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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서귀포 명승83호 사라오름

by 구석구석 2022.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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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 부산일보

제주라면 자연스럽게 ‘바다’부터 떠올리지만, 제주 지분의 절반은 ‘숲’이다. 한라산 중산간의 짙고 깊은 숲이 주는 위안은, 투명한 청록색의 제주 바다 못지않다. 높은 습도 탓에 섬 전체가 찜통에 들어앉은 것처럼 달궈지는 제주의 여름이라면 더 그렇다.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여름 한라산 중산간의 대기가 얼마나 서늘한지, 숲의 자연이 얼마나 큰 위안을 선물하는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명승83호 사라오름은 제주 전역의 360여 개 오름 중에서 가장 높은 곳(1324m)에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오름 정상에 호수를 품고 있어서다. 남원의 물영아리오름과 교래리의 물찻오름도 분화구 자리에 호수가 있지만, 사라오름은 백록담 바로 아래 안개와 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신령스러운 느낌이 더하다.

 

사라오름은 한라산을 오르는 두 개 코스 중 하나인 성판악 코스의 중간쯤에 있으니 성판악휴게소가 들머리다. 한라산 등반객들은 성판악 코스보다는 관음사 코스를 선호한다. 성판악 코스는 별다른 조망 없이 숲길로만 이어져 지루하고 밋밋하게 여겨져서다. 하지만 숲이 품고 있는 청량한 기운을 느끼겠다면 사정이 다르다. 목적지를 사라오름으로 정하되, 그걸 이정표로 삼고 진짜 목적지는 한라산 숲길로 삼는다면 이 길만큼 훌륭한 코스가 없다. 사라오름을 목표로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진짜 목적으로 하자는 얘기다.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사라오름까지는 왕복 12.8㎞로 꼬박 4시간이 걸린다. 짧지 않은 거리와 긴 소요시간에 지레 겁먹기 쉽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부드러운 길이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자마자 공기가 서늘해진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폭염으로 달궈진 제주 해안지역과는 아예 계절이 다른 듯하다. 초록의 그늘이 드리운 숲은 새소리와 나뭇잎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 소리로 가득하다. 신우대 숲 사이로 노루가 출몰하는 것쯤은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사라오름을 다녀오는 길에 코앞에서 목격한 노루만 여덟 마리가 넘었다. 그중에 한 번은 노루가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사라오름까지 이어지는 길의 거친 돌길 구간에 야자나무 매트와 나무 덱을 깔아놨는데, 숲을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이게 참으로 유용하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바닥 대신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자연이 주는 치유와 위안을 생각한다면, 바다보다는 숲이다. 바다를 보고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미처 몰라봤던 제주 숲이 가진 매력도 느껴보자는 얘기다.

 

사라오름은 수심이 얕아 물이 그득 찬 호수의 경관은 봄날 이른바 ‘고사리 장마’ 직후나 여름철 장마 뒤끝에만 볼 수 있다. 잦은 비가 한라산을 충분히 적시고 난 뒤에나 선물처럼 산정의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사라오름을 끼고 이어지는 나무 덱을 딛고 가면 비탈진 초지에 서귀포를 향해 시원하게 열린 전망대가 놓여 있다. 여기에 서면 한라산 구릉 아래로 서귀포 일대의 풍경이 다 내려다보인다. 보는 자리가 한라산 중턱이니 조망의 스케일도 엄청나다.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대지의 풍경과 그 너머의 바다가 장엄하다.

[문화일보 2021.3 제주 = 글 박경일 전임기자]

 

■ 한라산 탐방예약은 이렇게

성판악 코스나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에 오르려면 한라산국립공원 인터넷 탐방예약시스템(visithalla.jeju.go.kr)에 접속해 예약해야 한다. 사라오름에 가겠다면 성판악 코스로 예약하면 된다. 성판악 코스는 하루 1000명, 관음사 코스는 하루 500명으로 탐방 인원을 제한한다. 휴가시즌이지만 이즈음에는 두 코스 모두 주말에도 하루 평균 예약자가 제한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예약 없이 당일 방문해도 탐방안내소 키오스크로 즉석에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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