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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보성 벌교읍-2번국도-한옥펜션 한상훈가

by 구석구석 200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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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 지나 서순천IC-17번 국도-2번 국도를 타고 벌교 지나 보성 쪽으로 계속 가다가 소방서 지나 ‘옥전리’ 표지를 보고 우회전.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징광문화’ 표지판이 보인다.

 

봄꽃 만나기 좋은 곳, 한옥 펜션 한상훈가 061-857-5064, www.jingkwang.co.kr

휴대폰 소리도, 자명종 시계도, 억척스레 하루를 일궈보라 채근하는 아침 방송도 없다. 구리 풍경(風磬)이 걸린 한옥의 처마 위로 새들의 바지런한 수다가 잰 걸음을 한다. 산새들의 반주에 암탉이 근사한 독창까지 얹었는데도 팔자 좋은 백구(白狗)는 진달래 개나리 꿈을 꾸는지 잠을 털어낼 생각이 없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징광차밭 안에 있는 한옥 ‘한상훈가(家)’의 새벽이다. 한지바른 격자무늬 창 밖으로 돌담이 걸렸고 그 위로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옆집 중학생처럼 사랑채를 훔쳐보고 있다. 밤새 봄비까지 몰래 내려 디딤돌 위 신발이 촉촉히 젖었다. 신발을 꺾어 신고 나선 산책길에는 매화가 녹차밭과 어우러졌다. 길 따라 흐르는 시내는 세 걸음 옮길 때마다 변덕스레 다른 소리를 낸다.

 

‘징광차밭’ 혹은 ‘징광다원’은 야생 차밭과 전통 옹기 제작으로 이름나 있다. 세상을 뜬 남편을 이어 농장을 꾸려가는 차정금씨가 “차 밭에 그늘을 드리워야 하는데 꽃이 예쁜 매화가 좋겠다” 하며 2004년부터 심은 매화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씩 늘어 어느새 농장 곳곳을 장식하게 됐다.

2번 국도에서 징광다원까지는 꼬불꼬불 좁은 산길로 3㎞다. 금화산 앞으로 자리 잡은 징광 저수지가 농원까지 길 안내를 한다. 큰길서 멀리 떨어진 만큼 인적이 드물다. 꽃구경 명소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상춘객(賞春客)들의 넘치는 활기에 귀가 먹먹해질 때쯤, 산속에 숨은 매화와의 조용한 만남이 반갑다.

22만평 규모의 징광다원에는 한옥이 두 채다. 서울 한남동에 있던 한옥이 1980년 도로 확장 때문에 철거될 신세에 놓인 것을 차씨의 남편인 고(故) 한상훈씨가 그대로 옮겼다. 조심조심 기와 서까래 대들보를 뜯어내 남도까지 실어다 조립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한씨 부부에게는 만만찮은 작업이었지만, 불타버릴 뻔한 안채와 사랑채는 타향의 산골짜기에 새 보금자리를 틀게 됐다.

한씨 부부가 살림집으로 쓰던 것을 차씨는 2003년 개조해 민박용 한옥으로 개방했다. 각 채마다 양변기와 샤워시설이 갖춰진 욕실을 넣었고 춥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리 창문을 한 겹 덧댔다. 가스 보일러도 설치했다.

한 가족이 묵기에는 사랑채가 알맞다. 넓은 방 하나에 조리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펜션 느낌이 난다. 방 옆에 붙어 있는 넓은 다락마루는 봄바람 맞으며 낮잠자기 제격이다. 나무로 지은 집이라 가스 버너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먹거나 하는 일은 금지돼 있다. 돌담 안에 매화 동백 철쭉 등 꽃나무 10여 그루가 심어져 있어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꽃구경은 이어진다.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 가려면 방 두 개와 넓은 거실이 구비된 안채를 빌리면 된다. 한옥이니만큼 방음이 잘 되지 않아 건너방서 나는 소리도 쉽게 들린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대화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조선일보 2007.3

 

사랑채(3~4인용·15평) 25만원, 안채(8~9인용·26평) 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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