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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안보/무기 장비

칼 구스타프 Carl Gustaf 무반동포

by 구석구석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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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10산악사단 소속 병사가 칼 구스타프 무반동포를 가상표적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7500억달러(825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 135만명의 병력, 세계 방위산업체 상위 100개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해 가공할만한 첨단 무기를 끊임없이 만드는 나라….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군사력을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런 미국이 꾸준히 수입해서 쓰는 무기가 있다. 스웨덴 사브(SAAB)가 만든 칼 구스타프(Carl Gustaf) 무반동포다.

미 육군 장병이 아프간에서 칼 구스타프 무반동포를 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지상군 ‘필수 아이템’이 된 이유는

무반동포는 발사 시 포신이 후퇴하지 않고 반동이 없는 포다. 정확한 의미는 높은 명중률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반동이 작다는 뜻이다. 전차를 파괴하거나 보병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인다.

1948년부터 스웨덴군이 사용한 칼 구스타브 무반동포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활약, 현대전에서는 꼭 필요한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70여년 동안 끊임없는 성능개량을 거친 덕분에 미국과 일본 등 40여개 국가에서 사용 중이다.

공산권 국가나 제3세계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들에게 RPG7 로켓발사기가 있다면, 서방권 국가 군대에게는 칼 구스타프가 있는 셈이다.

칼 구스타프는 무게 7㎏에 길이는 1m 수준에 불과해 보병이 쉽게 휴대할 수 있다.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던 병사들이 하차 후 전투에 투입될 때 유용하다. 

86㎜ 포탄의 ‘가성비’도 중요한 요소다. 사브는 대전차용, 대인용, 진지파괴용 등 작전 유형별로 탄약을 다양화했다. 심지어 참호 뒤에 숨어있는 적군을 살상하기 위한 유효사거리가 1㎞ 수준인 공중폭발탄약까지 만들었다. 벽돌 건물과 콘크리트 벙커는 물론 장갑차나 구형 전차도 파괴할 수 있다.

미 육군 장병들이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반면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미군은 아프간 전쟁에서 엄폐물 뒤에 있는 탈레반을 공격하기 위해 1발당 가격이 8만 달러에 달하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했다. 반면 칼 구스타프 포탄 1발 가격은 재블린 미사일의 3% 수준인 2400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육군이 쓰는 판저파우스트3 대전차로켓이 3발을 쏘면 발사기 수명이 다하는 것과 달리 10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산 무기 대신 칼 구스타프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미 육군과 해병대는 아프간 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최신형인 칼 구스타프 M4를 채택한 상태다.

이밖에도 칼 구스타프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탄도 계산기를 갖춰 적을 신속하게 찾아내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제작사인 사브는 특수전부대에서 사용할 정밀유도로켓탄을 개발하고 있다. 로켓탄이 실용화된다면 서방국가의 특수전부대 화력 증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 장병들이 칼 구스타프 무반동포를 휴대한 채 훈련을 하고 있다. 사브 제공

◆北 RPG에 맞설 화력 장비 필요

한국 육군은 1979년부터 M67 90㎜ 무반동포를 국내에서 생산해 일선부대에 배치했다. 

1995년부터는 독일에서 만든 판저파우스트3를 도입했다. 발사기 1대로 3회까지 사격이 가능하고 광학조준장비를 갖춰 1회용인 M72 로켓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러시아 경제협력 차관 상환을 위해 진행된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메티스M 대전차미사일과 2015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현궁 대전차미사일도 운용중이다.

참호나 벙커 등을 공격하는데 쓰일 수 있는 무기는 90㎜ 무반동포가 유일하다. 하지만 90㎜ 무반동포는 노후한데다 발사 후 폭풍이 강해 현대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값이 비싼 대전차미사일은 수적으로 한국보다 우위인 북한 전차나 장갑차 공격에 주로 투입되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이 저렴하고 튼튼하면서도 위력이 강한 RPG7 로켓추진수류탄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칼 구스타프와 유사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칼 구스타프와 유사한 무기를 국내 개발하는 ‘한국형 대전차 로켓’ 사업은 업체 주도로 탐색개발이 진행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현재는 관련 움직임이 거의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관통력을 대전차미사일 수준으로 설정하는 등 군요구성능(ROC)이 과도한 것도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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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 숫자가 적어 휴대가 용이하면서도 화력이 강한 화력지원장비가 필요한 해병대나 특전사 등에서는 “이렇게 된 거 외국에서 사오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외국에서는 대전차 로켓에 강력한 관통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90㎜ 무반동포처럼 전차를 파괴하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지속된 ‘테러와의 전쟁’은 무반동포의 개념을 바꿨다.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은 당혹스런 상황에 직면했다. 미군은 사막에서 전투를 치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무장세력은 바그다드나 바스라처럼 대도시에서 미군을 공격했다. 건물에 매복한 무장조직원들은 AK 소총과 RPG 로켓추진수류탄으로 길가에 있던 미군을 살상했다. 미군이 해당 건물을 공격하면 인접한 건물로 이동해 미군이 점령한 건물에 RPG를 쐈다. 

이같은 공격에 대응하려면, 강력한 화력을 갖춘 무반동포가 필요하다. 다만 전차 파괴보다는 콘크리트나 벽돌 건물, 구형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할 정도면 된다. 건물 안에서 반격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 발사 후 폭풍이 크지 않아야 한다. 장갑차나 헬기, 수송기에 탑승하는 장병들을 위해 길이는 짧고 무게는 가벼워야 한다.  

한국 해병대 장병들이 90㎜ 무반동포를 겨냥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은 현재 장병들의 전투능력을 크게 높이기 위한 ‘워리어 플랫폼’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병력 감축에 따른 전력 약화 우려를 병사 개개인의 전투능력을 높여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야간 조준경과 확대경, 조준지시기 등으로 구성된 개인전투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개인전투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육군 소부대의 화력 증강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격용 드론 개발과 배치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공군의 공중지원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국내 개발도 가능하겠지만, 신속한 전력화와 비용절감을 위해 칼 구스타프와 같은 무기를 직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2020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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