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古 바닥난방 '온돌' 임산리 영모재
개정판 옥스퍼드사전에 'Kimchi'와 함께 'ondol'로 수록된 '온돌'은 "아궁이에서 방바닥 밑으로 난 통로를 통해 방을 덮히는 난방"으로 정의돼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충북에는 유명한 온돌집이 하나 남아 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임산리의 '영모재(永慕齋 : 충북 유형문화재 제176호)'가 그것이다. 순조 28년에 지어진 고성 남씨 재실로 아궁이는 있으나 굴뚝이 없는 특이한 구조여서 일명 '굴뚝없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은 굴뚝이 없어 불을 지피면 연기가 내부로 빨려 들어가게 해 열효율을 극대화하도록 구성돼 있어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가 담긴 문화재이자 온돌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전해오는 일화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방을 헐고 구조를 살펴보았으나 구들 아래에 항아리만 묻혀 있어 놀랐다고 한다.
한국민속학의 태두이자 역사학자인 남창 손진태(南滄 孫晉泰 : 1900∼?)는'온돌고(溫突考)'에서 '온돌'의 유래에 대해 "순우리말로는 '구운 돌'이란 뜻의 '구들'로 불렀으나, 우리글자가 없을 때 식자들이 구들을 기술하기 위한 한자를 만들면서 '온돌'로 표시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선조들은 굴뚝을 실용적 용도로만 생각지 않고 사찰이나 대갓집에서는 멀찍이 굴뚝을 설치하여 나름의 멋을 내기도 했다. 원래 교태전에 있던 것을 경복궁 안으로 옮겨놓은 보물 제811호 '아미산의 육각형 굴뚝'은 육면체로 벽면을 구성하고 각 면에 사군자·십장생·'卍'자문·봉황문·귀면문·당초문 등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한 것으로 경복궁 자경전 뒤뜰의 보물 제810호 '십장생 무늬 굴뚝'과 함께 궁궐 굴뚝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충청일보 박성일 문화해설가
산나물 먹고 봄!봄! 장터에서 찾은 봄의 흔적
장돌뱅이 가슴에 먼저 찾아온 봄, 충북 영동 임산 5일장
입춘(立春)을 맞이하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코 끝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그래도 봄을 느끼고 싶다면 계절이 한 발 앞서 찾아오는 5일 장으로 떠나보자. 충북 영동 임산5일장은 아직 때묻지 않은 재래식 시골 5일장이다. '장사꾼'이 아닌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는 이 시골 장터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이 지나면 하나 둘씩 파하기 때문에 장터의 활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일찍부터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이왕 시골 장터 여행의 운치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서울에서 구미, 황간 행 버스를 타고 황간IC에서 내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구멍가게가 딸린 황간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온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임산행 시내버스를 타고 15km 정도 더 들어가면 멀리 임산5일장이라고 쓰여진 초록색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산5일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운동장만한 공터를 다 둘러 보는 데는 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1930년대에 마을에 면사무소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을 따라 자연스럽게 장터가 형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획적으로 세워진 대도시의 5일 장터가 '없는 것 없는 만물상'이라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캐고 키운 농산물과 시골 사람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채워진 임산5일장은 소박하고 정겨운 '물물교환 장터' 같은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 보다는 상촌면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파는 장보다는 안부 묻고 수다도 떠는 만남의 장에 더 가깝다.
나물이며 직접 만든 두부, 콩 등을 한 바구니 소박하게 짊어지고 나온 할머니들로 제법 장터의 모양새가 갖춰진다. 상인과 손님들이 한데 뒤엉켜 시끌시끌한 전형적인 5일 장터는 아니지만 충청도 특유의 여유로운 공기가 감도는 한산한 분위기는 마치 오지 마을로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상촌면은 때묻지 않은 시골 풍경과 정서를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임산리 마을 어귀에는 주인공인 상우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초코파이를 사던 구멍가게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산5일장의 특산물은 봄과 함께 찾아오는 산나물이다. 영동군을 둘러싸고 있는 민주지산과 비봉산, 천태산 등지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고사리, 두릅, 참나물, 취나물 등은 중국산 꼬리표를 붙인 나물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참 맛을 자랑한다. 주로 주변 산으로 등산을 왔다가 장터를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사간다고. 그 맛을 못 잊어 매년 봄이면 일부러 임산리까지 직접 내려와서 사가기도 한단다. 가을에는 산에서 직접 채취한 천연 송이, 능이 버섯이 장터를 풍성히 채우는 인기 특산물이다.
1일과 6일에 서는 임산5일장을 비롯해서 영동군에는 총 8~9개 지역에서 재래 장이 선다. 2일과 7일에는 황간장, 3일과 8일에는 심천, 학산, 추풍령에서 장이 서고, 4일과 9일에는 영동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동장이, 5일과 10일에는 매곡과 용산에서 장이 열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이 설 만큼 풍성한 먹거리가 가득한 영동, 그 중에서도 옛 시골 장터의 풍경을 고이 간직한 임산5일장에서 신선한 산나물과 따뜻한 인심으로 봄이 오는 순간을 만끽해보자.
아이들과 함께 벌이는 신명나는 국악 체험, 난계 국악 마을
장 구경을 다 했으면 영동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심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탄 후 난계 국악 마을로 향한다. 박연 선생을 기리는 난계 국악마을은 우리 소리를 온몸으로 듣고 만들고 느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천후 국악 체험 기지다. 장구와 북, 가야금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국악기 제작촌과 한국의 3대 악성(樂聖) 박연 선생의 일대기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국악 박물관, 전통 악기와 장단을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국악 체험 전수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악기 체험 전수관에서는 전화나 현장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하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원하는 모든 악기를 전문 연주가에게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타악기는 평일 오후 1시부터 4시 반, 토, 일, 공휴일엔 10시부터 5시까지, 현악기는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습이 가능하다. 타악기 공방과 현악기 공방이 나란히 자리잡은 국악기 제작촌 에서는 악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10명 이상의 단체일 경우 미리 예약 하면 1인당 만원의 체험비로 자신이 직접 만든 장구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울창한 소나무 길 따라 하염없이 걷고 싶은, 송호 국민 관광지
한 고개 더 넘어 양산으로 넘어가면 수령이 300년이 넘는 수 백 그루의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는 송호 국민 관광지가 나온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삼림욕을 하면서 비봉산 아래로 잔잔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산책을 하노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여름에는 야영장과 방갈로, 수영장과 모래 찜질장 등이 개장해 훌륭한 피서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천태산과 영국사
송호 국민 관광지에서부터 10km 정도 떨어진 천태산은 왕복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가벼운 등산로가 특징. 특히 영국사로 올라가는 길은 딱 기분 좋을 만큼의 땀이 등을 적시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다. 이십 분 정도 돌과 흙, 나무 사이를 오르거니 내리거니 걷다 보면 오색찬란한 리본이 길가의 담장을 가득 메운 직선로가 나오고, 저만치 천년 은행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수령이 천이백 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 31.4m, 둘레 11.54m의 위용을 자랑하는 영국사의 상징이다. 국난이 있을 때면 통곡을 한다는 전설이 내려올 만큼 영험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200m 더 올라가면 드디어 영국사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고 아담한 대웅전 주변에는 보물 제 532호인 영국사 부도와 보물 제 533호 삼층 석탑, 보물 534호 원각국사비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웅전 앞 돌담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동자승 불상의 편안한 미소를 보면서 속세가 아닌 이 곳에서 잠시 삶의 숨도 고른다. 주변을 둘러보니 홍백련 나무 가지에는 벌써 보송보송한 싹 눈이 텄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절대 믿지 않는 강박에서 한 걸음 비켜나니 조금씩 겨울의 끝자락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봄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동에 지금, 봄이 오고 있다.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동군청 문화관광과 : http://tour.yd21.go.kr/
- 난계 국악 : http://nangye.yd21.go.kr
○ 문의전화
- 영동군청 문화관광과 : 043)740-3214
- 난계 국악 박물관 : 043)740-3891
- 난계 국악기 제작촌 : 타악기공방 043)742-1345, 현악기공방 043)745-8558
- 난계 국악 체험 전수관 : 043)742-0222
- 천태산 매표소 : 043)743-8843
- 송호 국민 관광지 : 043)740-8820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영동 하루 27회 운행 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영동역 043)1544-7788, 043)744-8788
[버스]
강남 고속 터미널 서울-황간 하루 3회 운행 2시간 30분 소요
동서울 터미널 서울-영동 하루 4회 운행 2시간 40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울-영동]
경부고속도로(하행) -> 영동IC -> 영동방면 11km 2시간30분 소요 호남고속도로(상행) -> 서대전분기점 ->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 영동IC -> 영동방면 11km 3시간30분 소요
[부산-영동]
경부고속도록(상행) -> 황간IC -> 영동방면 15km 3시간 소요
○ 숙박정보
- 신영장 여관 :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043)742-0222
- 송호 파크 :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043)745-0048
- 힐탑 파크 :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043)744-9172
- 푸른산 민박 :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043)744-4659.
○ 식당정보
- 금강식당 : 용봉탕, 4인분 5만원, 043)742-6467
- 선희식당 : 어죽, 1인분 4000원, 043)745-9450
- 한천가든 : 쏘가리 매운탕 3인분 3만원, 043)744-9944
- 폭포가든 : 우렁 쌈밥 1인분 6000원, 043)742-1777
- 영동 올갱이 식당 : 올갱이국, 043)744-1077
○ 축제 및 행사정보
- 난계 국악 축제 : 2008년 8월경 개최, 문의 043)740-3223
- 영동포도축제 : 2008년 8월경 개최, 문의 043)740-3473, http://www.ydpodo.co.kr
○ 이색체험 정보
- 와인 트레인 : 영동의 와인 코리아 공장 견학과 난계 국악 체험 등으로 구성된 여행 패키지, http://www.winekr.co.kr/
○ 주변 볼거리
- 민주지산 자연 휴양림, 물한 계곡, 용두 공원, 송천 유원지, 송천 빙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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