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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양양 논화리 팜일레븐

by 구석구석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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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 서면 원당골길 42 (논화리) / 팜 일레븐 

양양에 관광농원 ‘팜 일레븐(Farm 11)’이 있다. 경량 철골구조로 지은 펜션 겸 베이커리 카페다.

 

들어선 자리는 의표를 찌른다. 양양 땅에 있으면서 바다에는 전혀 기대지 않는다. 그렇다고 깊은 산중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와 등 돌리고 앉은 ‘깊은 산중을 바라보는 언덕’에 있다. 낮고 편안하며 그래스류의 식물을 심은 정원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첩첩한 산의 구릉을 바라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앉아있는 강원 양양의 관광농원 ‘팜 일레븐’의 전경. 그네를 매어놓은 농원 뒤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팜 일레븐에서는 다소 밋밋하다 싶은 주변 경관이, 뜻밖에도 묵직한 미감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팜 일레븐은 ‘팜스테이’라고 부르는 독립건물 숙소 3동과 베이커리 카페 겸 커뮤니티센터, 온실스타일로 지은 민트색 가든 숍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리온실 스타일의 민트색 가든 숍 건물을 빼면 다른 건물들은 모두 낮고, 단색이며 구조도 단순하다. 건축물의 단순한 선과 구조는 주변의 자연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그렇다. 팜 일레븐의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자연이다.

 

베이커리 카페 팜 일레븐은 빵맛으로도 이름났지만, 그보다 더 훌륭한 미덕은 ‘경관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팜 일레븐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카페 테라스에서 보는 자연이다. 구릉의 비탈면 한쪽을 잘라 만든 자리는 거칠 것 없는 전망을 보여준다. 팜 일레븐은 ‘밖’을 보는 곳이다. 경사면의 언덕을 뒤로 두고 있어 방향은 명확하다. 점봉산과 방태산 일대의 자연경관을 스크린처럼 걸어두었다. 당연히 모든 시선이 스크린 쪽으로 향한다. 극장처럼 말이다.

 

팜 일레븐 테라스에 앉아 저 멀리 내륙의 초록 능선들이 겹겹이 펼쳐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는 위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런데 사실 주변 경관을 하나하나 뜯어본다면 특별할 게 없다. 이렇다 할 근사한 경관이나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풍경이 마음을 당긴다. 좋긴 한데 ‘왜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심심하기 짝이 없는 무덤덤한 풍경들이 마치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져 있는데, 그게 참으로 근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새삼 여행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자연을 보는 여행자의 눈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런 공간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온실처럼 꾸며 놓았다.

팜 일레븐의 농장주 최길순(60) 씨에게 묻고 싶었던 첫 번째 질문은 ‘일레븐’, 그러니까 ‘11’이란 이름의 내력이었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팅과 기획 업무를 맡아 25년을 일했던 그는 2013년 사표를 낸 뒤 이듬해인 2014년 지금의 팜 일레븐이 들어선 땅을 계약했다. 부지면적은 대략 1만3400여 평. ‘11ac(에이커)’쯤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땅을 좀 더 샀지만 처음 샀던 땅의 면적 ‘11에이커’가 ‘팜 일레븐’이란 이름이 됐다.

 



평소 등산과 캠핑을 즐기던 최 씨가 은퇴를 택한 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 이렇다. “생애를 100년으로 쳐서 25년씩 4개의 단계로 나눠 살겠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25년은 개인적 성장을 위해, 25년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25년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해, 그리고 남은 25년은 ‘베풂과 나눔’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은퇴 후 그는 세 번째 25년의 단계,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삶’의 실현을 위해 이 땅을 찾았다. 유럽 출장길에서 틈만 나면 찾아가 보았던 관광 농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가 원했던 건 손수 농사를 지어 재배한 작물을 먹거리로 가공해 농장을 찾는 이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삶이었다.

 



두 번째 질문. 양양에서는 바다가 우선인데 어떻게 이런 산중의 자리를 골랐을까. 강릉 출신인 그는 퇴직을 앞두고 틈만 나면 텐트를 차 트렁크에 싣고 동해안 일대의 땅을 이 잡듯이 뒤졌다. ‘바다의 낭만’은 이미 포화상태. 그는 바다에 등을 지고 산이 바라다보이는 자리로 들어갔다. 바닷가에서 산을 택한 건 오랜 기획업무의 경험으로 내린 사업적 판단이었고, 어쩌면 밋밋하다 싶은 경관을 가진 지금의 자리를 망설임 없이 택했던 건 남다른 안목의 힘이었다.

소박하게 시작한 팜 일레븐은 지금 양양에서 가장 ‘핫’한 명소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주목한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대단위 관광지에서 벗어나 ‘거리 두기’의 고즈넉한 공간을 찾던 이들은 여기를 ‘나만 아는’ 명소로 삼았다. 손님이 늘면 시설을 확장하고 영업시간을 늘리는 게 보통이지만, 팜 일레븐은 평일은 아예 카페 문을 닫고 금·토·일 3일 동안만 문을 연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꿈꾸던 삶을 위해 은퇴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공간을 늘리고 시간을 뺏기기 시작하면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의 인기는 ‘코로나19 효과’로 인한 거품이라는 게 최 씨의 판단이다. 최 씨는 “코로나19가 진정돼서 손님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님이 많다고 해봐야 대중적인 관광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지만, 최 씨는 팜 일레븐을 방문하는 가장 좋은 때를 ‘일요일 오후 4시 30분’이라고 했다. 오후의 햇볕도 좋고, 그때가 가장 고즈넉할 때라는 얘기다. 계절 중에서는 온 산천이 연두색으로 물드는 봄을 최고로 쳤다. 이듬해 봄이면 우리는 마음 편히 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 혹독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신록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  문화일보 2020 박경일 전임기자 

 

양양 구룡령 갈천솔밭 미천골 선림원지 (daum.net)

 

양양 구룡령 갈천솔밭 미천골 선림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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