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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겨울여행

겨울산 덕유산 무주평전

by 구석구석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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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평전

‘하얀 눈꽃에 완전히 파묻히는 산정의 향연을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제일 먼저 올라가 보고 싶은 곳이 덕유산이다. 

화려한 눈꽃이 반겨주는 설천봉까지 곤돌라가 편안하게 올려다 준다. 편도 1만6000원, 왕복 2만 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덕유산 정상 능선 눈꽃 잔치에 남녀노소가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다. 

덕유산은 경남 거창군과 전북 무주군 안성면과 설천면의 경계에 솟아 있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덕유산 이름이 붙었다. 최고봉은 1614m 향적봉. 

덕유산은 사시사철 언제라도 구경하기 좋은 명산이다. 6월 초순에는 등산로와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철쭉 군락이 불타는 절경을 이룬다. 여름이면 구천동계곡에서 시원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절정을 느낄 수 있고, 겨울에는 철쭉나무 군락지에 핀 눈꽃과 구상나무와 주목에 핀 상고대가 비경을 선사한다. 

향적봉대피소

덕유산은 겨울철만 되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설천봉까지 연결되는 한정된 곤돌라 탑승 티켓을 구하느라 난리 아닌 난리를 치른다. 특히 전국의 산악회와 여행사들은 영업의 사활이 걸린 예약 티켓을 확보하느라 아이디어 싸움이다. 나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큰 행운인 곤돌라 탑승 티켓을 여행산악회 대표한테서 손에 받아 쥘 수가 있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기가 막힌 눈꽃 풍경이 산꼭대기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탑승 안내 직원이 말한다. 부푼 기대감을 잔뜩 안고 곤돌라에 탔다. 18분 타는 곤돌라에서 내려다보는 나뭇가지마다 백색의 눈꽃 수정들이 끝없이 매달려 있다. 장장 80㎝나 내렸다는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온 산이 환상적인 설국으로 변해 있었다. 

설천봉 곤돌라 하선장에 내리자 십여 차례 경험을 압도하는 눈부신 눈꽃 세상에 환희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뭇가지와 기둥에 얼어붙은 눈꽃들로 화려하게 치장한 주목과 구상나무들과 설산의 아름다움을 담느라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렀다.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구덩이 속을 어린아이가 돼서 마냥 헤집고 다녔다. 눈이 귀한 요즘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마음에 이 순간이 더욱이 기쁘고 즐거웠다.

설천봉 정상에 있는 식당 건물과 카페, 팔각정 등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눈꽃으로 치장하고 멋진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봉우리를 가운데 두고 펼쳐지는 고산 준봉들을 배경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설천봉 능선을 150m쯤 지나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데크 계단을 인파에 떠밀려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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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 눈꽃산행 (tistory.com)

 

무주 덕유산 눈꽃산행

부드러운 능선따라 절경… 곳곳마다 눈꽃-상고대 반겨 '눈(雪)' 없는 겨울은 상상만으로도 을씨년스럽다. 마침 지난 연말연초 호남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다. 너무 쌓여 불편도 따랐지만 두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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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사방으로 수채화 풍경 펼쳐져

철쭉과 참나무 숲 위에 눈으로 잔뜩 덮여 있는 눈꽃 숲속으로 난 눈꽃 터널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 왕래가 간신이 되는 눈꽃 숲 터널 양쪽으로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비한 눈꽃 잔치가 펼쳐졌다. 이런 초현실적인 광경을 실제로 목격하는 행운을 잡았다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은 것이 분명한 듯 느껴졌다. 

향적봉 눈꽃터널

가다 서다 반복하며 최대한 천천히 눈꽃을 감상하며 걸음을 내디뎠다. 눈꽃 터널을 400m쯤 오르자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눈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독야청청 서 있는 데크 전망대에 올랐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대기 줄에서 순서를 한참 기다려 인증샷을 찍고 정상으로 향했다. 

다시 150m여 오르자 왼쪽으로 하얀 빙벽으로 변한 거대한 돌덩어리가 설산의 위용을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다시 100m쯤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순백의 결정을 빛내며 빚어내는 눈꽃 절정에 빠져들었다. 향적봉까지 오르는 눈꽃 터널은 마치 천국으로 이르는 길 같은 환상마저 들게 했다. 

향적봉 정상석 앞에는 역시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나 있었다. 정상석 앞에서 사람이 바뀔 때 생긴 틈새 시간을 이용해 번개같이 사진을 찍었다. 정상 인증샷은 산에 오를 때마다 잊지 않는 큰 기쁨을 만드는 신고식이다. 

향적봉 사방으로 펼쳐지는 수채화 같은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고 또 담았다. 삼봉산, 수도산, 오도신, 황석산, 금원산, 기백산 등 1000m가 넘는 고산 준봉들이 주변에 즐비하게 둘러 있어 어느 쪽을 바라봐도 멋진 풍광이다. 

설천봉의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군락이 반겨

정상 조금 아래 있는 대피소부터 중봉까지는 1㎞ 넘게 이어지는 덕유평전 능선 구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과 구상나무들이 하얀 눈꽃으로 단장하고 탐방객을 맞는다. 상고대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걷는 내내 나타나는 설경 포인트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해지는 시간도 갖게 된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누구나 천천히 눈꽃 풍경을 만끽하며 걷는 길이다. 

잔뜩 기대하고 대피소로 내려갔더니 중봉으로 가는 길 입구가 막혀 있었다. 지난밤에 내린 폭설로 막힌 길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아직 뚫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인데 길이 막혀 아쉬움이 컸다. 대피소에서 3000원에 파는 컵라면을 사서 준비한 삼각김밥과 먹고 향적봉으로 되돌아 올라섰다.

향적봉에서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데크 계단으로 내려섰다. 대다수의 많은 관광객은 곤돌라를 타고 올라와서 눈꽃을 즐긴 후 다시 곤돌라로 내려간다. 눈꽃을 즐기러 온 산행이지만 운동도 해야 해서 백련사 쪽으로 하산 코스를 택했다. 

무주 삼공리 백련사 향적봉 (tistory.com)

 

무주 삼공리 백련사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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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무주구천동 계곡 눈길 트레킹

하산길 양옆의 소나무와 구상나무, 참나무 등은 얼어붙은 눈꽃들로 또 다른 백색의 설국을 이루고 있었다.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쌓여있는 눈과 어울려 기가 막힌 설경을 선사했다. 또다시 기쁨에 겨운 탄성을 계속해서 질러대며 눈구덩이 길을 희희낙락대며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예전과는 달랐다. 아! 그렇지. 반대편 안산 방향에서 향적봉으로 올라오려던 등산객들이 길이 막히고 곤돌라 티켓도 매진이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반대편의 백련사로 와서 등산하기 때문이었다. 이쪽 구간은 2.5㎞로 거의 아주 심한 급경사 길이어서 사람들 모두가 땀범벅이 돼서 헉헉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하산길은 눈으로 좁아진 데다 발까지 눈에 푹푹 빠지는 길이라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무주구천동 계곡 상류 지점인 900m 높이에 있는 백련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무주구천동 관광특구까지는 거의 6㎞ 정도 됐다. 눈길은 계곡 옆으로 길게 이어진다. 차도에 눈도 수북이 쌓여있다. 겨울 눈길 낭만을 즐기기에 최고의 걷기 길이었다. 계곡 양옆으로 난 어사길이란 걷기 길은 여름철 계곡 피서 때 걸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일행 없이 혼자 걷는 길이라서 걷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발밑에서는 계속해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수없이 올라왔다. 이만큼 눈이 쌓여있는 눈길을 다시 걸어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환상의 눈꽃과 환상의 눈길 걷기까지, 너무나 즐겁고 기분이 좋다. 서울행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싣는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2023 윤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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