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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부산광역시

기장 대변리 토암도자기공원 대변항 멸치축제

by 구석구석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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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31번국도변

경부고속도로 원동 IC~벡스코 사거리~송정방향 좌회전~송정터널~시랑리~대변항/ 경부고속도로 번영로~석대 IC 기장방면(14번 국도)~기장(15㎞), 서울서 4시간30분 소요.

 

멸치로 유명한 부산시 기장의 대변항. 그 아늑한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자리잡은 토암도자기공원 051-721-2231. 이름은 도자기 공원이지만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흙으로 만든 인형, 토우들이 대부분이다. 귀가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언제나 방긋방긋 웃는 토우들은 바로 이곳의 주인인 도예가 토암 서타원 선생이 분신처럼 여기는 ‘귀한 자식들’이다.

토암도자기공원은 초입부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삐죽한 나뭇가지마다 도자기로 만든 풍경이 매달려 있는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옹기종기 모여 한껏 입을 벌린 채 노래를 하는 토우 합창단의 모습도 특이하다. 마치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환영가를 불러주는 듯한 형상이다.

흙으로 빚은 종 모양의 이곳 풍경은 소리도 남다르다. 그동안 흔히 보던 쇠로 만든 풍경이 가늘고 고운 소프라노 소리에 비유된다면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나오는 도자기 풍경의 소리는 뭐랄까,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굵직한 바리톤 음색인 듯싶다. 

“대개 바닷가에 가면 바다 좀 보고 회나 한 접시 먹고 가는 거지, 마땅히 할 게 없잖아요. 우리 집에 오면 흙도 만질 수 있고, 도자기도 구울 수 있고, 야외 전시장에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고, 2천2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토우도 볼 수 있고… 우리 집의 목적은 산속의 작은 문화공간으로서 편안한 쉼터 역할을 하자는 거죠.”  

오래된 통나무 울타리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음악회 공간도 이색적이다. 투박하고 낡은 마룻바닥 무대에 잔디마당으로 이루어진 객석…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노란 불빛의 가로등이 은은하게 비치는 가운데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앉아 감상하는 산속의 음악회는 그야말로 ‘분위기가 끝내줘~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아울러 이곳은 30년간 흙을 주무르며 살아온 서타원 선생의 지도를 받아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도자기를 빚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방문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만들어볼 수 있지만 ‘수강생’이 다섯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만드는 비용은 1인당 1만원이고 도자기를 빚은 후 20일 후에(도자기가 어느 정도 모아져야 가마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 자신의 작품을 가져갈 수 있다(지역이 멀어 도자기를 가지러 오기 힘들 경우 택배로 신청하면 된다). 주로 방학 때나 연휴 때 가족 단위로 오거나 인근에 있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와서 체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곳의 백미는 2천2개에 달하는 토우들이다. 2002 월드컵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토우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토우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특히 가까운 해운대 특급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맨 처음에 폴란드전에서 이겼잖아요. 그 이튿날 폴란드 축구 임원진들이 이곳에 왔는데 그들이 하는 말이, 대한민국은 붉은악마 응원단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런 산속에서까지 (토우들이)입을 벌리고 응원을 하니까 자기들이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토암 선생의 말을 듣고보니 그도 그럴 법 했다. 공원 건물 뒤편에 있는 뒷산은 온통 토우들로 ‘도배’되어 있는 가운데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 같은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처음엔 2천2개라는 숫자의 규모가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혔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니 순간 토우처럼 입이 딱 벌어지게 된다.

토우들은 저마다 모습도 특이하다. 그들 무리중엔 태극전사들도 있고, 특유의 땡땡이 무늬 넥타이를 맨 히딩크 감독도 있고, 정몽준 의원, 노무현 대통령도 끼어있다. 그러고 보니 마치 숨은 그림 찾기 식으로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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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없고 머리 뚫린 토우에게 뭔가를 배우는 여행

이렇듯 2천2개의 토우들은 제각각 다른 얼굴, 다른 표정이다(토우의 얼굴색이 다른 것은 불의 온도 차이 때문이라고). 토암 선생에 의하면 대략 7백~8백개까지는 오십 평생 살아오면서 만났던 인연들을 떠올리며 작품에 반영했지만 그후로는 한계에 부딪혀 도저히 새로운 얼굴이 탄생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유치원에도 가보고 초중고등학교에도 가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장소를 일일이 찾아다녔다고. 뿐만 아니라 길을 다닐 때도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토암 선생의 토우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웃음을 선사한다. 아마 화가 웬만큼 난 사람도 이곳 토우들을 보면 금세 얼굴이 풀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다.

이곳 토우는 세가지 특징이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우선 귀가 없고, 머리 꼭대기가 뻥 뚫린 채 열려 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 토암 선생을 통해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새삼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왜 귀가 없느냐, 내가 암에 걸리고 나니 병은 한가지인데 약은 천가지라고, 주변에서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많은 거야. 너무 많은 처방법에 시달리다보니 이건 좋은 소리가 아니라 탁한 소리, 허튼 소리로 들리면서 오히려 치료에 혼돈이 오는 거야. 그러면서 아 이젠 탁한 소릴 듣지 않으리라 싶어 귀 없는 토우를 만든 거지. 요즘 세상에는 좋은 소리보단 허튼 소리가 더 많아.”

머리가 뻥 뚫린 이유는 과거의 집착과 욕심을 버리자는 생각에서다.

“사람이 아는 게 많으면 자꾸 생각을 하게 되고 계산을 하게 되지. 그러다보니 암과 싸울 수 있는 여력도 없어지고 힘들다 싶어 바보처럼 조금은 멍청하게 살고 싶었어. 가슴은 비울 수 없어도 머리는 좀 비우고 살자는 거지.

또 토우들이 다들 합창을 하고 있는 이유? 고통스럽고 힘든 투병생활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어서지. 암환자 보면 대개 쭈그러진 얼굴상을 하고 있잖아. 노래한다는 자체는 즐거움이니까….”

토우를 만든 것도 암이 계기가 되었다. 암수술을 받고 난 후 토암 선생은 몸무게가 무려 25kg이나 빠지면서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흙쟁이는 흙을 만져야 한다’는 집념 때문에 물레에 앉았다. 그러나 기력이 달리니 흙더미를 올려 물레질을 하다보면 자꾸만 찌그러졌다. 그렇게 올리려다 찌그러져 나온 것이 바로 토우다.

그러나 토암 선생은 이제 더 이상 토우를 만들지 않는다. 차가운 성질을 지닌 흙을 만지면 안된다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흙쟁이에게 흙을 만지지 말라는 것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지만 이미 집착도 욕심도 다 벗어 던진 토암 선생은 이제 2천2명의 자식만으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차가운 흙을 놓은 대신 이젠 따뜻한 불을 잡았다. 30년간 도공 생활을 해오면서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은 불을 지켜보았기에 불그림을 통해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불이라는 게 참 묘해. 도자기를 구울 때 보면 처음에는 모닥불에서 시작해 조금 지나 중간불이 되면 시커멓게 연기가 나면서 요동을 치거든. 그 흐름이 엄청 우렁차단 말이야. 그게 인생에 있어선 30~40대라고 볼 수 있지. 그러다 1천도가 넘으면서 고열이 되면 불이 조용해져. 그게 50대야. 그러고 1천3백도가 되면 느낌이 없어져. 그리고 나면 한줌의 재만 남는 거야. 우리 인생하고 똑같아.”

불을 통해 이렇듯 인생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은 토암 선생의 불그림 또한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토암도자기공원은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물론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담겨 있는 곳이다. 4월이 오면 한번쯤 이곳 기장에 와서 싱싱한 멸치회도 맛보고 토암 선생이 말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토암도자기공원 

 

대변항에서 열리는 기장 멸치축제는?

멸치잡이 전진 기지가 있는 기장군 대변항은 말이 부산광역시지 대도시의 느낌이 들지 않는 동해의 아담한 포구이다. 마을 사람들의 멸치후릿 그물 당기는 모습을 곧잘 묘사한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도 바로 지척이다. 이즈음 대변항을 찾으면 온통 생멸치로 넘쳐 난다. 포구 주변 난전은 물론, 횟집, 건어물전에도 멸치가 지천이다. 국내 멸치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변항이 봄멸치 어획 시즌을 맞았기 때문이다.

멸치는 흔히 잡히는 시기에 따라 봄멸치와 가을멸치로 나뉜다. 봄철인 4~6월 산란을 위해 기장 인근 앞바다를 찾는 봄멸은 지방질과 타우린이 풍부한데다 육질도 연해 회, 구이, 찌개, 젓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매일 아침 5시, 동틀 무렵 대변항은 분주해진다. 대변항 선적 20~30톤급 멸치잡이 배 12척이 조업에 나서는 시간이다. 목적지는 대변항 10마일(16km) 해상. 이 즈음 멸치 떼는 부산~울산 앞바다에 출몰한다. 이른 아침 출항하면 보통 점심 무렵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데, 어로 작업에 차질을 빚는 날이면 오후 서너 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일단 멸치 떼만 찾으면 조업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길이 2km의 유자망을 쳐서 멸치 떼의 이동 통로를 차단한 뒤 어군탐지기로 포획 상황을 살펴 그물을 감아올린다. 올 멸치 작황은 예년만 못하다. 아직 차가운 수온 때문이다. 따라서 조업 시기도 더 늦춰질 전망이다. 만선으로 귀항한 멸치잡이 배의 그물 터는 작업은 이색 볼거리가 된다.

대변항 부두에 정박한 채 유자망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는 과정은 장엄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이 앞선다. 일정한 운율에 맞춰 억센 손아귀로 그물을 잡아 터는 어부들의 재빠른 손놀림에 멸치와 멸치 비늘이 허공으로 튀고, 어부들의 땀방울도 함께 솟아오른다. 포구엔 어느덧 비린내 대신 땀 내음이 가득 찬다. 이처럼 고단한 멸치털이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멸치 한 마리, 살 한 점을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없음을 되 뇌이게 된다.

대변항 선적 멸치잡이배들은 하루 평균 5톤씩 60톤의 멸치를 잡아들인다. 더 많이 잡을 수도 있지만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규제하고 있다. 요즘 소비자가는 20kg생물이 3만~4만원선. 최용학 대변 어촌계장(51)은 "요즘처럼 먹을거리로 시끄러운 시절 우리 어민들이 땀 흘려 건져 올린 싱싱한 멸치는 맛좋은 건강식"이라며 "한 여름이 오기 전에 멸치 맛 보러 대변항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봄멸치에 딱 어울릴 성 싶다. 멸치는 결코 보잘 것 없는 멸어(蔑魚)가 아니다. 요즘 대변항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멸치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길다. 때문에 팽이버섯 만한 잔멸치만 떠올렸다가 막상 갓 잡은 대멸을 보면 '제법이네!' 하는 감탄사와 함께 멸치도 어엿한 생선임을 인정하게 된다. 봄멸치는 살이 부드럽고 기름이 오른 까닭에 가장 맛이 좋아 예로부터 진상품 중 하나였다.

멸치축제

손질 해둔 멸치회는 하얀 육질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있는가 하면 등 푸른 생선에서 나타나는 갈색의 육질이 띠처럼 이어진다. 작지만 먹음직스럽다. 맛 또한 일품이다. 부드러운 듯 고소한 게 한두 번 우물거리면 혀끝에서 사라지고 만다. 비린내 대신 고소한 고등어의 맛도 살짝 느껴진다. 기장 사람들은 멸치를 기장생미역에 싸먹어야 제 맛이라고들 한다.

된장을 푼물에 시래기를 깔고 생멸치를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멸치찌개는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멸치찌개는 민물 잡어탕이나 꽁치찌개와는 또다른 깊은 맛이 있다. 이 또한 조리과정이 간단치는 않다.

무, 다시마, 멸치를 넣고 미리 만들어 둔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깐 다음 한소끔 끓여낸다. 이후 생멸치를 얹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보글보글 끓여내면 감칠맛 나는 멸치찌개가 완성된다.

얼큰한 국물맛 이상으로 멸치의 부드러운 육질도 기대 이상의 맛이다. 때론 뼈째 입에 들어오면 씹는 맛도 있어 괜찮다. 멸치찌개의 압권은 시래기. 찌개의 모든 맛이 한데 스며든 맛 덩어리로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대변항에는 멸치횟집들이 즐비하다. 대변항 수협공판장 인근 수현활어횟집이 토박이들 사이 맛집으로 통한다. 멸치 회무침(2만~3만원, 2~4인기준). 멸치찌개(2만원, 3~4인분). 멸치회와 찌개 전국 택배도 가능하다. 회(4인기준 3만원), 찌개 (4인기준 2만원). 051-721-8888 대변항에서 맛볼 수 있는 소금구이는 1만원, 포구에서는 젓갈(5000~6만원)과 생멸치, 기장미역 등도 구입할 수 있다.

동해남부에서 제일의 명승지로 알려진 동암리 오랑대.

대변에서 5분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절경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기암괴석이 첩첩이 서있고 뒷편으로는 바위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남쪽 정취를 더해주는 유채꽃도 바다를 보고 피어있어 더욱 아름답다. 조선시대 윤선도가 기장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죽선리 백사장 건너에 있는 송도를 황학대라 이름 짓고 매일 이 곳을 찾아 그 억울함을 달랬던 곳이다.


황학대 근처에는 질좋기로 이름난 기장미역 건조작업이 한창이어서 또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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