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폭포는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위치한다. 이곳은 속리산 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고, 문장대를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 코스의 기점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속리산 신선대에서 발원한 계류가 만든 높이 15m의 오송폭포는 절벽사이로 5단 또는 7단의 층을 이루며 물줄기가 떨어진다. 천연림과 암석 사이를 흐르는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태를 과시하는데 비가 온 뒤에는 층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물줄기가 장쾌하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자연 바람을 만든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천연 바람이 불어온다. 이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어디 있는가. 잠깐만 앉아 있어도 등줄기가 오싹하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쫓으면서 폭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세조가 이곳을 찾았을 때 칡넝쿨이 하늘로 치솟아 왕의 행차를 편하게 했다는 전설에 따라 이 일대의 계곡을 시어동(侍御洞)이라 부르는데 장각폭포, 옥양폭포 등 아름다운 폭포가 주변에 많다. 문장대 등산로 초입에 있어 먼발치로나마 문장대 주변의 속리산군을 볼 수 있으나 폭포만 다녀오더라도 4000원의 주차비를 내야 하는 단점도 있다.
문장대를 나서 능선을 타고 천왕봉쪽으로 가면 조릿대숲을 지나 능선으로부터 400m 아래에 관음암이 있다. 관음암을 들렀다가 이 능선으로 돌아오려면 왕복 800m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산을 내려가면서 보니 입석대가 바로 코앞에 바라다보인다. 언제부터 저렇게 세워진 채로 있게 되었는지 바라볼수록 신기하다. 백제와의 전쟁에서 쫓겨온 신라 진평왕의 왕비 마야부인이 세웠다는 얘기도 있고, 임경업 장군이 세웠다는 얘기도 있다.
관음암으로 가는 아주 작은 푯말이 서 있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좁은 문 앞에 선다. 바위엔 '관세음보살'이라는 글자가 크게 음각돼 있다. 씻을 세, 마음 심 자를 써서 세심문이라 한다. 임경업 장군에게 검술을 가르쳤다는 운여 대사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석문을 지나고 또 바위 사이를 지난 다음 돌계단을 올라가자 비로소 관음암이 삐죽, 고개를 내민다. 관음암은 관음봉(983m) 아래 있다. 관음암은 서기 663년(신라 문무왕 3), 회월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전설은 그가 관음암을 창건한 것이 세수 60세 때였으며 168세때 입적했다고 전한다.
부도 옆에는 탑비가 건립되어 있다. 탑비는 부도의 주인인 선암스님의 일대기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서기 1898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선암 스님은 해인사에서 김석우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으며 1937년 이후에는 김천 직지사 선원 등에서 수행했다. 1955년 주석한 이래 37년간을 이곳에서 안거했다고 한다.
문장대를 내려와 천왕봉(1058m)을 목표로 삼고 길을 간다. 신선대- 입석대- 비로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3.5km가량 되는 거리다.
신선대(1016m)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진 자리엔 휴게소가 들어 앉아있다. 신선이 막걸리 마시던 곳을 확장한 것인가. 이런 높은 봉우리까지 휴게소가 들어서 있다니. 자리를 잡고 앉아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3거리에는 문장대로부터 1.3km, 천횡봉 2.5km, 경업대 0.4km 이정표가 있다. 경업대로 가는 길을 따라 6.2km가량 아래로 내려가면 법주사에 이른다.
조릿대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간다. 댓잎이 살갗을 스친다. 올랐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능선길이 한 동안 계속된다. 이정표가 천황봉까지 0.8km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이정표 가까운 곳에 석문이 기다리고 있다. 제법 어두컴컴한 석문을 지나 밖으로 나온다. 지리산 천왕봉 직전에도 통천문이란 석문이 있다. 고귀한 곳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 같은 것인가 보다.
비로봉을 내려서니 상고석문이 기다리고 있다. 자연적인 문이 마음에다 섬세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의 무늬를 아로새긴다. 석문을 지나는 순간, 여태까지의 내가 알던 세계와는 단절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상고암은 신라 성덕왕 17년(720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골암이나 중사자암과 거의 같은 시기에 지어진 모양이다. 상고암(上庫庵)이라 부른 것은 법주사를 지을 적에 천황봉에서 벤 소나무를 이곳에다 저장해두었기 때문이다. 위 상자, 창고 고자를 써서 상고암이라 한 것이다.
처음은 그렇게 창고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상고암은 무척 단정한 절이다.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음이 마치 솜이불을 덮은 듯이 아늑하고 따사롭게 느껴진다.
정면 3칸, 측면 2칸 크기의 극락전은 아담하다. 극락전 현판의 글씨는 건물을 지은 이듬해인 1976년 화가 권옥연이 쓴 것이다. 불단에는 아미타불을 모셨다. 이 아미타불의 수인은 석가모니불처럼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불상이 바라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산신각에서 조금 더 가면 속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전망대가 있다. 문장대로부터 비로봉에 이르기까지 멀고 가까운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손에 잡힐 듯하고 금방이라도 내 눈 안으로 들어올 듯하다. 속리산을 전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전망처가 또 있을까.
상고암 마당 오른쪽에는 거북바위와 용바위라는 두 개의 바위가 있고, 그 오른쪽 평평한 바위엔 근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마애불이 있다. 보탑을 든 광목천왕, 칼을 든 동방지국천왕 등 사천왕들과 부처님이 새겨져 있다. 상고암을 나선다. 조금 걷다 보니 '굴법당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마음속 호기심이 한 번 찾아가 보라고 나를 부추긴다. '약사전'이라 음각된 굴법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문 옆에는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라 쓰인 두 개의 화강암 비가 지켜 서 있을 뿐.
/ 자료 : 오마이뉴스 변종만 안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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