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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구미 해평면-다곡리 청화산

by 구석구석 2009.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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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산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산은 높이에 비해 면적이 꽤 넓은 산으로, 서남쪽에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구미시 도개면을 감싸고, 북쪽 산록에는 의성군 구천면 일대가 펼쳐진다. 또 동쪽 산자락은 군위군 소보면 일대다.

 

▲ 청화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냉산은 산줄기가 동서로 펼쳐져 있다.

본래 청화산(靑火山)으로 꽃(華)이 아닌 불(火)로 표기한 것을 꽃(華)으로 표기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불을 뜻하는 산이름 탓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산불이 잦았다고 한다. 이에 어느 선비의 제안으로 불을 뜻하는 화(火) 대신 꽃을 의미하는 화(華)로 바뀌게 되었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한다. 어쨌든 산명의 표기를 바꾸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청화산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의성군 구천면 청산리에는 백운동(白雲洞)과 청운동(靑雲洞)이 있어 예부터 청산은 아름답고 흰 구름이 드높은 선경이라 했다. ‘무한청산 행욕진(無限靑山 行慾盡=끝없는 청산 산길 끊겨진 곳), 백운심처 유인가(白雲深處 有人家=흰 구름에 감춰진 곳 인가가 있더라)’라는 옛 글을 취하여 청산1리를 백운동, 조성지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청산2리를 대칭의 개념으로 청운동이라 한다.

 

또 서편의 구미시 도개면 다곡리 아래 도개리에는 최근에 지은 신라불교 초전기념관과 함께 도문화재자료 제296호인 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이라는 우물이 있다. 신라 최초의 불교 신자인 모례(毛禮)의 집에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물은 직사각형의 석재를 사용하여 큰 독 모양으로 돌을 쌓아 만들었다. 밑바닥을 두꺼운 나무판자로 깔아 만든 것이 특징이며, 나무판자는 아직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 우물과 이웃마을의 도리사(桃李寺)는 신라 불교의 전파를 알려주는 유적으로 불교 성지다.

 

산행은 이 산의 동남쪽 당재에서 시작해 551m봉(헬기장)~정상~팔공기맥 갈림길~병산박씨·함창김씨 합장묘~주륵사지를 지나 다곡1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선다. 당재(땅재)는 구미시 도개면에서 군위군 소보면으로 연결되는 68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개다. 이 고개는 남쪽의 베틀산에서 청화산을 잇는 팔공기맥에 자리할 뿐만 아니라 냉산에서 청화산을 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고개 너머에는 소보(召保)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당재~정상~주륵사지~다곡1리 코스

고갯마루에서 왼편 산길로 들어서면 청화산 등산로 안내도가 산객을 맞고 옆에는 벤치가 있어 잠시 쉬면서 산행 준비를 한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면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그렇게 된비알이 아닌 탓에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이 능선길은 구미시와 군위군을 가르는 경계를 이룬다.

 

▲ 1 헬기장이 있는 551m봉에 서면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산릉을 따라 이어지는 청화산의 일부를 읽을 수 있다. / 2 정상표석과 삼각점, 헬기장이 있는 산정에 올라서면 주변 조망도 시원하다.

 

뚜렷한 등로를 따라 고도를 높이면 주변 조망도 쉽게 접하게 된다. 뒤돌아보면 산줄기가 동서로 펼쳐지는 냉산이 헌걸차게 솟아 있고, 그 아래 산자락의 다곡리 일대도 훤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냉산은 산행 내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가까운 이웃 산이다.

 

길섶에 함초롬하게 핀 야생화도 구경하면서 30분 정도 걷다보면 551m봉이다. 널찍한 헬기장이 차지한 이곳에 서서 가야할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산릉을 따라 이어지는 청화산의 일부를 읽을 수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속으로 1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이른다. 왼편은 당재 마을, 오른편은 사촌 마을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땀을 식힌 후, 숲을 벗어나 마사토가 드러난 완만한 오르막길로 향한다. 둔덕처럼 밋밋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올라서면 612m봉. 억새가 뒤덮인 펑퍼짐한 이 봉우리에 서면 냉산 뒤로 우뚝 솟은 금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팔공기맥이 뻗어가는 능선은 물론이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팔공산 일대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 1 청화산 등산로 안내도가 산객을 맞고 벤치가 있어 쉴 수 있는 당재 등산로 초입. / 2 절은 사라지고 그 터에는 파괴된 석탑재와 초석만 폐기물처럼 쌓여 있는 주륵사 폐탑.

 

여기서부터는 능선길로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는 산길에 큰 어려움이 없는 외길이다. 방향을 틀어 완만한 내리막길로 따르다가 직진 아닌 오른쪽 2시 방향으로 틀면 약간 가팔라지는 산길은 안부에 이르게 된다. 다시 경사가 심해지는 오르막 능선에서 헬기장을 지나고 곧이어 백운동 갈림길이 만나는 690m봉에 닿는다. 이곳은 구미, 의성, 군위군을 가르는 경계점이다. 이제부터는 구미시와 의성군을 가르는 능선길로 가게 된다.

 

가까운 거리의 상봉을 바라보며 약간의 바위가 어우러진 날등을 지난다. 10분이 채 못돼 695m봉에 도착한다. 묘지가 자리한 이 봉우리는 당재쪽에서 보면 정상으로 착각하는 봉이다. 정상은 이 봉우리에서 한 굽이를 더 넘어야 닿게 된다.

 

왼편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10분이면 올라서는 청화산 산정에는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석과 함께 삼각점(안계 12, 1981 재설)이 자리한다. 그 옆에는 잘 단장된 헬기장이 산정의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청화산 정상을 일러 상상봉 또는 용두봉이라 불렀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구미시 도개면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박곡봉이라 새겨져 있다.

 

아무튼 산정에서의 조망은 시원하다. 멀리 팔공산 자락이 보이고 가산과 베틀산 등 기맥을 이루는 산봉들이 겹겹으로 연이어진다. 남쪽에는 펑퍼짐한 냉산의 산줄기가 낙동강으로 그 산세를 떨구고, 굽이치며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과 강변 일대의 전답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의성군 구천면을 감싸고 흐르는 위천변의 넓은 들녘도 볼 수 있다.

 
▲ 1 숲길을 벗어나면 가야할 능선은 물론이고 멀리 장자봉, 만경산으로 이어지는 팔공기맥의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 2 하산길은 참나무가 빼곡한 숲길로 이어진다.
 

하산은 정상의 헬기장을 지나 완만한 내리막 능선으로 잇는다. 참나무가 빼곡한 숲길을 벗어나 고도를 낮추면 가야할 능선은 물론이고 멀리 장자봉과 만경산으로 이어지는 팔공기맥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분 정도면 헬기장을 지나 능선이 분기되는 638m봉에 이른다. 여기서 왼편 능선길로 5분쯤이면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곧바로 직진해야 한다(오른편은 팔공기맥 갈현으로 내려서는 길).

 

잠시 후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편의 뚜렷한 길은 주륵폭포로 내려서게 된다. 이 길을 버리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한 맞은편 길로 곧장 들어선다. 길은 뚜렷하지만 진달래나무와 싸리나무 등으로 성가시다.

 

5분이 될 즈음이면 병산박씨와 함창김씨 합장묘가 있다. 뒤이어 만나는 나주정씨 묘지 앞으로 10분 가량 나아가면 오래된 삼각점(410, 재설 78. 9 건설부)이 있는 갈림길. 오른편 능선길은 우신 마을로 연결되지만 잡목이 빽빽해 힘들 것 같다. 왼편 능선길로 방향을 틀어 3분 정도면 전망이 뛰어난 선산김씨 묘지를 만난다.

 

묘지에서 왼편의 계곡 건너편으로 바라보는 청화산의 모습은 걸출하고 우뚝하다. 오른편으로는 도개면 일대의 마을과 논밭을 비롯해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반짝이는 낙동강도 더욱 가깝게 볼 수 있다. 묘지를 지나 곧이어 갈림길. 능선을 따라도 되지만 길이 희미해 왼편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제법 가파른 산비탈로 조심스럽게 내려서다가 비탈길이 끝날 무렵이면 산길 왼편 숲속에 주륵사 폐탑(朱勒寺 廢塔·도문화재자료 제295호)을 만난다.

 

절은 사라지고 그 터에는 파괴된 석탑재와 초석만 폐기물처럼 쌓여 있다. 석탑의 전체 규모는 탑 재료의 망실이 많고 매몰된 것이 많아 알 수 없으나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탑의 지붕돌을 통해 그 규모의 추정은 가능하다. 큰 규모의 지붕돌임에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또 면석에는 모서리 기둥과 안 기둥이 새겨져 있다. 석탑은 8세기 후반이나 9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큰 탑이라고 한다.

 

폐탑을 뒤로하고 계단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면 널찍한 산판도로다. 곧이어 공중화장실을 만나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15분이면 다항교를 건너 다곡1리 버스정류장에 닿으면서 산행은 끝난다.

 

 산행길잡이
○당재(땅재)~551m봉(헬기장)~정상~팔공기맥 갈림길~병산박씨·함창김씨 합장묘~주륵사지~다곡1리 버스정류장 <4시간30분 소요>
○당재(땅재)~551m봉(헬기장)~정상~팔공기맥-주륵폭포 갈림길~갈현 <4시간 소요>
○다곡1리 버스정류장~주륵폭포~팔공기맥 갈림길~정상~백운동 갈림길~백운동~923번 지방도 <4시간30분 소요>

 

숙식(지역번호 054)
선산읍내에는 숙식이 가능해 꼭 구미 시내에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 선산읍내 먹거리집으로는 교리의 일월전주돌솥밥(481-4237), 동부리에 있는 선주한정식(481-2103), 선산초등교 뒤편의 동해칼국수(481-3427)가 제법 알려진 집이다. 숙박은 선산관광호텔(482-0225)를 비롯해 읍내의 여관을 이용하면 된다. 구미역 인근의 싱글벙글식당(456-4515)은 복매운탕과 콩나물무침이 별미로 유명한 집이다.

월간산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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