처럼 높게 펄럭이는 태극기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지도에서조차도 ‘강촌국수쉼터’로 입력해야 찾을 수 있다.

삶은 달걀을 까며 주변을 살핀다. 벽면 낙서가 늘었을 뿐 변한 게 없다. 언제부턴가 아들이 주방에서 주인 아주머니를 도우면서 불규칙하던 영업 시간도 매일 오전 열한 시부터 오후 네다섯 시로 자리를 잡았다.

10여 년 전 이맘때, 우연히 들렀다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전작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없는 숙취까지 불러내 해소할 법한 개운한 국물이었다는 기억만은 또렷하다. 이번 국수(6000원)는 단무지 대신 호박 채가 고명으로 올라왔지만 그윽한 육수는 여전하다.

구포국수인 태극기가펄럭입니다./ 양세욱

1905년 경부선 개통 이후 황해도 사리원에서 재배된 밀이 구포를 거쳐 일본으로 실려갔고, 1955년 이승만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미국 공법 제480호’에 따라 부산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밀은 근처 제분, 제면 공장에서 가공을 거쳤다.

낙동강 하구와 옥상 빨랫줄에 하얀 국수를 널어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에 말리던 지난날은 이제는 사진으로 남은 아득한 풍경이지만, 구포국수는 이런 시절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24 양세욱인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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