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제산은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명명하고 수도 포교할 때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서 내왕이 어려우므로 구름다리로 서로 오가고 했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며, 신라 제2대 남해왕비 운제부인의 성모단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과거에 자장, 원효, 혜공 등 고승들이 이 산에서 수도하였다고도 전해진다.
경북 포항의 운제산 자락에는 고운 은린을 자랑하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돌아다니는 오어지가 있다. 이 오어지를 앞에 둔 그림 같은 사찰 하나가 있으니 그 이름도 특이한 '오어사'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자락을 뒤로 하고, 원효암과 자장암을 부속 암자로 거느린 소박한 절. 절에는 늘 묘려한 기운이 서려 있는 법. 전국 최대의 방생도량으로 유명한 오어사에는 그립고 아득한 향기가 수채화처럼 흐르고 있다.
원효, 혜공, 자장, 의상 등 신라 4대 고승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천년 고찰 오어사. 신라 진평왕 대에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는 이 절의 원래 이름은 '항사사'였다. 그런데 원효와 혜공의 장난기 어린 이적 때문에 '오어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어사 입구문과 대웅전오어사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로 당초에는 항사사라 불렀으나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 곳에서 수도할 때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시합을 하였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헤엄치는 자리, 그 고기로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하여 「나“오”, 고기“어”」자를 써서 오어사라 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데, 절의 이름에 유일하게 고기 어자가 들어가는 오어사의 유래를 재미있게 설명한 것이라서 세인들에게 흥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오어사는 재미있는 이름만큼이나 볼거리가 많은 절이기도 하다. 경북문화재 제88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보물 제1280호인 범종이 있으며, 원효스님의 삿갓이 보존되어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신 주 법당으로 조선 영조 17년(1741)에 중건한 것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 양식의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다.
이 대웅전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연꽃무늬의 특이한 단청이다. 청련과 백련의 꽃살 무늬가 복합문에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호수에서 반사된 은빛이 연꽃에 스미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또한 대웅전 천장에는 두 마리의 학이 정교하게 양각되어 있어 천상의 세계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청기와로 이루어진 범종각은 대웅전의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범종의 사연 또한 범상치 않다. 화려한 당초문과 비천상, 용두조각이 새겨진 동종은 고려 고종 3년에 순광이 주조했다고 전해진다.
높이 92cm, 직경 60cm이며 무게는 약 180kg이다. 이 동종은 우연히도 오어지 준설작업을 하면서 발견된 것으로 유명하다. 오어사 측은 일제가 이 동종을 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밤에 몰래 계곡에 묻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찰 입구에는 단층 한옥으로 된 작은 기념관 하나가 있다. 기념관 안에는 원효대사의 삿갓과 수저, 법화경 4점과 오어사 사적지 2점, 그리고 대웅전 상량문 등 약 2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원효의 삿갓은 흔히 보는 삿갓보다 10배는 섬세한 풀뿌리로 짜여져 있다. 삿갓의 뒷부분은 거의 삭아 버렸는데 겹겹이 붙인 한지에 붓글씨가 써 있어 천 년 세월의 향기가 오롯이 묻어있다.
오어사에서 반드시 가보야 할 곳은 원효암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다. 대웅전의 왼편에 있는 널따란 공터에 가면 오어지를 가로지는 다리 하나가 나온다. 이 다리 위에 올라가서 호수를 내려다보면 물 반 고기 반을 바로 실감할 정도로 물고기가 많다.
그리고 뒤를 돌아 운제산 자락을 쳐다보면 짙푸른 녹음 사이로 휘돌아가는 맑은 계곡 수를 하염없이 볼 수 있다. 정결하면서도 웅장한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넉넉함이 어찌 그리도 푸근한지!
▲ 오어사 뒤 가파른 봉우리에 앉은 자장암은 계곡과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처다.
오어사에 갔다가 원효암을 둘러보지 않으면 반만 본 셈이다. 원효암만 보고 못(일월저수지)을 따라 걸어보지 않으면 그 반의 반만 본 셈이다.
오어사에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면 원효암으로 가는 숲길이다. 단 5분만 걸어도 때묻지 않은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숲길을 따라 가다 보면 계곡으로 오르는 돌계단에 나타나는데, 그 길이 원효암 가는 길이다. 그러나 곧장 오르지 말고 물가로 난 오솔길을 걸으면 산자락이 끝나는 곳까지 물과 함께 걸을 수 있다. 편안하고 매력적인 산책길이다. 물과 헤어질 지점에서 산등성이로 난 길을 걷다가 오어사가 보이는 지점에서 저수지쪽으로 내려서면 다시 원효암으로 오르는 돌계단이다. 아주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된다. 지금 원효암에는 도라지꽃, 봉숭아, 수국, 비비추, 접시꽃이 만발해 있다.
자장암은 자장 율사가 수도한 처소로 높은 절벽 위에 있으며, 1998년 진신 사리를 모신 세존진신보탑이 있다. 위치가 높아서인지 주변 경치는 절경이다. 가기 전에는 등산로 입구에는 고승들의 부도로 추정되는 부도 7기와 비석 1기가 있다.
운제산
오천읍 항사리 오어사주차장~자장암~입산신고소~운제산~이정표삼거리~(홍계리)갈림길~(경주)갈림길~시루봉~(산여리)고개~422봉(헬기장)~원효암~오어사 순. 걷는 시간만 약 4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쯤 걸린다. 길은 대체로 뚜렷하나 갈림길 몇 군데서만 주의하면 길 잇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들머리는 오어사 앞 주차장에서 산자락 비탈 계단길로 열려있다. 이 길은 자장암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입구에 관광안내도와 자장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참고한다. 8분쯤 급한 길을 올라가면 자장암에 닿는다. 암자에서 오어사와 오어지를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등로는 자장암을 뒤로 하고 대각리로 연결되는 차도를 따른다. 곧 운제선원을 만나고, 조금 더 가다 차도와 헤어진 뒤 곧 또 다른 차도를 만난다. 이번은 대각리에서 산여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역시 차도를 따르면 곧 산불감시를 위한 입산신고소에 닿는다. 자장암에서 입산신고서까지 6분쯤 걸린다.
입산신고소에서의 등로는 차도를 왼쪽으로 보며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린다. 이후 포항시민들이 즐겨 찾는 오름길의 산길을 따르면 된다. 길이 훤한 데다 이정표도 군데군데 세워져 있어 길 잇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대각온천 갈림길이 있는 이정표까지 20분, 다시 운제산 정상 직전 이정표 갈림길까지 17분이 더 걸린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정상 직전 갈림길은 이번 산행의 중요한 포인트다. 여기서 육각정 전망대가 세워져 있는 정상이나 집채만 한 바위가 인상적인, 해병혼의 상징인 대왕암으로 가려면 왼쪽의 사면길을 택하고, 일주산행을 위해 시루봉으로 가려면 오른쪽 사면길을 나서면 된다. 정상은 왼쪽의 사면길을 조금 따르다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름길을 따르면 된다. 3분 소요. 정상은 지난해 가을 세워진 정자가 있어 주변의 조망을 만끽하는 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다. 대왕암은 사면길을 줄곧 이어가면 능선이 꺾어지는 지점에서 만난다. 갔다오는 데 20분쯤 소요된다.
시루봉은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만나는 이정표 갈림길의 왼쪽(진행방향에서 볼 때), 즉 이정표의 온천장 방향을 따르면 된다. 길은 외길로 능선을 이어가거나 사면길을 따라간다. 샘터까지 1분, 이정표가 있는 온천장 갈림길까지 14분이 더 걸린다.
온천장 갈림길에서의 등로는 진행방향 정면의 직진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110도 정도 꺾어지는 듯한 길로 연결된다. 이정표의 시루봉 방향(3.8㎞)을 참고한다. 이후 임도수준의 넓은 길을 만나는 또 다른 갈림길까지 줄곧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27분 소요.
임도수준의 넓은 길을 만나는 갈림길에서 등로는 오르막이 약간 있는 왼쪽길이다. 오른쪽(북쪽)은 홍계리로 내려서는 하산로다. 완만히 올라가는 그 길을 따라 8분쯤 가면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게 된다. 이어 그 고개 너머 안부로 살짝 내려섰다 다시 다른 고개로 올라서는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지점이 두번째로 중요한 포인트다. 시간적으로 2분 소요. 바로 이 고개를 넘어 직진하면 임도를 따라 경주시 왕신리로 가게 된다. 여기서 시루봉 가는 길은 당연히 왼쪽이다. 길은 그러나 능선을 따르지 않고 능선의 왼쪽 사면을 ?아간다. 고개로 넘어서기 직전 오른쪽에 빨간 바탕에 '배느리 가는 길 입구' 팻말이 달려 있어 참고한다.
사면길에 접어들었다면 이후 시루봉 직전의 안부4거리까지 부드러운 외길 능선길이다. 진행방향 왼쪽으로 오롯한 운제산 육각정이 눈길을 끈다. 안부사거리까지 35분쯤 걸린다.
안부사거리 역시 독도 유의점이다. 여기서 산여리 고개 쪽으로 바로 가려면 진행방향에서 왼쪽(동쪽)으로 110도쯤 꺾이는 사면길을 택해야 한다. 진행방향 직전의 사면길은 시루봉을 거치지 않고 경주시 추령으로 가는 종주길이다. 시루봉은 진행방향 오른쪽의 오르막길로 연결된다. 밋밋한 봉우리인 시루봉까지 갔다오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전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산여리 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이후 등로는 옛길 수준의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초봄께 다시 찾으면 꽃대궐 속을 걸을 것 같다. 고개까지 24분 소요.
대형 헬기장이 있는 422봉은 비포장도로인 고개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 오르막길로 연결된다. 이후 등로는 대체로 마루금을 이어가지만 몇몇 지점에서 봉우리를 다 오르지 않고 살짝 우회하기 때문에 대체로 뚜렷한 길을 따르면 된다. 다만 422봉은 조망이 시원해 정상 직전 왼쪽 사면길로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올라보도록 한다. 422봉까지 35분쯤 걸린다.
422봉에서 원효암 가는 길은 왼쪽으로 열려 있다. 조금 급하게 내려선 뒤 산 중 못 직전의 갈림길까지 편안한 능선길을 좇으면 된다. 10분 소요.
갈림길에서 등로는 왼쪽의 내려서는 길로 이어진다. 물론 진행방향 직진의 길을 따라도 원효암으로 연결해 갈 수 있다.
왼쪽으로 내려섰다면 곧(1~2분) 오른쪽으로 산 중 못을 만난다. 이곳에서도 못을 가로질러 건너편 능선으로 가서 원효암으로 갈 수 있다. 산&산 팀은 비교적 부드러운 길을 택해 원효암으로 가기 위해 물길을 건너지 않고 진행방향 정면의 길을 따랐다.
원효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부드러운 능선을 올라 내려섰다가 다시 부드러운 오르막이 시작되는 안부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연결된다. 별다른 표식이 없어 못에서 8분쯤 거리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이후 6분쯤 계곡을 내려가면 계곡 오른쪽으로 원효암 지붕이 보이고 원효암을 거쳐 아래로 떨어지는 계곡길을 따르면 15분쯤 걸려 오어사에 닿게 된다. 다리를 건너기 전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곳은 운제산 최고의 경관인 오어사와 그 왼쪽 벼랑 위의 자장암임은 물론이다.
/ 부산일보 징용성기자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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