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갯벌을 비롯해 전북 고창갯벌, 전남 신안갯벌, 전남 보성·순천갯벌 등 모두 4개다. 신안이나 순천, 고창의 갯벌은 일찌감치 이름난 곳. 반면 좀 생소하다 싶은 곳이 서천갯벌이다. 인기는 덜하지만, 서천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의미는 깊다.
다른 갯벌은 대개 ‘그대로 두어서’ 지켜진 것들이지만, 서천의 갯벌은 ‘선택’으로 지켜졌다. 너나 할 것 없이 갯벌 매립으로 땅을 넓히는 일에 몰두할 때, 서천은 갯벌 매립의 유혹을 이기고 생태보전의 가치를 택하면서 갯벌을 지켜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은 ‘비인해수욕장 북쪽 월하성 마을에서 군산항 앞바다까지’다.
서천갯벌을 보는 최고의 전망대는 서천갯벌의 딱 중간쯤에 있는 죽산리의 ‘매바위공원’이다. 조형물과 구름다리, 나무정자, 나무 덱 등으로 꾸며진 공원은, 그러나 진입로가 불편한 데다,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최신판 서천군 관광지도에나 손톱만 한 이름이 있을 뿐, 차량용 내비게이션이나 포털사이트 전자지도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서천갯벌의 중요한 생태적 가치 중의 하나가 희귀 멸종 조류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드넓은 모래밭과 갯벌을 지닌 장항읍 송림리의 작은 섬 유부도야말로 이런 생태적 가치의 중심에 있다. 유부도는 서천 땅이지만, 서천보다는 군산에서 더 가깝다.
서천의 장항읍까지는 5㎞ 남짓. 그러나 군산항에서는 불과 1.5㎞ 거리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건 유부도 북쪽, 그러니까 군산항에서 훨씬 더 먼 어청도나 연도, 개야도 등이 죄다 전북 군산 땅인데, 군산에서 훨씬 더 가까운 남쪽의 유부도가 충남 서천 땅이라는 사실이다.
# 갯벌이 기른 새들의 섬… 유부도
유부도는 ‘새들의 섬’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날아가는 100여 종의 희귀 철새가 찾아와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호주며 뉴질랜드까지 장거리비행을 이어간다. 섬과 섬이 품고 있는 갯벌 전체가 철새들이 딛고 가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유부도를 찾아드는 건 드넓고 풍요로운 갯벌 때문이다. 먹이가 많은 유부도에서는 또 길고 가는 주황색 부리에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듯한 검은머리물떼새 4000여 마리가 겨울을 나고 번식한다.
유부도는 서른 가구에 쉰 명 남짓의 주민이 고작이다. 유부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없어 ‘선외기’라 부르는 개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썰물 때는 배를 댈 수 없어 밀물 시간대에만 들고날 수 있다.
군산에서 배로 10분 남짓이면 유부도에 닿는다. 마을은 작지만 섬은 작지 않다. 거대한 모래톱과 염전이 있었던 자취 주위로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밀물 때도 이러한데 썰물 때 갯벌은 얼마나 드넓을까. 밀물 시간에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해서 서둘러 유부도를 둘러봤는데, 짧은 시간에도 중대백로 등과 어울리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넓적부리도요 등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다.
갯벌은 플랑크톤부터 어류는 물론이고, 새들까지도 품어 기른다. 갯벌 속 미생물이 유기물질을 분해하면서 수질을 개선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해주는 역할도 한다. 홍수로 인한 범람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여주거나 온실가스를 흡수해 대기환경을 개선해주기도 한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다.
환경이나 생태적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일이지만, 쉽게 이해하려면 역시 ‘돈’으로 환산하는 게 가장 빠르다. 해양수산부의 ‘연안 습지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갯벌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1㎢당 63억 원.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가치를 계산해보면 16조 원이다. 연간, 그러니까 해마다 갯벌에서 얻는 가치가 그렇다는 말이다.
/ 문화일보 2021. 8 박경일 전임기자
서천 송림리 장항송림 해찬솔길 장항오토캠핑장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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