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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인천광역시

강화 48번국도 혈구산 내가마을

by 구석구석 201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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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구산'은 '마리산'과 '고려산'과 더불어 3대 명산으로 꼽힌다.

혈구산은 고려산과 이어서 진달래꽃 종주산행으로 도전해볼 만하다. 고려산 정상에서 남쪽 고비고개로 내려서면 고갯마루가 바로 혈구산 산행 들머리다. 고비고개에서 혈구산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다.

혈구산 입구인 '고비고개'에서 정상까지는 4Km 정도며 1시간 50분정도 걸린다. 처음에는 매우 가파르지만, 중턱부터는 경사가 완만해 주변 경치를 음미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고천리의 '혈구산'은 초겨울 날씨에 썩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았다. 산에서 새나오는 바람이 청량한 기운으로 얼굴에 와 닿는다. 

혈구산과 고려산을 가르는 고비고개

바람이 걸어나왔던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낙엽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산을 덮었다. 산 초입로가 여간 가파른 게 아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헉헉대며 산을 오른다.

겨울아침의 태양이 나뭇가지 사이로 막대광선처럼 산길을 비춘다. 등줄기가 후끈거리건만 산은 여전히 이방인을 거칠게 대한다.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 비로소 드러나는 고갯마루. 고갯마루 너럭바위에 앉아 쉬고 있던 사내가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사내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라고 했다.

바위 옆에 서니 산 아래 마을과 산 정상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마을보다 가까워보이는 혈구산 정상. 산 중턱까지는 제법 경사가 위태로웠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산은 완만하고 평탄해 보인다. 고생 끝, 행복 시작. 조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저 멀리 보이는 마리산, 가깝게 서 있는 고려산.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는 산들은 총천연색 컬러 옷을 입고 있다. 한 쪽으로 교동도와 석모도가 푸른 바다 위에 점잖게 앉아 있다.

산 정상이 가까워오자 억새밭이 나타난다. 억새들은 한 쪽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키 큰 억새들을 밑에서 쳐다보자 마치 새파란 겨울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톡' 치면 '쨍' 하고 금이 갈 듯한 하늘은 바로 겨울하늘이 아닐까.

해발 466m의 혈구산 꼭대기.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혈구산 정상에서 먼 곳으로 시선을 던진다. 강화대교 쪽으로 문수산과 염하, 보구곶은 물론 북한의 개풍군까지 눈에 들어온다. 북한에서 홍수가 났을 때 소 한마리가 떠내려와 구조했던 '유도'도 보인다.

글 인천일보 김진국부장

 

인삼센터 끼고 좌회전→‘찬우물 약수터’에서 외포리 방면으로 우회전→‘인산저수지’ 지나 ‘외포리’ 방면으로 다시 우회전→‘외포리 삼거리’에서 ‘해수사우나’ 끼고 우회전해 고개 넘으면 ‘내가시장’과 ‘내가저수지’가 나온다.

 

고촌리 내가마을 

유명 여행지가 아닌 시골 마을을 기웃거릴 때는 약간의 뻔뻔함과 넉살이 필요하다. 경기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이른바 ‘내가(內可)마을’을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관광지나 유적지를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호기심이 슬슬 발동하기 시작하면 옛 풍경 속으로의 산책이 여느 여행보다 특별해진다.

 

어린 시절 ‘그때 그 풍경’으로 돌아간 듯한 멋스런 사진 한 장을 위해 커다란 선글라스, 널찍한 나팔바지 같은 ‘빈티지 의상’도 챙기자.

 

 내가마을풍경/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내가마을(강화도 내가면 고천리)의 산책은 ‘내가시장’서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 5일장이 서던 이 곳은 이제 버스 정류장 겸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내가 시장 바로 앞 ‘유일양복점’에 들어갔다. 연탄난로가 시린 손을 녹여준다. 이곳 내가마을의 간판들은 소박하다. 70~80년대의 간판들을 그대로 둔 가게도 꽤 눈에 띈다. 사고 싶은 게 없어도 안을 기웃거리게 된다. ‘유일양복점’ 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1998년 아침드라마 ‘너와 나의 노래’ 배경이 되었던 ‘내가우체국’이다. 코흘리개 시절 친구 주소를 미리 챙겨와 뜬금없는 엽서 한 장 보내면 딱 좋겠다.

 

 

양복점 건너편 ‘내가약방’엔 ‘맨소래담’ ‘물파스’ 같은 약들 위에 사진, 감사패, 훈장이 장식품처럼 놓여 있다. 여든이 넘은 김세영 약사는 황해도 출신으로 25살에 유격대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단다. 전쟁통인데도 기념촬영이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들에 마음이 짠해진다.

 

 

양복점 바로 옆 색 바랜 간판의 ‘형제문구’ 유리창에는 ‘주산부기문제집’이라고 붙어 있다. 문을 열자 천장까지 다양한 문구와 장난감 등이 엄청 쌓여있다. 비눗방울볼펜 1000원, 토끼모양의 고무풍선 500원 등 예쁜 캐릭터들을 골라 푸짐하게 쇼핑백에 담았더니 8000원이 나왔다. 야광스티커 두 개는 덤으로 얻었다. 문방구에서 ‘내가저수지’ 방향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내가초등학교다. 운동장을 한 바퀴 슬슬 뛰었더니 매서운 추위가 물러가는 듯하다.

 

내가초등학교 운동장 너머로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내가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로 향해 가는 뚝방길을 걷다 보면 ‘조계떡방앗간’ 간판이 보인다. 깨끗하기로 유명한 강화 쌀로 만든 가래떡과 고춧가루, 도토리가루 등을 파는데 큰 봉지에 담긴 떡국 떡이 6000원이다. 고천1리는 개간이 되기 전 갯벌에서 조개가 많이 잡혀 ‘조개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계떡방앗간’은 ‘조개’를 ‘조계’로 잘못 표기한 것일까.

 

 

내가저수지에 닿으면 겨울 철새들을 구경하자. 강화도에는 인공 저수지가 20여 곳이나 되는데, 내가저수지는 그 중에 두 번째로 크다. 차가 있다면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운치 있는 드라이브길도 즐겨볼 것.

김연미(여행작가, 연인들의 달콤한 로맨틱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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