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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구룡포-겨울에 가보는 포항 구룡포의 겨울바다

by 구석구석 201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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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함 속 고소한 맛’ 과메기 주렁주렁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있는 ‘과메기’. 포항이 오리지널인 과메기는 몇 년 전만 해도 영남지방 만의 기호식품이었지만 고향 포항의 어드벤티지를 타고 거의 ‘국민식품’수준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동해안 바닷바람이 어느 때보다 매서운 포항 구룡포읍 병포리 앞바다. 제철 맞은 겨울진미인 과메기 건조작업이 한창이다. 대가리와 뼈, 내장을 추려내고 꼬리까지 두 쪽을 가른 꽁치 살을 껍질 째 걸어 말리는 과메기 덕장은 이 맘 때면 구룡포에서 북쪽 영일만 호미곶까지 해안가 어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


영일만 호미곶 구룡포가 본산
두 단으로 된 걸개에 걸린 꽁치사이로 차가운 해풍과 겨울햇살이 번갈아 스쳐 지나가면 과메기는 사나흘 만에 얼었다 녹았다를 거듭하며 꾸덕꾸덕한 제 맛을 낸다. 덕장에서 만난 몽골 아줌마는 우리네 어촌마을 여느 아낙네 솜씨 못지않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과메기를 손질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친숙함이 느껴진다.


이런 갯마을 풍경에 취해 느릿느릿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다가 유명한 포항 죽도시장을 구경한다.
뭍에선 좀체 보기 힘든 매운탕 거리인 홀데기(홍치)와 곰치가 허연 배를 드러내 놓은 시장 입구 좌판에서 수산시장의 진풍경은 시작된다.


수산시장 뜨거운 생활전선
싱싱하고 윤기 나는 대게는 집게발을 버둥거리며 얼음 깔린 진열대 위에 나란히 줄을 서 있다. 한파에 완전무장한 상인은 대게 5마리 한 줄에 한 마리를 더 얹으며 “3만원”을 외치는 간이 천막 옆에선 어린아이 키 만 한 문어를 삶는 가마솥이 연신 김을 뿜어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새벽 경매로 늦은 아침을 먹던 억척 아줌마가 퍼덕거리는 오징어와 우럭을 뜰채로 뜨며 “1kg에 만원. 싸다 싸! 사가 가이소”라며 투박한 사투리로 흥정을 붙는다. 그 사이 오징어 몇 마리는 좌판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며 고개를 삐죽거리고 맞은편에선 흥정을 끝낸 고객과 상인이 덤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 한편에선 또 열심히 회 썰기에 몰두하고 있는 아줌마의 아침식사가 식어가고 있지만 추위는 아랑 곳 없다.


눈 코 뜰 새 없는 수산코너를 돌아 죽도시장 명물인 회 타운에 접어들자 우럭, 광어, 오징어에 고레치, 홍치, 메치 등 잡어까지 싱싱한 활어들이 수족관을 꽉 채우고 있다. 상인들도 저마다 활어를 들어 보이며 손님 유치에 경쟁적이다. 작은 관심에도 곧장 손을 잡아끌기 때문에 곁눈질로 짐짓 다른 곳을 보며 둘러보는 것이 회 타운 구경의 요령인 것 같다.


죽도시장을 벗어나는 지점엔 겨울진미 과메기 상점이 자리한다. 잘 손질된 포장상품(1두릅기준)이 1만원 선. 여기에 채소랑 미역, 초고추장이 갖춰진 세트상품은 1만6천∼1만8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을 빠져나오는 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시장 안으로 들자 조금 전 들었던 활기찬 호객소리가 다시 메아리친다.


929번 해안도로 드라이브
거센 해풍을 견디려는 듯 한껏 몸을 낮춘 해안가 어촌 마을의 정경, 크고 작은 포구의 풍경, 찬바람에도 꿋꿋하게 푸름을 뽐내는 해송 숲은 929번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할 때 볼 수 있는 겨울장관들이다. 이 뿐 아니라 차창너머 푸른빛이 선명한 동해의 짙푸른 바다가 한없이 펼쳐져 운전하는 내내 청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구룡포읍 석병리에 있는 ‘한반도 동쪽 땅끝 마을’이란 표지석 너머 너른 암석이 깔려 있어 바다와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맑은 겨울바다물 속에서는 암초에 꼭 달라붙어 자라고 있는 해초들이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손짓을 하고 있다. 그 싱그러운 생명력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아쉬운 대로 길을 재촉하면 이번엔 호미곶 해맞이 공원과 국립등대박물관에 들러 볼 수도 있다. 바다와 땅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생의 손 조각물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매일신문=우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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