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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부산광역시

부산 감전동 양산도집

by 구석구석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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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 낙동대로 799-34 / 양산도집 직영점 051-311-4098

11:30 - 21:30 / 노포 / 장어전문점 

학장천 앞에는 한자리에서 65년째 영업 중인 민물장어구이 전문점 ‘양산도집’이 있다. 학장천에서 민물장어가 잘 잡히던 수십 년 전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민물장어구이집이 모여들었지만, 지금까지도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자리를 지키는 건 이곳뿐이다.

양산도집 문현아 대표는 창업주인 시어머니에게서 민물장어구이 비법을 배웠다. 이곳 민물장어구이는 부드럽고 깊은 맛에 단골도 대를 이어 찾아오게 만들고, 장어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반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결은 65년 된 씨간장으로 만든 ‘비법 양념’. 씨간장은 문 대표의 아들 김대원씨가 운영하는 덮밥 전문점 ‘양산도’에서도 빛을 발한다.

문 대표의 시어머니인 고 김우영 전 대표는 1956년 간판 없는 음식점을 열었다. 그는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였고, 탄탄한 손맛으로 곧 입소문이 났다. 양산도집이란 이름은 당시 이곳에 민요 ‘양산도’를 즐겨 부르는 직원이 있어 손님 사이 ‘양산도집’으로 불리던 게 자연스레 굳어졌다.

이곳은 간장양념 민물장어구이만 다룬다. 장어의 비린 맛을 잡아줄 핵심 양념은 김 전 대표 때부터 사용한 씨간장이다. 보통 간장을 담글 때 묵은 간장을 한 국자씩 넣어 함께 발효하는데, 이 묵은 간장을 씨간장이라고 한다. 세월과 함께 맛도 깊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흉내 내기 힘든 데다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씨간장으로 만든 비법 양념은 참숯에 장어가 구워지는 동안 세 번 덧칠해 장어구이의 풍미를 일깨운다.

요즘은 자연산 민물장어가 잡히지 않아 대부분 양식을 쓴다. 양산도집은 전라도 한 양식장에서 품질 좋은 장어를 받아온다. 20여 년 전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문 대표는 재작년부터 양산도집을 도맡았다. 과거 시어머니만의 레시피를 정량화해 꼼꼼히 기록해둔 덕분에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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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어를 구분하는 안목도 늘었다. 그는 “구이용은 중간 크기가 좋다. 장어가 너무 크면 살이 퍼석해 부드러운 맛이 떨어진다”며 “겉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살집이 통통한 게 맛있는 장어”라고 설명했다.

크기가 큰 장어는 뼈와 머리를 분리한 후 6시간 푹 고아 영양 만점 장어탕으로 만든다. 양산도집에서 민물장어구이 정식을 시키면 제일 처음 나오는 음식이다. 특유의 향과 맛이 강해 마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소금이나 후추로 맛을 중화하면 된다. 장어구이 역시 기름진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고추냉이를 얹어 먹거나 백김치를 곁들이면 좋다. 매일 아침 우린 육수에 특제 된장 소스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이곳만의 별미다.

전포동 ‘양산도’는 문 대표의 아들 김대원 대표가 운영하는 덮밥 전문점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장어를 접했던 김 대표는 장어를 못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저렴하고 간편하게 장어를 맛볼 수 있도록 민물장어덮밥(히츠마부시)을 주력 메뉴로 택했다.

할머니의 씨간장은 장어덮밥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장어덮밥의 비릿한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밥과 함께 어우러져 입안에서 고소한 맛을 증폭시켰다. 장어 요리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도 담백함에 반해 찾아올 정도로 맛을 인정받아 오픈 2년 만에 서울 송파구 문정점, 현대·롯데백화점 입점 매장, 장산점(배달 전문) 등으로 직영점을 넓혔다.

민물장어구이와 장어덮밥은 장어에 양념을 바르고 굽는 기본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 덮밥용 장어는 구이용보다 조금 작은 크기를 쓴다. 장어덮밥은 세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먼저 밥공기에 4분의 1 정도를 덜어 덮밥 본연의 맛을 즐긴다. 두 번째는 파와 김 가루를 섞은 뒤 고추냉이를 곁들인다. 그다음에는 파와 김가루, 고추냉이를 넣어 섞은 뒤 오차육수를 부어 말아 먹는다. 오차육수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등을 우려낸 것으로, 김 대표가 아침마다 만든다. 기름진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담백하게 장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대표는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장어를 먹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장어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제신문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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