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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산청 신안-3번국도-범학리 심거마을 금정폭포~둔철산~와석총~정취암

by 구석구석 201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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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하하던 백두대간은 남덕유산(1,507m)에서 남동쪽으로 굵은 획을 긋는다. 진양기맥이라 불리는 이 산줄기는 거창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22m), 합천 황매산(1,113m) 등 고산준봉을 이고 경호강과 남강을 따라 진주까지 닿는다. 도상거리 약 156㎞. 남강과 황강 사이에 있는 진양기맥은 두 물줄기를 모아 낙동강에 잇는다. 진양기맥은 중간쯤인 산청 소룡산(761m)에서 분기해 정남향으로 가지를 치는데 바로 정수지맥이다. 둔철산(823m)은 이 지맥의 주봉인 정수산(841m) 바로 남쪽에 있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함양·거창·산음의 땅은 기름지지만 산음만은 음침해서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썼다. 그가 말한 산음(山陰)이 산청의 옛 이름이다. 지리산 북쪽 고을이라는 뜻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산청은 지리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리산 그늘에 있다 보니 산청의 산들은 산꾼 이외에 일반인한테는 비교적 생소하다. 물론 그 덕분에 사람 발 때를 덜 타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


천왕봉 등 지리산 조망 뛰어나

금정폭포·와석총이 있고 의상과 원효 전설 얽힌 정취암도 볼거리

 


산청의 진산인 둔철산은 지리산을 옆에서 오롯이 볼 수 있는 당당한 산이다. 지리산뿐만 아니다. 정상에 서면 백두대간의 웅자와 황매산 일대의 산주름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사계절 언제라도 좋지만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탁 트인 조망은 이한치한 격으로 호연지기를 불러일으킨다.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먼저 범학리 심거마을 심거교에서 출발, 정상을 밟고 시루봉을 돌아 원점으로 오는 코스가 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에 1시간쯤 더 보태 외송리 홍화원휴게소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두 코스 모두 지리산 조망은 탁월하지만, 황매산 조망과 신기한 와석총, 천년고찰 정취암을 빼먹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산&산'은 둔철산의 풍부한 조망미와 볼거리를 넣어 5시간짜리 코스로 꾸며봤다. 산행 거리 11.6㎞. 보고, 밟고, 느끼는 산행이 될 거라 자신한다.

▲ 산행 기점인 심거교 부근. 마을 표지석과 '등산로 입구'라는 표시가 있다.

등로는 심거마을 심거교를 출발, 등산안내판~깊은골을 지나 금정폭포~전망대로 오른다. 금정폭포에서 전망대까지가 된비알이다. 이후 정상에 오른 뒤 안부~와석총~전망대~634봉~팔각정을 지나 정취암 방향으로 하산길을 연다.

심거교 아래에서 출발한다. 다리 밑에 심거마을 표지석이 있고, 가드레일에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6분쯤 시멘트 길을 걸어 펜션과 심거마을 비석을 지난다. 꽁꽁 언 개울 아래로 물이 흐르는지 졸졸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8분가량 걸으면 등산객들이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나온다. 등산안내판도 있으니 살펴보자.

관음정사로 가는 어귀에 마을 사람들이 '포구나무'로 부르는 보호수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수백 년은 더 돼 보인다. 마을 돌담길을 걷다가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등산로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3분 정도 가면 '깊은골'로 붙는 갈림길이 나온다. 솔들의 키가 크고, 그늘이 풍성하다. 사람들 발길이 없긴 없나 보다. 길바닥에 솔가리 천지다.

10분 정도면 '3단폭포' 갈림길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가면 3단폭포다. 어떤 이들은 이 폭포를 '금정폭포'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빙폭'으로도 부른다.

갈림길에서 5분쯤 오르면 너덜이 드문드문 나온다. 깊은골의 가는 물줄기가 꽁꽁 얼었다. 등산로 표지판을 지나 골을 건너, 골짜기 왼쪽 비탈길로 오른다.

         ▲ 둔철산 명물인 금정폭포. 산 7푼 능선 부근에 있는 와폭으로 여름 산행 때 만나도 반갑겠다
20분 정도면 금정폭포 앞 삼거리(이정표)에 도착한다. 길에서 금정폭포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길이 20m, 폭은 상부가 5m, 하부가 7~8m쯤 된다. 폭포가 얼어 거대한 얼음벽이다. 물이 흐른다면 장관이겠다. 폭포 앞에서 우측으로 가면 시루봉으로 가는 계곡 길이다. '정상' 방향으로 다시 힘을 낸다.

이 지점부터 첫 번째 전망대까지 고도를 510m에서 660m까지 올려야 한다. 비탈이 사납고, 발을 딛기에 애매한 경사지도 제법 있다. 15분 남짓하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 첫 번째 전망대. 이제부터 슬슬 시야가 트이면서, 눈이 놀라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달비봉'으로 부르는 웅석봉의 육중한 덩치가 건너편에 앉아 있다. 봉 오른쪽 너머로 천왕봉 대가리가 얼핏 보인다. 전망대에서 나와 10분쯤 더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분 정도 더 가면 두 번째 전망대가 있는데 아까 전망대보다 지리산이 더 가까이, 뚜렷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10분 거리에 또다시 삼거리다. 통신탑이 서 있고, 이정표도 서 있다. 시루봉으로 가려면 이정표의 주차장 방면을 따르면 된다. 이정표에서 정상까지는 5분 남짓 걸린다.

▲ 두번째 전망대의 조망 / '아, 지리산!' 장쾌한 조망은 이런 것이구나! 속이 후련해지고, 통쾌한 웃음이 나오며 두 발은 막 저리로 달려가고 싶은…. 둔철산 조망의 묘미는 지리산의 마루금을 마주하는 데 있다. 사진 가운데 웅석봉 꼭대기 너머로 백설에 뒤덮인 지리산 천왕봉의 웅자가 드러난다.

 

지리산 쪽을 쳐다보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전광석화처럼 시원한 기운이 '뻥!' 하고 가슴을 관통한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후련한 기분이다. 지리산 꼭대기는 흰색 융단을 깐 것처럼 하얗다. 꼭대기를 중심으로 어깨를 건 연봉들의 굴곡마다 눈이 소복이 쌓였다. 시야를 아래로 내리니 경호강의 강줄기가 지리산 굴곡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달린다. 강도 얼어버려, 햇살이 곳곳에서 반사돼 빛이 난다.

정상 표석은 산 높이를 812m로 표시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원)의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현 위치가 823m이다. 높이가 10m가량 차이가 난다. 반면 지리원 지도는 둔철산 위치를 여기에서 북동쪽으로 4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표시했다. 산꾼들 사이에서 둔철산 위치가 논란이었다. 지도와 실제 위치가 달라, 둔철산 위치는 표석 자리로, 높이는 지리원 위치(812m)를 따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숱한 산행기에서 오류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지리원에 수정 작업을 촉구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길을 연다. 지리산이 있던 파노라마 조망은 이제 황매산 줄기들로 바뀌었다. 헬기장을 지나 200m쯤 가면 지도상의 둔철산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이 봉우리에서 안부 사거리(10분 소요)까지 길 주변에 온통 진달래, 철쭉이다. 봄에 오면 별천지이겠다.

안부에서 이정표의 '정취암·대성산' 방향을 따른다. 진달래 길이 사라지면 암릉 길이다. 여기서 2분가량 오르면 와석총(蝸石塚) 갈림길이다. 와석총까지 왕복 10분 정도. 와석총은 말 그대로 달팽이 무덤이다. 달팽이 껍질 모양의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조물주가 버린 것일까?

 

▲ 달팽이 무덤, 와석총. 대형 공사장에 부어놓은 돌들처럼 바위 덩치가 크고, 다양한 모습이 재미있다.
와석총 갈림길에서 황매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지나 15분쯤 걸어서 634봉까지 간다. 634봉에서 다시 15분 정도 오르면 팔각정이 나온다. 다른 산행기에서 대성산으로 표시한 봉우리인데 현재는 대성산의 흔적은 하나도 없다.

팔각정에서 산불감시초소 쪽으로 튼다. 오솔길을 5분 정도 오면 정취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우회전해 1분 정도 가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꺾는다. 내리막 경사가 급하니 주의해야 한다. 3분 정도면 내리막에서 내려 정취암과 연결된 임도를 만난다.

          ▲ 의상 대사가 하늘로부터 밥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는 정취암.

정취암은 신라 신문왕 6년(686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원효 대사도 이 절에서 4㎞쯤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율곡사를 세웠다. 두 스님은 자주 만나 도력을 겨뤘는데, 관련 일화가 재미있다. 의상한테는 하늘에서 점심때마다 밥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원효가 밥 구경을 하러 들렀는데, 그날따라 밥이 안 내려왔다. 원효가 돌아가자 의상은 하늘을 향해 발끈했는데, 허공에서 '원효 주변의 신장들이 너무 두려워서 밥을 못 보냈다'는 말이 들렸다. 의상은 부끄러워 이후로 '하늘 밥'을 먹지 않고 수행에 정진했다고 한다.

정취암은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주지 수완 스님은 "정취보살은 중생의 소원을 다른 보살보다 잘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절에는 문화재로 산신 탱화와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절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 평지와 만나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돌아 3분쯤 가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오고, 시계방향으로 비스듬히 돌면 삼거리다. 여기에서 산행종점인 정취암 표지석까지 15분쯤 걸린다.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전대식 기자

 

원지정류소 옆에 있는 '신안추어탕(055-972-9449)'은 20년째 추어탕(7천원)을 판다. 신안면 최고의 맛집으로 소문났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서대 구이를 찬으로 내놓는데, 맛이 고소하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갈비찜(3만5천원)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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