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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홍성 남당항 죽도

by 구석구석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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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선착장 하얀등대·고즈넉한 포구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 선사

100% 태양광 사용 청정 무공해 에너지 자립마을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 들어며 힐링 산책

죽도등대

고요하다. 들리는 것은 “사각사각”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와 이름 모를 예쁜 새소리뿐. 고막을 자극하던 도심의 자동차 경적, 오토바이 배기음이 ‘제로dB(데시벨)’로 사라지니 정말 살 것 같다. 눈을 감고 내 안에 소리에도 귀 기울여본다. 무엇을 위해 그리 애쓰며 달려왔을까. 그래, 오늘만큼은 모든 것 내려놓고 청정자연의 건강한 에너지로 채워야지.

남당항 앞바다 가볍게 가로질러 천수만 유일한 섬 죽도로 들어서자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간 대나무가 왜 이제야 왔느냐며 푸른 잎사귀 내밀어 반갑게 맞는다.

죽도 1조망쉼터 가는길의 대나무숲길

◆그림엽서 같은 하얀등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 도착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덕분에 물안개 잔뜩 피어오른 바다는 몽환적이다. 예쁜 바다 풍경에 푹 빠져 잠시 상념에 젖는데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안개가 너무 심해 죽도로 들어가는 배가 출항하지 않는단다. 아뿔싸. 어떻게 할까. 새벽에 일어나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그냥 갈 수도 없고. 할 수 없지. 일단 무작정 기다려 보자.

가장 가까운 인근 식당에 자리 잡고 날이 개길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하늘이 돕나 보다. 정오가 지나자 안개 걷히며 찬란한 햇살 쏟아진다. 우울하던 얼굴 활짝 펴지니 한걸음에 남당항으로 달려간다. 홍주해운이 운행하는 죽도 가는 배는 이미 여행자들을 하나둘 싣기 시작했다. 배 위에는 갈매기떼가 정신없이 날아들며 여행자를 반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던지는 새우깡 받아먹으려 경쟁이 붙었다.

갈매기떼 호위받으며 바닷길을 힘차게 달린 배는 10분 만에 예쁜 하얀 등대가 선 그림엽서 같은 선착장에 손님을 내린다. 댓잎이 몸통을 휘감고 오르는 모양으로 디자인한 등대를 배경으로 엄마들은 아이 사진 찍느라 바쁘다.

새벽일을 마치고 돌아온 고기잡이배들이 늘어지게 낮잠 자는 죽도항은 고즈넉하다. 선착장과 가까운 2조망쉼터로 길을 잡자 작고 귀여운 동네 강아지 한 마리 혓바닥 길게 빼고 반갑게 달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안내한다. 나만 따라오면 된다는 눈치다. 여행자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어디로 가는지 아주 잘 아나 보다.

죽도 선착장

강아지 따라 대나무가 빽빽한 언덕 오솔길을 걷는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는 바닷바람 시원하게 불어오니 댓잎은 서로 부대끼며 노래를 시작한다. 가슴까지 초록으로 채워 주는 싱그러운 자연의 소리. 눈을 감고 들으니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래, 이런 여행이 진정한 힐링이지. 

 

2조망쉼터에서 보는 조망

조망대에 서면 방금 내린 선착장과 하얀 등대가 어우러지는 작은 포구 풍경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물안개가 바다를 꾸미는 서정적 풍경은 덤이다. 2조망쉼터 둘레길에는 남당항, 대장간, 홍주아문, 홍화문 등 홍성 관광지를 소개하는 갤러리도 만난다.

드론으로 본 죽도

◆무공해 청정자연을 마주하다

남당항 바로 앞 약 3.7㎞ 지점, 천수만 한 가운데 떠 있는 죽도(竹島)는 이름처럼 온통 대나무숲으로 덮였다. 일반 대나무보다 가는 ‘시누대’로 예전에 피리나 화살을 만드는 데 쓰였단다.

죽도는 유일한 유인도인 본섬을 포함해 12개 섬으로 이뤄졌다. 띠섬, 명대기섬, 전재기섬, 오가리섬, 똥섬, 큰달섬, 작은달섬, 충태섬이 본섬을 중심으로 올망졸망 모여 있고 나머지 3개섬인 큰마녀, 작은마녀, 지마녀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죽도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해변과 둘레길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괴석 절벽이 장관이다.

다양한 야생화까지 피고 지니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좋다. 더구나 태양광으로 전체 소비전력 100%를 생산하는 전국 최초의 에너지 자립마을로 무공해 자연도 자랑한다.

섬은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기 적당하다. 죽도 둘레길은 3.5㎞로 바다와 대나무숲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세 가지 코스로 즐길 수 있다.

 

1조망쉼터를 중심으로 연결된 옴팡섬 둘레길은 바닷가 산책길∼대나무숲길∼솟대길∼화산암벽길을 따라가며 1㎞로 30분이 걸린다. 마을진입로에서 서부해안로를 따라가다 대나무숲탐방로로 이어지는 3조망쉼터 중심의 담깨비 둘레길도 비슷하게 소요된다. 선착장에서 언덕 계단을 올라가 한 바퀴 도는 2조망쉼터 동바지 둘레길은 10분이면 충분하다.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와 마을회관 쪽으로 길을 잡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죽도리 마을회관 옥상 난간에 설치된 낚시하는 한 가족의 조형물이 아주 재미있다.

죽도는 감성돔, 우럭, 바지락, 대하가 풍부해 즉석에서 회를 떠 먹거나 시원한 매운탕을 즐길 수 있어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1조망쉼터로 가는 해변에는 한 가족이 고동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위에 달라붙은 고동은 제법 알이 굵어 따는 재미가 크다. 죽도는 어디를 가도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대나무숲을 만난다. 울창한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오솔길 올라 1조망쉼터 서면 바다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3조망쉼터로 가는 길엔 독살체험장도 만난다. 본섬과 큰달섬 사이에 물이 빠지면 지름 20m 정도의 물구덩이가 등장하는데 옛 어로방식인 독살체험을 즐길 수 있다. 죽도 사람들은 이곳을 ‘용난듬벙’으로 부르는데 용이 올라가다 떨어진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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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망쉼터에 오르면 본섬 근처의 무인도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이 기다린다. 근처에 죽도 야영장과 낚시공원 조성돼 있고 매점도 있다. 남당항에서 죽도 가는 배는 오전 9시∼오후 4시 한두 시간 간격으로 출항하고 죽도에서 나오는 배는 오전 9시30분이 첫배, 오후 5시가 마지막 배편이다.

1조망쉼터의 조망

◆소나무·단풍나무 어우러지는 그림같은 수목원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 ‘그림같은 수목원’에도 죽도 못지않은 싱그러운 여름이 가득하다. 홍성 12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꾸미지 않은 자연미와 고풍스러운 소나무 덕분이다. 매표소를 지나 서양봉숭아 산파첸스가 예쁘게 핀 진입로를 지나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울창한 수목원 여행이 시작된다.

2005년 문을 연 수목원은 약 3만평 규모로 나무 460여종, 식물 870여종의 식재돼 있다. 또 온실식물원, 연꽃 정원, 폭포, 돌탑 등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다. 서해와 가까이 있어 바람이 많고 습도가 높은 편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꽃의 개화시기가 2주 정도 늦는 편이다.

이름처럼 사계절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봄에는 각종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또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고, 수목원 길 가득 쌓여가는 낙엽이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푸른 소나무와 하얀 눈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한다.

수목원의 돌계단

수목원에서 으뜸은 소나무. 나뭇가지가 뱀이 똬리를 틀듯 휘어지고 또 휘어져 마치 분재를 한 것처럼 자란 모습이 아주 이채롭다. 넓은 잔디밭까지 펼쳐지니 마음은 한없이 넉넉하고 너그러워진다.

잉어들이 펄떡거리는 연꽃 정원을 지나 어른 몸통 크기의 일본 목련나무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목련숲을 지나면 시원한 분수공원이 한낮의 열기를 누그러뜨린다. 울창한 단풍나무가 터널을 만드는 언덕길을 지나면 수목원 정상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만난다. 다양한 나무들 사이로 이리저리 휘어지는 길은 잊지 못할 수채화로 마음에 남는다.

홍성=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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