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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기도

수원 우만동 봉녕사

by 구석구석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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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전통사찰 봉녕사

 

 

[인문기행-경기도의 전통사찰13] 강원(講院)과 율원(律院)을 함께 갖춘 비구니 청정 도량, 수원 봉

수원의 진산(鎭山)은 수원 북쪽에 있는 해발 582m인 광교산(光敎山)이다. 원래 이름은 광옥산(光獄山) 또는 광악산(光嶽山)이었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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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진산(鎭山)은 수원 북쪽에 있는 해발 582m인 광교산(光敎山)이다.

원래 이름은 광옥산(光獄山) 또는 광악산(光嶽山)이었는데,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왕건에 의해 명칭이 바뀌었다는 옛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교와 연관 있는 이름 때문일까? 고려 초 광교산에는 89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하며, 고려 후기에는 현오국사와 진각국사 등 두 분의 국사가 주석하면서 그와 관련된 탑비들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광교산 끝자락에 수원 봉녕사가 자리잡고 있다.

수령 800년의 향나무

◇800여년 전 고려 성창사로 시작, 19세기 법당 중수 및 다수의 불화 제작


광교산 봉녕사(奉寧寺)는 현재 비구니 도량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인 용주사 말사이다. 사찰의 연원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1208년 원각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경내 용화각에는 고려 후기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석조삼존불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1호)이 모셔져 있다.

석조삼존불상

1975년 즈음 법당 수리 시 땅 속에서 발견된 불상들로, 좌상인 본존불과 입상의 좌우협시불로 구성되어 있다. 모래질이 많은 돌이어서 마모가 심하나 고려 후기 지방 양식을 보여주는 일례로 파악된다. 대적광전 앞에 심어져 있는 수령 800여 년이 넘는 향나무 또한 사찰의 장구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사중 기록에 따르면 창건 당시에는 성창사라 불렸으나 1400년 경 봉덕사로, 1469년 혜각국사가 중수를 하면서 봉녕사(奉寧寺)로 개칭되었다고 전해진다.

비로나자불을 모신 대적광전

그러나 봉녕사와 관련된 구체적 기록이 확인되고 있는 것은 조선 후기 때이다.

사찰의 법맥이 창건이래 지속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봉녕사는 그러하지 못하고 19세기가 되어서야 구체적인 흔적들이 찾아진다. 그 가운데 사중 기록인 ‘奉寧寺新建法宇上梁文’과 ‘時庚申十月初四月甲子記’ 문헌을 토대로 근래 새로운 연구성과가 제시되어 주목된다.

조선시대 봉덕암이라 불렸던 사찰이 순조 즉위 초에 정조의 진전인 화령전이 건립되면서 화령전 원찰이 되어 봉녕사(奉寧寺)로 사액을 하사받았다는 것이다.

19세기 봉녕사의 역사성과 연관되는 문제이기에 향후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사찰명에 ‘奉’이란 단어가 왕실 관련 사찰에 주로 붙여지는 명칭이라는 점과 華寧과 奉寧의 ‘寧’이란 한자의 통일성, 봉녕사가 수원의 조포사(造泡寺)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흥미로운 부분이다.

봉녕사 신중탱화(도유형문화재 제152호) 출처 : 중부일보

조포는 두부를 만든다는 의미로, 조포사는 능묘에서 치러지는 제사에 제물을 공급하는 사찰을 의미한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이들 사찰은 능침사찰이나 원당사찰 등으로 지칭되었는데, 능침사의 지위가 점차 하락하면서 조선 후기에 오면 능침사와 능원 수호 사찰들을 모두 통칭해 조포사로 불렀다.

성종 선릉에 딸린 봉은사, 세조 광릉의 봉선사, 사도세자·정조 융건릉의 용주사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 봉녕사는 ‘사찰음식’으로도 유명한 만큼, 그 역사적 명맥 또한 무관하지는 않을 듯 싶다.

봉녕사 현왕탱화(도유형문화재 제152호) 출처 : 중부일보

이후 1860년에는 고승 경의와 수원부 유수 김병교에 의한 법당 중수가 있었고, 19세기 후반 다수 불화가 제작되어 이 시기 활발한 불사가 있었음을 짐직할 수 있다. 1878년에 영산회상도와 칠성탱화, 현왕탱화(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2호)가 제작되었고, 1891년에 신중탱화(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2호)가 조성되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 20세기 비구니 묘엄의 원력(願力)으로 이루어진 승가 교육의 요람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가람을 갖추고, 비구니 승가 교육의 요람으로 중흥케 된 것은 1971년 비구니 묘전과 묘엄이 봉녕사에 머무르면서부터였다.

특히 묘엄스님은 1950년대 국내 불교계 정화운동을 주도한 선지식인인 청담스님의 딸로, 1945년 봄 위안부 징집을 피해 당시 청담스님이 주석하던 대승사로 보내졌는데 이후 성철스님의 조언과 가르침 속에 윤필암에서 출가했다.

성철, 자운, 운허, 경봉스님으로부터 선, 교, 율 등을 두루 아울렀으며, 성철스님으로부터 사미니계를 받은 유일한 제자이며 1947년 봉암사 결사(일제 식민주의로 무너져가는 한국 불교를 살리려는 불교중흥운동)에 동참한 몇 안 되는 비구니 스님이기도 하다.

묘엄스님 부도와 탑비 출처 : 중부일보

동학사와 운문사에서 강사와 강주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던 스님은 1971년 폐사에 가까웠던 수원 봉녕사에 들어왔다. 이후 대대적인 도량 불사로 사격을 높이며, 1974년 강원을 개원하고 강주로 취임해 후학들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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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봉녕사 주지 부임 후, 1987년에는 강원을 승가대학으로 승격시킨 것에 이어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율원인 금강율원(승가대학원)을 열었다. 비구니들에게 율장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비구니 율맥의 전승이라는 새로운 전통을 세워 한국 비구니 법맥의 정통성을 확립하였다. 1975년 제1회 졸업생 8명을 배출한 이래 지난 40여년간 천여명의 학인을 배출하였다.

1947년 봉암사 결사 참여자 명단에 청담순호, 성철스님과 함께 이름을 올린 묘엄스님 출처 : 중부일보

승가 교육의 체계를 보면, 출가자는 입문 시 먼저 행자교육을 6개월간 받은 후 2~3주간의 수계교육을 거쳐 사미·사미니계를 받게 된다. 이후 의무적으로 종단의 기본 교육기관(승가대학, 중앙승가대학, 동국대학교, 기본선원)에 입학하여 4년을 수학하고 4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사미·사미니는 구족계를 받고 비구·비구니가 된다.

현재 비구 승가대학은 10곳, 비구니 승가대학은 4곳(봉녕사, 동학사, 운문사, 청암사)이 있다. 이 외에도 선학, 화엄, 교학, 율학, 한문불전 등에 관한 2년 과정의 전문 교육기관이 있는데, 봉녕사는 이 중 율학 전문 교육기관이다. 이는 비구 중심의 율원만 있는 현실에서 한국 최초의 비구니 교육장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불 석가탑에서 이루어지는 사찰음식대향연 불교의식 출처 : 중부일보

이러한 연유로 봉녕사 가람 구조는 학인스님들의 수행공간인 ‘우화궁’과 교수스님들의 연구 및 수행공간이자 금강율원인 ‘청운당’, 도서관인 ‘소요삼장’ 등 일반적으로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물들이 있으며, 묘엄스님을 기리는 ‘세주묘엄박물관’이 ‘향하당’ 2층에 자리잡고 있다.

108평 규모로 지어진 대적광전 내부 출처 : 중부일보

◇사찰음식 대향연과 도심 속의 힐링 사찰


대승불교의 요지는 위로는 보리(깨달음)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다. 봉녕사의 대표적인 하화중생 방편은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2009년부터 매년 10월에 개최되고 있는 ‘사찰음식 대향연’이라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단순히 사찰만의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건강한 삶을 위한 현대인의 대안 음식이 되고 있다. 2013년에는 조계종 문화사업단이 선정한 사찰음식 특화사찰로 등록되었고, 사찰음식교육관 ‘금비라’를 설립하여 전통사찰음식의 활성화와 경기도 및 수원시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경제적 발전에 따른 도시의 외연 확장은 더 이상 인적 드문 장소가 아닌, 도심 속의 사찰로 봉녕사의 지리적 위상을 바꾸어 놓았다. 비구니 청정 도량답게 신록이 우거지는 5월이면 더욱 아름다우며, 단정하지만 웅장한 사찰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머문다.

한국 불교는 창건과 중창 불사를 거듭하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봉녕사의 위상과 사격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불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립되었고, 이제는 역사와 전통이 되어 오늘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부지도(1872년)에 표시된 봉녕사 출처 : 중부일보


/ 출처 중부일보 2022 김수현 수원시청 학예연구사


수원 우만동 봉녕사 월드컵경기장 (tistory.com)

 

수원 우만동 봉녕사 월드컵경기장

봉녕사(031-256-4127, Fax 031-254-3371) 대한 불교 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의 말사로 수원시 우만동 광교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사찰로 고려시대의 불상인 석조 삼존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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