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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고성 간사지 둘레길

by 구석구석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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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150> 고성 간사지 둘레길

 

가을 나들이하는 묘미는 화려한 색채가 빚는 변신을 감상하는 데 있다.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많은 산은 만산홍엽을 뽐낸다. 또 가까이 영남알프스 내의 억새 평원은 황금빛 물결을 선보인다. 그런데 올가을 부산 근교의 산은 예년과 같은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지난여름과 초가을에 세찬 바람을 몰고 온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억새는 꽃술이 망가져 흐드러지게 피어난 예년의 모습만 못한 곳이 많다. 그렇지만 황금빛 물결이 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절정기에 억새 못지않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갈대밭의 비경에 빠져들 수 있는 호수 트레킹 코스가 부산 인근에는 여럿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드넓은 갈대밭이 일품인 경남 고성 간사지 둘레길을 찾았다. 간사지는 고성읍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는 고성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졌다. 마암면 삼락리와 거류면 거산리 사이를 둑길과 수문으로 연결했다. 하천을 막아 만든 호수인 만큼 길을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오르내림이 없으니 체력적인 부담도 전혀 없다. 마음 편하게 갈대밭을 비롯한 호수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작은 호수이지만 볼거리는 적지 않다. 

 

고성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만든 간사지는 이맘때 활짝 핀 황금빛 갈대꽃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당항만역사생태공원 일대는 갈대밭의 폭이 가장 넓어지는 지점인 데다 갈대밭 사이로 덱 탐방로가 조성돼 갈대를 감상하기 좋다. 갈대밭 너머 호수 수면에는 철새가 군무를 펼친다. 간사지는 철새 집단도래 보호구역으로 연중 100여 종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데 특히 겨울철에 오리류를 비롯한 다양한 새가 찾는다. 여기에 더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산 채석강을 닮은 퇴적암 지층이 호숫가를 따라 이어져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간사지는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해전과 관련한 월이 이야기가 전해져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1592년 6월 벌어진 제1차 당항포해전의 승리는 기생 월이의 기지에 힘입은 결과로 전한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의 간자가 이 일대를 염탐할 때 월이가 그를 속여 당항만과 고성만 사이가 육지가 아닌 물길이 연결된 것처럼 지도를 고쳤다고 한다. 

 

당항만은 동쪽의 고성군 동해면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사이 현재 동진교가 있는 폭 300m가 채 되지 않는 입구를 지나 서쪽으로 간사지 입구까지 12㎞ 정도 들어가는 지형을 갖췄다. 조선 수군은 지금의 고성군 회화면 배둔리의 구만천과 마암천이 만나는 배둔에 숨어 있다가 속싯개로 불리는 간사지 입구까지 들어간 왜군의 배후를 막아 공격했다.

 

이번 코스는 고성군 마안면 간사지교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둑길을 건너 태양광 발전시설~당항만역사생태공원~대전통영고속도로 고성천교 아래~가려배수장~세월교(잠수교)~죽계배수장~두호배수장~퇴적암층~낙정마을 낙정경로당~퇴적암층을 지나 간사지교로 돌아가는 원점 회귀 코스다. 전체 거리는 7.7㎞ 정도로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안팎이다. 당항만역사생태공원과 고성천교 아래를 제외하면 햇볕을 피할 곳이 없고 대부분 구간이 차량 통행은 거의 없지만 포장된 점은 아쉽다.

 

마암면 쪽의 간사지교 입구에서 출발한다. 잇달아 간사지2교를 건넌다. 이르게 이곳을 찾은 오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상류로 날아갔다가 되돌아온다. 둑길을 걸으면 정면의 거류산(巨流山·571.7m)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바닷가 들판에 우뚝 솟은 거류산은 당동만과 당항만 고성만 등 주변 바다를 두루 조망하는 위치에 있고 정상 일대에는 거류산성이 자리 잡았다.

 

고성의 대표적인 명산인 거류산 자락에는 고성이 낳은 산악인 엄홍길을 알리는 엄홍길전시관이 자리 잡았다. 거류산은 간사지를 한 바퀴 도는 내내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둑길 끝까지 가서 ‘거류면 거산리’ 표지석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콘크리트 길을 간다. 도로를 따라 폭 20m 정도의 갈대밭이 이어진다. 왼쪽은 논밭이고 오른쪽은 갈대밭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까지 절반 정도 가면 갈대밭의 폭이 급격하게 넓어진다. 고성천이 유입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일대가 모두 갈대밭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나면 곧 당항만역사생태공원이 나온다. 공원에는 자그마한 휴식공간과 간사지의 철새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갈대밭 가운데로 난 덱 탐방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온 뒤 둑길을 따라 고성천 상류로 향한다. 대전통영고속도로 고성천교 아래를 지나면 가려배수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상류의 세월교 사이의 둑길에서 남쪽의 거류산이 가까이 보인다. 잠수교인 세월교를 건너면 이번에는 하류로 방향을 바꿔 내려간다.

 

죽계배수장에서부터 내내 둑길을 걷는다. 고성천교 아래와 두호배수장을 지나면 변산 채석강과 흡사한 퇴적암이 나타난다. 규모는 작지만 책을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풀만 정리하면 공룡 발자국 화석이 없을 뿐이지 상족암 못지않은 볼거리가 될 듯하다. 공장과 농장에 이어 낙정마을을 지나면 한층 규모가 큰 퇴적암층이 나타난다. 두어 굽이를 돌면서 바위를 구경한 뒤 100m 정도만 가면 출발했던 간사지교가 나온다. 

 

자료 - 국제신문 2019.11.6 생활레포츠부 (051)500-5147 / 사진 부산경남 스토리가 있는 트레킹 카페 cafe.daum.net/ssis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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