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강원도

치악산둘레길 1코스 꽃밭머리길

by 구석구석 2022. 1. 11.
728x90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계절마다 매력적이다. 산 이름에 '악(岳)' 자가 들어간다. 정상을 오르다 보면 치가 떨리기도 한다. '악' 소리를 절로 지르기도 한다. 둘레길은 다르다. 좀 투박하고 오르내림이 있어도 비교적 순하다. 총 길이가 140㎞에 이른다. 11개 코스가 저마다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공원 경계를 넘나드는 풍광이 아름답다. 숨어 있는 비경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으면 된다. 1~3코스는 2019년 길을 열었다. 4~11코스는 올해 처음 공개했다.

 

 

치악산둘레길 1코스 꽃밭머리길

 

 솔향기 풀풀 나는 소나무 숲을 지난다. 겹겹 나무 사이로 하얀 운무가 흐른다. 초입부터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 산객을 맞는다. 어느 놈은 하늘 향해 쭉쭉 뻗어간다. 어느 놈은 축축 가지를 늘어뜨린다. 간간히 가을꽃이 마중을 한다. 토실토실 살 오른 밤이 지천이다. 가을이 익어가니 새소리가 더 감미롭다.

 

국형사에서 성문사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커다란 소나무가 세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치악산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왼쪽 나무 사이로 원주혁신신도시 풍경이 스친다. 멀리서 보니 그저 한가로운 일상 같다.·

 

성문사를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길이 조금 거칠어진다. 쉬엄쉬엄 숲 냄새를 맡으며 걸어간다. 널찍한 쉼터에 앉아 시원함을 즐긴다. 아침 솔숲향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한가로움을 원 없이 즐긴다.

 

둥근 염주 108개가 꽉 차 있다. 염주 한 알의 크기가 농구공보다 크다. 가장 큰 모주(母珠)의 지름은 74cm다. 무게는 240kg에 달한다. 나머지 107개의 염주도 엄청나다. 각각 지름 45cm 무게 45kg이다. 전체 무게가 7.4t에 이른다.·

 

염주는 수주(數珠)·송주(誦珠)·주주(呪珠)라고도 한다. 염불의 횟수를 기억하는 구슬이라는 뜻이다. 염불할 때나 다라니를 외울 때 사용한다. 일정한 수의 구슬을 끼워 연결해 그 수를 기억하도록 하는 도구다. 보통 108주(珠)를 사용하는데, 이를 108염주라고 한다.

1960년대 치악산 관음사는 대한불교 태고종 계역의 사찰로 108 대염주는 세계 최대 규모다.

 

대염주는 대웅전 좌측의 천일기도 도량에 봉안돼 있으며 재일교포 3세인 임종구씨가 만들었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수령 200년의 부빙가 원목을 깎아 만들었으며 구슬 108개가 동아줄로 연결돼 있다.



임씨는 2000년 5월 똑같은 염주 세 벌을 만들었다. 하나는 일본 화기산 통국사에 있다. 남한과 북한에 각각 한 벌씩 봉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벌 모두 관음사에 있다. 관음사는 치악산의 아주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개통한 치악산 둘레길 1코스 덕에 둘레꾼들의 발길이 잦다.

 

연암사 입구 삼거리를 거쳐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 멋들어진 소나무 숲을 지난다. 운곡 원천석 선생의 묘를 바라본다. 운곡은 조선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다. 운곡 묘역에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마을과 산길이 번갈아 자리를 바꾼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