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읍 동문리 286 태안상설시장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 서산이 나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군 단위 지역이지만 서해바다를 끼고 반도 형태로 튀어나온 지역적 특성상 풍성한 먹거리, 즐길거리로 늘 북적이는 곳, 태안이 코 앞에 온 것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과 함께 여름철 휴가지로 명성 높은 곳, 짭조름한 바닷바 람의 향수가 여름이면 시원함으로 겨울이면 추억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갈 곳도 많고, 볼 곳, 놀 곳, 먹을 것도 많은 곳, 이 많은 거리들을 즐기려면 1박2일로는 턱도 없다.
지역색이 담뿍 묻어나는 소박한 시장이 성곽과 휴양림까지 다채로운 관광코스와 묶여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준다. 시장 근처에 주차장이 널찍하게 잘 마련돼 있고 서부시장의 경우에는 바로 앞에 공영주차장까지 크게 있어 단체 관광으로 가도, 개인으로 가도 편하게 찾을 수 있다.
시장의 명물인 우럭젓국
시장 바로 옆, 점포 바로 뒤, 점포 옥상에서 말리는 우럭을 이용하여 내어 놓기에 건어물이 싱싱하다.
이곳에서 우럭젓국을 먹어보면 정성과 싱싱함을 느끼게 된다. 우럭젓국, 언뜻 들으면 ‘우럭 젓갈이 다 있었나?’, ‘젓갈로 웬 국을 끓인다나’ 곡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보통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기에 우럭젓국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란다.
어떤 이들은 쌀뜨물로 끓인 뽀얀 국물이 우유 같다고 하며 ‘우럭젖국’이 맞는 명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단다. 우럭젓국은 뽀얀 국물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골국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뽀얗고 농후한 국물이다. 그렇다고 ‘북어국과 비슷한 맛이겠지’앞서 판단하진 마시라.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깔끔한 맛은 북어국과는 또 다른 개운함이 있다.
제삿상에서 유래된 우럭젓국, 담백한 맛이 일품
태안반도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우럭젓국이 있다. 각 지역의 음식에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생활습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이 많은 지역에는 산에서 채취하는 각종 나물과 버섯 등 임산물이 음식에 사용되고, 물산이 풍부한 드넓은 평원지역에는 쌀과 각종 채소 등을 활용한 음식이, 해안가에는 갖은 생선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 전해져 내려온다.
태안에서 잘 잡히는 생선은 우럭(학명 조피볼락)으로 맛은 물론 식감도 좋고 먹는 방법도 다양해 회로 먹어도 좋고 굽거나 탕과 찜으로 먹는다.
생선 기름이 동동 뜨고 뽀얗게 우러난 우럭 맑은탕을 두고 “보리누름에 우럭국을 먹지 못하면 삼복(三伏)을 나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우럭이 태안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우럭젓국이다.
우럭젓국은 젓갈 넣어 끓인 탕이나 국으로 생각하겠지만 우럭을 잘 손질해 갯바람에 말린 우럭 포에 간단한 양념을 해서 끓여 만든다. 태안반도를 비롯한 인근 서산지역 등 서해안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우럭 포가 반드시 올라간다.
그래서 우럭 포를 올리지 않은 제사는 반(半)만 지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제사음식이다.
우럭젓국의 유래는 제사음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모시고 난 뒤 음복술을 나누면서 안주로 제사상에 올린 우럭 포의 살점을 발라 먹었다. 밤늦도록 돌아가신 조상과 자손들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점을 대충 발라먹은 우럭 포의 머리와 뼈는 다음날 우럭젓국으로 변신해 밥상 위에 놓였다.
우럭젓국을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살점을 발라 먹고 남은 우럭 포의 머리와 뼈만 남은 몸통 등과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 전 종류를 넣고 쌀뜨물에 끓이는데 양념은 마늘과 파를 곁들이고 간은 소금이나 새우젓을 조금 넣는다.
우럭젓국은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구수한 맛을 낸다.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에서 유래된 우럭젓국을 태안 사람들은 자주 끓여 먹었다.
먹거리가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친척이나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집에 오면 광이나 헛간에서 우럭포를 꺼내 뚝딱 만들어 내놓던 음식이 우럭젓국이다. 요리하는 방법이 간단하고 맛도 좋아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고향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 출처 - 중도일보 태안=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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