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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익산 율촌리 아가페정원

by 구석구석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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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 / 전북 민간정원 4호 아가페정원  063-856-4671

50년 만에 시민에게 공개된 익산 ‘아가페정원’은 한 사제의 선의가 세월의 옷을 덧입으면서 그에 맞는 품격과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 곳이다. 외관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진한 감동의 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익산 아가페정원. 전라북도 민간정원 4호로 지정되기까지 아가페정원은 어떤 역사를 거쳐 왔을까. 

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집 뜨락에 조성된 동산이라는 뜻이다. 일정 공간 안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정원은 ‘사람 사이에 깃든 자연’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포멀가든. 익산 ‘아가페정원'은 50년 만에 시민에게 공개됐다. 드론/ 조용식 기자

최근 전라북도 공식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아가페정원’은 전북 익산시 황등면 ‘아가페정양원’ 내에 위치한다. 아가페정양원은 양로원이다. ‘정양원’이 ‘정원’이 되기까지 50년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아가페정원의 면적은 3만 평에 달한다. 삼각 형태의 정원에는 40m가 넘는 커다란 나무와 40cm도 안 되는 작은 화초가 사이좋게 공존 하며 살아간다.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의 포멀가든으로 인해 유럽 어디쯤 와있는 듯 이국적인 느낌이다. 중요한 것은 이 아름다움이 시정 목표나 관광 목적에 의해 급조된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나둘 천천히 이룩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포멀가든(Formal Garden)은 유럽식 정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인문주의적 균형 논리가 반영되면서 유럽 정원은 기하학적 형식미를 갖추게 되었다. 아가페정원의 포멀가든은 계절 감각을 잊게 만든다. 한겨울임에도 황금사철나무의 노란빛과 홍가시나무의 붉은빛이 어우러져 형형색색의 레이어를 자랑한다.

아가페정원이 가장 빛나는 계절은 봄이다. 4월이면 유채가 꽃동산을 이룬다. 5월에는 하얀 데이지와 양귀비꽃이, 6월에는 루드베키아가 화려함을 뽐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자랑은 4월 말 고려영산홍으로 이루어진 연주황색 꽃 터널이다. 철쭉과 외관이 흡사한 연산홍은 흔히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고려 시대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유서 깊은 우리의 꽃이다.

숲 속 한평 도서관.

아가페정원에는 고려영산홍 터널 외에 상사화 꽃길, 공작단풍나무길 산책로가 있다. 겨울이면 꽃 터널 못지않은 아름다운 수형의 향나무, 소나무가 산책로를 호위한다. 눈이 내린 듯 하얀 당단풍나무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에, 바닥에 깔린 폭신한 야자수 매트까지, 오래 걸어도 겨울의 한복판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계절 감각을 잃어버릴 즈음 흰 눈이 내린다. 광활한 대지에 쌓이는 흰 눈이 겨울의 서정을 되살려준다.

‘아가페정양원’이 태동한 것은 ‘익산’이 ‘이리’로 불리던 1970년의 일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하나님의 사제, 서정수 알렉시오는 익산 시내를 걷다가 발에 채이는 거적때기가 있어 들추어보았다. 그 안에는 부피 없이 납작한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길에서 유리걸식하다가 병들어 사망한 노인이었다.



1인당 GDP가 254달러에 머물던 시절이니 국가 차원의 복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알렉시오 신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비참하게 끝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사재를 털어 갈 곳 없는 노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현 박영옥(93세) 이사장이 전 재산을 헌납하여 지금의 부지를 확보하였다. 그렇게 자립 목적의 조경사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참담한 일이 많았다. 귀한 수종의 나무가 벌판에 널려 있다 보니 사람 손을 타곤 했다. 너도나도 나무를 캐갔다. 자고 일어나면 나무가 사라졌다. 의식 수준이 낮았던 시절이었다. 어렵게 키운 나무들이 사라지자 박 이사장은 안 되겠다 싶어 정양원 둘레에 펜스를 쳤다. 메타세쿼이아를 따라 늘어선 하얀 철제 펜스가 그것이다. 많은 노인분이 이곳을 거쳐 갔는데 지금 아가페정양원에는 50명의 어르신이 머물고 계신다.

‘아가페정양원’이 태동한 것은 ‘익산’이 ‘이리’로 불리던 1970년의 일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하나님의 사제, 서정수 알렉시오는 익산 시내를 걷다가 발에 채이는 거적때기가 있어 들추어보았다. 그 안에는 부피 없이 납작한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길에서 유리걸식하다가 병들어 사망한 노인이었다.

1인당 GDP가 254달러에 머물던 시절이니 국가 차원의 복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알렉시오 신부는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비참하게 끝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사재를 털어 갈 곳 없는 노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현 박영옥(93세) 이사장이 전 재산을 헌납하여 지금의 부지를 확보하였다. 그렇게 자립 목적의 조경사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참담한 일이 많았다. 귀한 수종의 나무가 벌판에 널려 있다 보니 사람 손을 타곤 했다. 너도나도 나무를 캐갔다. 자고 일어나면 나무가 사라졌다. 의식 수준이 낮았던 시절이었다. 어렵게 키운 나무들이 사라지자 박 이사장은 안 되겠다 싶어 정양원 둘레에 펜스를 쳤다. 메타세쿼이아를 따라 늘어선 하얀 철제 펜스가 그것이다. 많은 노인분이 이곳을 거쳐 갔는데 지금 아가페정양원에는 50명의 어르신이 머물고 계신다.

아가페정원은 전북 제4호 민간정원으로 시민에게 무료 개방 중이다. 아가페정원이 시민에게 선을 보이기까지 익산시청, 익산시 삼립조 합, 익산 푸른 숲 가꾸기 운동본부 등이 정비사업을 도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감탄할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알고 나면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 여행스케치 2022 임요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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