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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담양 후산마을 명옥헌 도장곡 송강정

by 구석구석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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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방형의 연못 방죽

그늘이 짙게 드리운 무등산 숲길을 지나 담양으로 내려가면서 만난 광주 댐 풍경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다가온다. 오리나무와 아카시아 나뭇잎사이로 하얀 뭉게구름 피어올라 마음에 머문다.
명옥헌 원림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부터 분홍꽃물결이다. 명옥헌이 있는 전남 담양군 후산마을은 환경부와 담양군에서 지정한 생태마을이다. 마을 회관 앞의 커다란 버드나무 고목은 세월의 무게가 힘겨운지 호수에 빠질 듯이 길게 늘어져있다.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는 여유로움이 좋다

분홍빛 배롱나무 꽃이 활활 타오르는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명승 제58호)은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좁은 마을 안길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여서 차와 맞닥뜨리면 어쩌나 하는 초조감이 들 정도다. 마을 입구 회관 앞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는 것이 여유롭고 좋다. 장방형의 연못 방죽에는 물풀이 빼곡하고 배롱나무 분홍빛 가득하다.

방죽 건너 집, 빛바랜 대나무사립문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립문에 매달린 대나무 우체통엔 오랜 기다림이 머물고 있다.

방죽 건너 집, 빛바랜 대나무사립문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립문에 매달린 대나무 우체통엔 오랜 기다림이 머물고 있다. 피다말고 뚝 떨어진 동백꽃만이 예쁜 게 아니다. 방죽에 떨어져 내린 배롱 꽃 분홍 잎, 애처롭게 아름답다.

꼭꼭 숨어 때 묻지 않은 신비로운 원림

골을 타고 흐르는 물이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낸다는 명옥헌, 방죽 둑의 안내판을 잠깐 살펴보자.
 전라남도 기념물 제44호인 담양 후산리 명옥헌 원림은 조선중기 오희도(1583~1623)가 건물을 짓고 살던 곳이다. 그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은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둔하면서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이를 명옥헌이라 이름 지었다.정자의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는 적송과 자미나무, 꽃나무 등을 심었다.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정자는 소박하고 정겹다.

명옥헌 현판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명옥헌 원림은 소박하고 정겹다.

 

명옥헌 정자 정면

명옥헌은 사철 언제 찾아도 좋지만 여름부터 초가을까지가 최고다. 연못 둘레에 빙 돌아가며 심어진 수십 그루의 배롱나무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우는 나무라 해서 붙은 이름. 보통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가 절정이고, 추석을 전후해 꽃이 다 진다.

솔밭과 배롱나무 숲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오솔길이 정겹다.
산 그림자 드리운 수면에는 배롱 꽃 분홍 잎 고요히 떠있다.

산 그림자 드리운 수면에는 배롱 꽃 분홍 잎 고요히 떠있다. 매혹적인 배롱나무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약 100일 동안 피고 진다. 명옥헌은 소쇄원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가 정원이다.

때 묻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하늘과 구름, 분홍 꽃 잎, 물풀... 모든 것이 세월을 잊은 듯하다.

면앙정에서 조금 더 광주 쪽으로 나오면 고서면 원강리에 '송강정'이 있다. 면앙정과는 달리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가득하였다. '송강정(松江亭)'은 정철(1536~1593)이 세운 정자로 처음에는 '죽로정'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정자에는 '송강정'과 '죽로정'이라는 편액이 각각 걸려 있다. 송강정 앞에도 그 넓은 담양의 들이 한눈에 보이고, 정자 앞에 시냇물이 유유히 흐른다.

송강정과 천정의 송강의 글이 있는 편액 / 오마이뉴스 서종규

송강 정철은 송순을 비롯하여 임억령, 양산보, 김성원, 기대승, 고경명 등 당시의 명사들과 같이 학문을 닦았는데, 송강이 50세인 선조 18년에 잠시 벼슬에서 물러나 이곳에 송강정을 짓고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지었다. 

송강 정철이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 주옥같은 가사를 집필했던 송강정의 가을 새벽은 낙낙장송과 정자, 그리고 안개가 한데 어울려 신비를 더한다.

출처 : 오마이뉴스 사진/글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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