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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영월 수주면-법흥리 절골~구봉대산~음다래기골

by 구석구석 201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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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대웅전에는 특이하게도 다른 절에 있는 불상이 없습니다. 대신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지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굳이 불상을 따로 모실 필요가 없지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처가 항상 그 자리에 앉아 설법을 한답니다. 적멸보궁은 '온갖 번뇌 망상이 적멸한(끊어진) 보배로운 궁전'이라는데요. 이 궁은 신라의 국사 자장율사가 처음 세웠습니다.

자장율사는 중국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의 사리 100과와 부처가 입었던 가사 1벌을 신라로 가져옵니다. 자장율사는 사리를 품고 오대산과 설악산, 태백산 등에서 수양을 했는데요. 그가 있던 자리에 어김없이 적멸보궁이 들어섰습니다.

 

대표적인 5대 적멸보궁은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와 사자산(강원도 영월군) 법흥사에 있습니다. 법흥사 적멸보궁 건너편으로 9개의 암봉이 병풍처럼 오밀조밀 주름을 치는데요 구봉대산(九峯臺山·900.7m)입니다. 영월 땅의 대표 산이고요, 솔숲과 단풍, 계곡이 아름다운 명산입니다.

 

봉우리마다 윤회관 담은 이름, 5대 적멸보궁 법흥사도 볼거리


산행코스는 구봉산장을 출발, 법흥사 일주문~금강문~적멸보궁을 지나 절골로 접어든다. 능선 사면을 오르면 널목재에 닿는다. 이후 제1봉인 양이봉부터 제9봉 윤회봉까지 순서대로 밟는다. 길은 외길이지만 봉우리마다 암릉미가 달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조망도 암봉마다 제각각이다. 아홉 개의 봉우리를 지나 음다래기골로 내려오면 다시 구봉산장으로 이어진다. 원점회귀 코스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산행거리 약 9.4㎞) 걸린다.


일주문부터 법흥사 금강문까지는 포장길이다. 금강문부터 적멸보궁까지 소나무 숲길이 장관이다. 절골부터 널목재까지 고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제법 땀이 나지만 이 구간만 견디면 딱히 힘쓸 등로는 거의 없다. 구봉대산의 주능선도 순한 편이다. 9개 봉에 불교의 윤회관을 담은 명칭이 붙었다. 유래를 음미하면서 걷는 산행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게다.

 ▲ 법흥사의 원래 이름은 흥녕사. 이 절을 키운 건 징효국사다. 그의 공적을 기린 비석이다. 보물로 지정됐다.
구봉산장(휴게소) 왼쪽으로 아스팔트길이 있다. 2분 정도 가면 법흥사 일주문이다. 현액에는 '사자산 법흥사'라고 써 있다. 사자산(1,150m)은 법흥사에서 서북쪽에 있는 산이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자산 남쪽 계곡의 경치가 훌륭하다. 복스러운 땅인데 참으로 속세를 피해 살 만한 지역'이라고 칭송했다.

월정사의 말사인 법흥사의 옛 이름은 흥녕사로 신라 구산선문 중 사자산문의 중심 도량이었다. 한때 2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기도 했다.

흥녕교에서 명상의 숲으로 가는 갈림길까지는 5분 정도. 키 큰 소나무와 조금씩 색이 변하는 단풍나무들이 길가에 서 있다.

3분쯤 가면 법흥사 금강문이 나온다. 금강문으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징효대사보인탑비(보물 제612호)가 있다. 징효대사는 사자산문의 시조인 철감선사 도윤의 제자로 법흥사의 전성기를 일군 인물이다. 비석 받침은 거북 모양, 그 위에 비석과 용머리를 새긴 머릿돌을 얹었다. 대사의 업적이 기록돼 있다.

▲ 사학가 신정일은 거의 책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솔 숲 길'로 이 길을 꼽았다.

적멸보궁 쪽으로 걸음을 뗐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었다. 심호흡을 했더니 가슴까지 솔향기가 스미는 것 같다. 고즈넉한 솔숲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 5대 적멸보궁에 속하는 법흥사 적멸보궁. 사진촬영 금지다. 법당 뒤에 자장율사가 수양했다는 돌무덤이 있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돌계단을 올라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연화봉을 등에 진 적멸보궁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법당 안에 자장율사와 징효대사의 진영이 안치돼 있다. 법당 바로 뒤에 높이 160㎝, 길이 150㎝, 너비 190㎝쯤 되는 돌무덤(석분)이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자장율사가 이곳에서 문을 돌로 막고 수도했다고 한다.

적멸보궁에서 2분쯤 내려오면 약사전이 나온다. 이곳에서 구봉대산을 바라보면 부처가 누운 모습, 일명 '구봉대산 와불'을 볼 수 있다.

금강문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캠프장이 나온다. 바로 옆 공사장을 돌아 2분가량 가면 절골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붙으면 사자산 방향이다.

▲ 다시 법흥사 금강문으로 내려가는 솔 숲 길이다. 아름다리 소나무 숲 아래로 젊은 승려가 내려간다.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 굴참나무, 신갈나무가 어울린 터널이 그윽하다. 군데군데 단풍나무도 보인다. 오르막 경사가 완만해 흡사 둘레길을 걷는 것 같다. 이런 길이 20분 남짓 계속된다.

 

▲ 사자산의 물을 모으는 절골 계곡이다. 유량은 적지만 물이 맑고 시원했다.

제1봉을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마지막 계곡, 수통에 물을 채우라'는 안내 문구가 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마셨는데 맛이 알싸하다.

이정표부터 널목재까지 고도가 120m가량 상승한다. 상당한 가풀막이다. 산자락에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던 단풍이 이 길에는 지천이다. 장송과 경쟁하듯 키를 높이고 있다. 숲 밖에선 몰랐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숲 속의 빛깔은 단풍빛으로 은은히 물들고 있다. 2~3주 뒤엔 갖은 색의 단풍이 이 길을 비추겠다.

15분 정도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널목재다. 한시름 놓자. 여기서부터 제9봉까지 오르내림이 리듬감 있게 다가오니 말이다.

이제부터 구봉대산의 아홉 멧부리를 천천히 즐기면서 걷자. 각 봉우리는 생로병사의 인간사를 담은 이름이 붙었다. 제1봉 양이봉은 아기를 밴 엄마의 마음을 나타낸다. 양이봉 푯말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듯 당신은 꿈을 위해 무엇을 주고 있나?'라고 묻고 있다.

널목재로 오르는 길로 상당히 가파르다

 

2분쯤 가면 인간의 탄생을 뜻하는 제2봉 아이봉이다. 4분 거리에 제3봉 장생봉이 있다. 장생봉에서 제4봉 관대봉까지는 10분쯤. 중간에 안부와 헬기장을 지난다. 여기서 5분 정도 오르면 제5봉인 대왕봉이다. 지금까지 봉우리 중 조망이 제일 낫다. 기암 틈에 뿌리를 내린 늙은 소나무가 위태로워 보인다. 벼랑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백척간두 그 자체다. 사자산과 백덕산(1,350m)이 둘러싼 법흥사가 발아래에 보인다.

 

▲ 9개의 봉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830봉과 877봉을 스쳐 제6봉 관망봉에 오른다. 사위가 탁 트였다. 멀리 서쪽으로 치악과 감악의 산줄기가 헌걸차게 앉았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백두대간 소백산의 암봉이 어슴푸레하다.

▲ 제6봉 관망봉이다. 말처럼 조망이 좋다. 관망봉의 안내 푯말은 심히 훼손됐다.

관망봉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인간의 쇠망을 의미하는 제7봉 쇠봉이다. 조망은 나무에 막혔다. 5분쯤 가면 구봉대산 주봉인 제8봉 북망봉이다. 표석과 삼각점이 있다. 한데 표기한 해발고도가 저마다 다르다. 표석엔 870m, 삼각점엔 901m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는 900.7m이다. 지도와 삼각점 표고 차는 오차범위니 눈감아줄 만하지만, 표석과의 차이는 너무 크다. 수정이 시급한 부분이다.

북망봉에서 제9봉인 윤회봉까지는 15분 정도. 윤회봉은 구봉대산의 마지막 봉우리이다. 푯말에 '미래의 나는 지금 내 모습에 따라 달라진다. 삶을 다하고 맞이할 또 다른 세상의 당신 모습, 생각해 보았나요?'라고 쓰여 있다. 이 말을 되새기며 하산길을 연다.

841봉을 지나면 고도가 점점 떨어진다. 750봉에서 능선 왼쪽 사면으로 10여 분 내려가면 음다래기골이다. 물길을 따라 15분 남짓 더 가면 시멘트 다리가 보인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인데 왼쪽은 사방댐 공사장, 오른쪽이 기점 방향이다. 여기서 구봉산장까지는 7~8분 정도.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전대식 기자

 

 

▲ 구봉산장 주인 엄성경 씨. 10년째 이곳에 살면서 산꾼들에게 맛있는 두부전골과 동동주를 팔고 있다. 왼쪽 자전거는 엄 씨가 물의 힘으로 돌리는 수력 자전거다.

 

기점인 '구봉산장'(033-374-7177)은 엄성경(69) 씨가 10년째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직접 만든 두부로 끓인 두부전골(1만~2만원)이 일품이다. 영월 감자로 구운 감자전(5천원)과 도토리묵(1만원)도 판다. 마가목을 넣은 동동주는 6천원.

영월의 대표 음식인 '곤드레밥'은 해발 700m에서 자라는 야생 곤드레나물로 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먹는다. 곤드레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맛이 부드럽고 향이 없다. '솔잎가든'(033-373-3323), '청산회관'(033-374-3030)이 괜찮다.

영월은 '꺼먹돼지(검은색의 재래 돼지)' 요리도 유명하다. 꺼먹돼지는 개량돈보다 지방이 적지만 맛은 더 담백하다. '시장식육식당'(033-372-7163)이 잘 알려졌다. 삼겹살·생고기 200g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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