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무안] 봄 주꾸미, 가을 낙지란 말이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가을 낙지는 부드럽고 봄 낙지는 쫄깃하다. 신안과 무안에서 뻘낙지가 올라온다는데….뻘낙지의 고장 무안에 다녀왔다.
갯벌의 미네랄과 풍부한 먹잇감들
낙지는 사는 곳이 일정치 않다. 갯벌에서 일생을 사는 낙지도 있고, 깊은 물 바위틈에서 서식하는 낙지도 있다. 갯벌 낙지는 머리가 갈색이고, 바위틈 낙지는 머리가 불그스름하다. 낙지가 서식하는 곳에 따라 낙지를 잡는 방식이 다르다.
잡는 방식에 따라 낙지 이름도 달라진다. 깊은 물에 사는 낙지는 낚시로 잡아서 ‘주낙낙지’, 바닷물이 잠겨 있는 갯벌에 사는 낙지는 통발로 잡아서 ‘통발낙지’다. 갯벌에 사는 낙지는 맨손으로 잡으면 ‘손낙지’, 가래로 파서 잡을 때 ‘가래낙지’, 깜깜한 밤에 자갈밭에서 횃불을 들고 나가서 잡으면 ‘횃불낙지’라 부른다.
무안이나 신안에 사는 사람들은 갯벌에 사는 낙지를 ‘뻘낙지’라 부른다. 그리고 ‘뻘낙지가 더 맛있다’는 말을 꼭 덧붙인다. 갯벌이 품고 있는 미네랄을 많이 섭취하고 썰물일 때 햇빛과 바람을 쬐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낙지는 몸뚱이 모양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이 한 가지 더 있다. 다리가 가늘다 해서 불리는 세발낙지다. 세발낙지는 성체도 몸집이 작아서 우리나라 최대 세발낙지 산지는 해남 산이면과 영암 미암면 일대였다.
영암호 간척사업 때문에 갯벌이 농지로 바뀌고, 세발낙지 최대 서식지가 사라졌다. 지금은 무안과 신안에서 적은 숫자가 서식하고 있다.
무안이나 신안 어민들은 갯벌에 사는 낙지를 잡는다. 맨손이나 팔을 갯벌의 낙지구멍에 밀어 넣어 낙지를 잡거나 낙지구멍을 가래로 파헤쳐서 낙지를 잡는다.
아주머니들이나 아저씨들이 갯벌에서 재빠른 동작으로 작은 구멍에 팔을 집어넣고 10여 초 뒤에 산낙지를 손에 쥐고 일어서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낙지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은 바닷물이 썰물일 때 3, 4시간이다. 갯벌에서 하는 일이라 힘이 들어서 오래 할 수도 없다.
가래질은 빠르면 서너 번, 오래 해도 대여섯 번이면 결판이 난다. 항상 낙지를 잡아 올리지 못하고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다.
낙지가 깊은 갯벌에 있거나 옆으로 도망친 경우엔 빈 가래질만 하게 된다. “젊어서 낙지를 많이 잡을 때는 하루에 한 주전자 이상, 두세 뭇씩 잡았지요. 요새는 그렇게 안 잡혀요.” 무안군 해제면 오정용 어민의 이야기다.
사계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낙지요리들
갯벌낙지는 3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잡고, 6월 한 달 산란기에는 잡지 않는다. 낙지의 수명은 1년이다.
산란 후 3주 정도 지나면 부화하고, 이때 어미는 죽는다. 새끼 낙지들은 어미의 살을 뜯어 먹고 자라며 한 달이면 거의 성체가 된다.
가을부터 추위를 피해 깊은 갯벌로 들어가는 초겨울까지는 낙지가 부드럽고, 겨울을 견뎌낸 후 봄부터 산란기 전까지 몸에 살집이 붙는다. 이때, 꽃피는 춘삼월에 잡힌 낙지를 ‘꽃낙지’라 부른다.
낙지는 어린 물고기나 칠게를 잡아먹고 산다. 특히 갯벌에 사는 뻘낙지는 칠게나 조개류, 새우를 긴 발로 잡아서 먹는다.
주낙으로 낙지를 잡는 어민들은 미끼로 칠게를 사용하는데 칠게 잡는 일이 더 어려워서 수입산 칠게를 사용하기도 한다.
3월 중순, 낙지의 고장 무안에 있는 낙지의 거리에는 미식가들이 찾아온다. 읍내 수산시장은 물론 음식점 수족관마다 낙지들이 웅크리고 있다.
낙지들은 서로 살을 맞대고, 꼬물거리고 있다. 간혹 수영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로 몸이 뒤엉키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이동한다.
낙지 요리는 다양하다. 무안 음식점에서는 산낙지를 칼로 잘게 자른 탕탕이와 끓는 국물에 산낙지를 데친 연포탕, 데친 낙지랑 미나리와 고추장과 식초를 넣고 만든 초무침이 유명하다.
도시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 낙지볶음은 주요 메뉴가 아니다. 낙지볶음은 낙지가 많이 잡힐 때 냉동시킨 낙지를 사용하여 갖은 양념을 넣고 철판에 볶아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탕탕이는 애주가들의 안주로 사랑을 받고, 연포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식사용 음식이다.
초무침과 낙지볶음은 술안주와 비빔밥용으로 인기 있는 메뉴이다. 소갈비와 낙지를 넣고 끓인 갈낙탕, 불고기에 낙지를 섞은 불낙전골, 그리고 짚에 감아서 숯불에 익힌 호롱, 낙지죽 등 다양한 파생 메뉴가 있다.
피로해소와 원기회복에 좋은 강장음식
낙지는 사람 몸에 좋은 보양 강장 식품으로 유명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영양부족으로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기록이 있다. 낙지는 단백질과 칼슘, 각종 비타민, 인, 철분 등 스태미너를 구성하는 성분을 품고 있다.
낙지의 단백질에는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특히 타우린은 피로 해소와 원기회복에 좋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또한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 한다는 이야기다.
몇 해 전, 모 시장이 낙지의 먹물을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발표를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모든 생선 내장에 들어 있는 정도의 미량의 중금속이 발견되었는데 그걸 침소봉대한 것이다.
결론은 매일 낙지 몸통에 있는 먹물통을 하나씩 몇 달 동안 먹어도 괜찮을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실제로 남도 미식가들은 낙지에서 먹물을 빼고 먹으면 ‘촌놈’이라며 웃는다.
산낙지 탕탕이를 먹을 때도 먹통을 챙겨달라고 하면 챙겨준다. 연포탕을 만들어 먹을 때는 먹통이 적당히 익으면 응고된 상태로 먹는다. 맨 마지막에 먹으면낙지 육질과 다른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는 낙지 축제도 열리고, 음식점마다 위생과 환경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음식도 정갈하게 준비하고, 제철 밑반찬을 준비하지요.”
조영희 무안군 관광과장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도 계속 정비하는 중이다고 한다. 무안 읍내 수산시장과 낙지의 거리에는 간판도 세련되게 바꾸고, 음식점 입구와 외관도 깨끗이 정비했다. 무안읍내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낙지요리를 파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망운면에 무안갯벌 낙지직판장이 있고, 조금나루에는 낙지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낙지공원에서 탄도 너머로 펼쳐지는 노을이 환상적이다. 해제면 도리포에도 아침마다 열리는 낙지위판장과 낙지요리 전문 음식점들이 있다. 산낙지를 사서 수도권까지 가져가도 하루 정도는 살아 있어 택배로 주문해서 산낙지를 즐기는 애호가들도 있다고 한다.
/ 출처 : 여행스케치 박상대기자
전라남도에서 남도음식거리로 지정된 무안뻘낙지거리
무안 세발낙지는 갯벌을 돌아다니며 작은 게인 능쟁이와 갯지렁이, 조개, 망둥이를 먹고 자란다. 깊은 바다에서 통발로 잡는 낙지와는 다르게 매끄럽고 빛깔이 곱다. 운남·망운·청계·현경면 일대의 광활한 갯벌에서 잡힌 낙지는 주로 무안 읍내에서 유통되고 소비된다.
50여 년 전부터 낙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모여 무안 낙지골목(무안 뻘낙지거리)이 형성됐는데, 현재 20여 개 식당이 성업 중이다.
뻘낙지거리가 유명해진 데는 다양한 요리법이 한몫하고 있다. 이곳 식당에서는 산낙지를 비롯해 낙지초무침, 연포탕, 갈낙탕, 낙지비빔밥, 낙지죽, 낙지호롱이, 탕탕낙지, 기절낙지 등 다양한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문을 하면 수족관에서 낙지를 잡아 올리는데, 싱싱함을 증명하듯 그릇에서 탈출하기가 다반사다. 무안 뻘낙지거리는 곡성 압록 참게 은어거리, 광양 숯불구이 특화거리와 함께 전라남도가 2월의 추천 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탕탕이(낙지회)는 산낙지를 참기름이나 마늘을 다진 소금에 찍어 먹는 식이다. 꼬물거리는 낙지다리를 씹을 때 입 안에 착 감기는 쫄깃한 식감이 오묘하다. 보드라운 낙지 살과 구수한 국물이 어우러진 연포탕, 나무젓가락에 통째로 감아 한입에 씹어 삼키는 호롱이와 함께 낙지 요리 삼총사다. 세 가지 요리를 한 번에 맛보려면 세트요리를 주문해야 한다.
/ 자료 -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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