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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남원 주천-은송리 호경리 구룡계곡

by 구석구석 201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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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행의 백미는 단연 '계곡 산행'. 텀벙텀벙 여울을 건너 골 바닥에 박힌 암반을 딛고, 폭포수에 머리를 들이대는 순간. 신선놀음이 따로 없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백두대간의 하이라이트인 지리산! 두 말이 필요없는 명산이다. 웅장하고 깊은 산세만큼 품은 계곡도 뛰어나다. 그 중 남원시 주천면 구룡계곡은 지리산 서북 능선의 계곡 중에서 첫 번째로 손꼽힌다. 3㎞ 남짓한 계곡은 크고 작고 신기한 돌덩이가 길을 낸다. 그 사이로 구룡폭포의 물들이 하얀 물거품을 드러내며 철철 흐른다.


계곡만 즐기기엔 뭔가 아쉽다고? 해서 지리산 둘레길 1차 구간 일부(약 3.5㎞)와 구룡봉(728m) 산행도 에 넣었다. 시간이 없어서 미뤘던 지리산 둘레길을 이번 기회에 걸어보자. 투박한 길 맛이 제법이다. 걸으면서 보는 지리산의 마루금도 헌걸차다. 구룡계곡은 둘레길, 산행, 계곡이 합쳐진 '3종 세트'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누구와 가든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 지리산 둘레길 1구간. 은송리 내송마을 신작로다.

둘레길은 주천면 은송리 내송마을 입구에서 시작한다. 둘레길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자가승용차는 주변에 세우면 된다. 논과 콩·들깨 밭 사이를 걷는다. 신작로 옆에 핀 보랏빛 도라지가 상큼하다.

 

▲ 개미가 잠든 장군을 깨웠다는 개미정지. '정지'는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쉼터. 즉 정자다.

15분 정도면 개미정지에 도착한다. 임진왜란 당시 남원의 조건암 장군이 깜짝 졸 때 개미 떼가 뒤꿈치를 물어 왜적의 침입을 알렸던 사연이 있다. 개미정지를 지나면 이제부터 숲길이다. 지리산 영제봉, 만복대가 숲 사이로 보인다. 길 곳곳에 쉼터, 조망터가 충분히 있다. 1시간 정도면 구룡치에 닿는다. 예전에 주천면 사람들이 이 재를 넘어 남원장으로 갔다. 구룡봉으로 가는 삼거리는 구룡치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여기서 구룡봉까지는 왕복 1시간쯤. 산정 부근에 삼국시대 쌓은 노치산성 터가 있다.

삼거리에서 3분쯤 떨어진 곳에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부터 둘레길을 버리고 구룡계곡으로 방향을 튼다. 때묻지 않은 숲길을 지나 구룡사 앞에서 구룡계곡으로 떨어지는 내리막을 만난다. 잠시 뒤 우렛소리를 내며 20여m 직벽에서 흰색 '물덩이'를 쏟아내는 구룡폭포가 나온다. 음력 4월 초파일에 아홉 마리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개의 폭포에서 놀다 갔다는 전설이 있다. 남원 제1경이다. 철계단과 흔들다리에서 폭포 전체를 볼 수 있다.

▲ 구룡봉에 닿기 전에 노치산성 터를 지난다. 삼국시대 때 쌓은 성이다.

 

▲ 둘레길을 걷는 연인.

구룡폭포부터는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암벽을 따라 길을 내서 걷기에 조금 까다롭다. 20분가량 내려가면 비폭동이 나온다. 폭포의 물보라가 용처럼 하늘로 오른다고 붙은 계곡이다.

 ▲ 용 아홉 마리의 장난질로 탄생한 구룡폭포. 물줄기가 우렁차다.

 

비폭동부터는 내리막이 순하다. 아래로 갈수록 물길은 조금씩 폭을 모으지만 구룡계곡의 비경은 계속 이어진다. '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기암절벽이 빼어난 지주대, 신선이 바둑을 뒀다는 유선대. 남원의 국악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판소리를 연습했다는 챙이소가 잇따라 나온다. 비폭동에서 챙이소까지 40분 정도. 구시소를 지나 계곡 입구를 나와 육모정까지는 5분쯤. 육모정 바로 밑에 계곡도 가족과 단체 유산객이 자주 찾는 물놀이터다. 육모정 건너편에 '춘향전'의 주인공인 성춘향의 묘가 있다. 물론 진짜 시신은 없다.

육모정부터 구룡폭포까지는 편도로 약 3㎞(소요시간 1시간 10분). 굳이 산행이나 둘레길을 걷지 않겠다면 이 코스로 트레킹 하면 되겠다. 비폭동까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유선대'.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 남원의 국악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연습 장소로 삼았다는 '구시소'.

 

▲ 날머리인 육모정. 부근에 대형 주차장이 있어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곤 한다.

 

육모정 바로 아래에 있는 용호동 계곡.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부산일보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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