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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남 섬

진도 임회면-18번국도-용산리 여귀산

by 구석구석 2009.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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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귀산

용산마을 입구 농가 한 채 있는 곳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다. 길은 농가 오른쪽으로 있었으나 일단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그러다가 313봉으로 통하는 임도와 갈리는 지점에서 오른쪽 임도를 따라 간다. 막상 임도 끝나는 지점에 가 보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상에 조금 전에 만난 농가 옆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었기에 일단 능선으로 치고 오르다보니 희미한 길이 나온다. 가끔 빛바랜 리본이 길이었음을 알려준다.

수종은 동백나무, 후박나무 같은 열대림과 여러 잡목이 섞여 있다. 유난히 가시나무가 많아 갈 길을 가로막곤 한다. 앞으로 보이는 작은여귀산과 여귀산 봉우리가 마치 여성의 젖가슴 같다. 산 이름도 여귀산(女貴山)이어서 이러한 산 모양을 연상케 한다.

작은여귀산 아래의 주능선에 도착하자 쪽빛 바다와 해무에 희미한 점점 섬들이 그리움을 가져다준다. 억새밭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313봉 쪽에서 오는 길이 고속도로처럼 넓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귀산 남쪽 자락 탑립관광농원 쪽에서 올라와 작은여귀산, 여귀산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작은여귀산에 올라서니 여귀산 정상이 눈앞에 와 있다. 본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접도가 동남쪽에서 붕긋붕긋하고, 주변의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하다. 접도 뒤로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모도가 있다.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북쪽으로는 섬 산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산과 들판이 펼쳐진다. 산비탈에는 진녹색의 열대림이 울창하다.

작은여귀산 봉우리를 내려서서 여귀산 정수리로 올라가는데 꽃망울을 머금은 동백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봄은 겨울의 눈 속에서 준비되고 있다. 길 양쪽으로는 빛바랜 억새가 겨울바람에 사각거리고 있다. 뒤돌아본 작은여귀산의 바위 봉우리가 거대한 철모를 뒤집어 엎어놓은 듯하다. 작은여귀산 뒤로 펼쳐지는 능선에도 불쑥불쑥 솟은 바위들이 부드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의 푸른 바다는 한없이 평화롭다.

여귀산 정상을 이루는 봉우리 역시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여귀산 정수리에 도착하자 봉화대 흔적이 뚜렷하다. 여기에서 본 진도의 풍경은 압권이다. 무엇보다도 동쪽으로 작은여귀산과 그 너머로 보이는 부드러운 능선과 아기자기한 바위들, 그리고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과 바다. 여귀산에 올라 이 풍경 하나만 보고 내려가도 땀 흘린 대가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다. 동쪽 멀리에서는 진도에서 가장 높은 첨찰산(485m)이 예향 진도의 면모를 과시한다.

정상에서 388봉 방향으로 내려서는데, 잠시 시누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시누대 터널을 벗어나 여귀산 정수리를 벗어난다. 뒤돌아본 여귀산의 회색 봉우리가 주변의 진녹색 상록활엽수 위에 얹혀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단순하게 사고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산은 나에게 단순해지라고 주문한다. 이런 산의 주문에 순응하다보면 인간의 삶은 더욱 윤택해 질 것이다. 그래서 산으로 가는 길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388봉에 올라서니 조도와 관매도가 가깝다. 운림산방을 품고 있는 첨찰산은 정상에 올라서야 바다를 볼 수 있는데, 여귀산은 능선에 올라서기만 하면 거의 바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남서쪽 구암사로 가는 길과 북쪽 용산마을로 가는 길이 갈린다.

우리는 용산마을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이 높지도 않고 마을도 바로 아래로 내려 보여 마치 동네 뒷산을 오른 듯하다. 용산마을로 내려가는 임도에 도착하였으나 산행코스가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고, 몇 사람만 능선을 더 타기로 한다. 처음에는 희미하나마 길이 보이는데 갈수록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가시나무가 유난히 많아 길을 뚫고 가는데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가시덤불이 아예 철조망을 쳐놓은 듯하다. 결국 임도쪽으로 하산을 한다. 월간산

-. 제1코스 : 용산마을(1시간) → 313봉(50분) → 여귀산(40분) → 388봉(40분) → 임도(40분) → 약사암 (총소요시간 : 3시간 50분)
-. 제2코스 : 구암사(40분) → 388봉(40분) → 여귀산(40분) → 능선갈림길(15분) → 탑립관광농원 (총소요시간 : 2시간 15분)

 

상만리 403 나절로미술관 061-543-8841

 

 

상만리 여귀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나절로 미술관은 한국화가 이상은씨가 폐교된 (구)상만초교를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나절로는 "스스로 흥에 겨워 즐거움"뜻으로 쓰는 전라도 사투리로 미술관을 지은 이상은 화가의 호이자 자유분방한 내면적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곳이란 뜻을 함유하고 있다.

5천여평의 대지위에 마가렛 꽃 가득한 향기와 아름다운 정원, 전통 흙집으로 단장된 쉼터휴게실 등이 만들어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미술관에는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등 한국의 중진․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나절로미술관장의 작품 등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미술품 구매도 가능하다.

나절로미술관은 13년간의 기다림과 준비 속에 아름다운 미술관이 탄생했으며, 5월과 6월에는 마가렛 꽃이 절정을 이루고 작은 음악회도 선사한다. 미술관내에는 민박시설(2동, 20여명)이 되어 있어 민박도 가능하며 주변에 남도국립국악원과 바다의 절경은 찾는 이의 발길과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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