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집해물칼국수 02-743-1384
한강 이북에서는 면요리로 냉면을 주로 먹었고 이남에는 칼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밀로 만든 칼국수는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나는 유두(음력6월15일, 올해 양력 7월24일)에 먹었다고 하니까 한여름이 햇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는 철이다.
수입밀가루 덕에 흔해진 칼국수는 우리에게 쌀이 모자랐던 가난한 시절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찾는 칼국수집이 있다. 32년째 칼국수 하나만 만들어 오고가는 이의 배를 채우고 마음까지 꽉 채워주는 집이다.
종로 3가역 6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꺽어내려가는 골목을 들어서면 ‘찬양집 해물칼국수’라는 파란 간판을 단 허름한 칼국수집이 보인다. 이 집이 바로 82년에는 선데이서울에 기사화되었고 2002년에는 sbs 리얼 코리아에 기사화 된 그 유명한 칼국수 집이다.
그 골목의 다른 칼국수 집에 미안할 정도로 항시 사람들로 북적댄다. 길가에 내놓은 테이블, 가게 안, 다락방과 안채까지 모두 40석 정도가 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고 내외하면 국수 한 그릇 못 얻어먹을 판이다.
이 집 칼국수의 매력은 푸짐한 해물이다. 다른 요리는 할 줄 모른다는 주인 아주머니가 유일하게 개발하여 전국에 유포시켰다고 하는 해물 칼국수는 맛과 가격에서 기가 막힌다. 보통 해물 칼국수는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는데 이 집의 칼국수는 멸치로 국물을 낸다. 거기에 조개, 굴, 재첩, 미더덕, 새우, 미역이 들어간다.
고명으로 푸짐한 김가루와 파가 듬뿍 들어간다. 칼국수에는 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법. 해물다린 진국으로 담근 김치는 얼큰하고 담백하여 따로 얻어가고 싶어진다. 칼국수 한그릇에 200원으로 시작했다니까 단골손님도 세월만큼이나 많다. 제주가 고향이라는 아저씨는 푸짐한 해물이 좋아 찾아오고, 조계사에 기도하러 갔던 아주머니 일행은 뜨끈한 국물이 좋아 찾아온단다.
스물다섯의 처녀는 엄마가 자기를 뱃을 때 이 칼국수를 즐겼고 이제는 자기가 좋아 찾아온단다. 30년째 이 집 단골이라는 중년의 신사는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과 아줌마의 인심이 좋아 다닌다며 칼국수가 불어가는 것도 잊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주인 아줌마는 마케팅을 모른다. 신문에 소개될 참인데 현란한 영양정보나 건강상식을 들먹이고, 요리과정의 특별함을 강조하면 훨씬 효과가 좋으련만 연신 국수를 담아내며 손님 자랑만 한다. 손님들이 다 점잖고 말없고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라, 처음 와도 좋은 사람만 오고 외국손님들까지도 좋은 분들만 온단다.
몇 번을 물어 들은 아줌마의 칼국수 자랑은 일하시는 아줌마가 칼국수를 즐겨먹더니 위장병이 나았다는 것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밀가루가 장과 위에 좋다고 나와 있다. 단, 고혈압이나 중풍 환자에게는 금물. 돌상의 국수는 오복을, 혼례상의 국수는 부부금슬을, 회갑연의 국수는 장수를 비는 음식이다. 30년간 한결 같은 손으로 만들어낸 국수라면 언제가도 그릇 가득 복이 담겨있을 것이다.
비오는 오후나 입맛없는 날은 종로3가로 향해보라. 골목길 허름한 집에서 연신 끓여대는 멸치국물 냄새가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커다란 찜통에 끓인 국수 중 이왕이면 제일 마지막에 담는 그릇을 달라고 하면 바닥에 깔린 조개를 조금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라이데이 송옥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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