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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기도

성남 수정구-대왕판교로-금토동숲

by 구석구석 200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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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내곡간고속화도로나 대왕판교로에서 시흥사거리-도로공사-금토동사거리에서 우측 경부고속도로방향으로 들어와 식당 ‘청계산장’을 지나 가다 보면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난 지하차도가 나오는데, 진입하지 말고 오른쪽 길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정일당 강씨묘’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청계산 금토동 숲 / 물가에, 바위 틈에, 다른 나무 위에 뿌리 내린 숲 속의 별난 친구들

 

글=김신영 기자 / 도움말=남효창 ‘숲 연구소'소장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지금 있는 ‘그 곳’은 미래의 ‘그 곳’을 결정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처음 떨어진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하는 풀과 나무에게 ‘그 곳’은 생사(生死) 여부를 가를 정도로 결정적인 생존의 조건이 된다. 

 

조선시대 후기 여류 문인(文人) 정일당 강씨의 묘로 이어지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숲’. 6월인데도 햇빛이 바닥에 잘 닿지 않을 정도로 초록이 빽빽하다. 초여름 산책을 즐기는 인간은 상쾌한 숲길을 맘껏 즐길 따름이지만, 밀도 높은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식물은 생명을 일구느라 게으를 틈이 없다. 물가에, 길가에, 바위 틈에, 그리고 다른 나무 위에…. 뿌리 내린 ‘그 곳’에 순응해 나름의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청계산 자락 금토동 숲 풀과 나무들의 씩씩한 모습을 따라가봤다.

 ▲ 금토동 숲은 나무와 풀의 밀도가 높은 편이어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전략’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정일당 강씨묘 1.5㎞’ 표지판 맞은편의 커다란 밤나무(?)에는 수꽃이 한창 피어 있다. 가지처럼 생겨 꽃인 줄 모르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연노랑으로 가늘게 뻗어 있는 꽃을 찾을 수 있다. 밤나무의 경우 수꽃에 비해 암꽃이 작고 보잘것없을 뿐 아니라 수도 훨씬 적다. 수꽃이 많이 피는 이유는 꽃가루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가루받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함인데, 벌을 매개로 삼기 때문에 벌이 좋아하는 진하고 달콤한 향을 숲 구석구석 날리기도 한다. 작은 암꽃도 일단 수분(受粉)이 되고 나면 날카로운 가시와 껍질을 만들기 시작한다. 열매(밤)의 물기가 마르거나 동물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책이다. 가루받이를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바람이 보드라운 봄이어서 대부분의 식물은 4, 5월 부지런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러나 밤나무는 다른 꽃과 경쟁하는 것을 살짝 피해 조용히 기다리다가 6월에 꽃을 피운다.

 

 

금토동 숲에는 밤나무가 유난히 많다. 밤나무는 잎이 길쭉하고 나무껍질이 세로로 길게 갈라져 흰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잎이 비슷하게 생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와 달리 잎 가장자리의 작은 톱니 끝까지 초록 빛깔이 꽉꽉 들어차 있다.

같은 밤나무라도 여건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은 가지가지다. ?번 나무는 “다 비켜, 내 공간이잖아”라고 소리치는 듯 사방으로 굵은 가지를 강하게 뻗고 있다. 주변 나무들이 비교적 가늘어 이 밤나무를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다 보니 ‘욕심쟁이’로 변한 것이다. ?번 밤나무는 주변에 꽤 강한 나무들이 많아 구불구불 몸을 사려가며 ‘겁 많은 밤나무’로 자랐다.

처음 나오는 벤치와 넓고 편편한 흰 돌을 지나 왼쪽으로 보이는 밤나무들(?)은 좁은 공간에 함께 뿌리를 내리는 바람에 무려 네 그루가 엉켜 연리목(連理木·여러 나무가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식물원 공사장 입구의 갈래 길 왼쪽 밤나무(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 밤나무는 하필 흙이 잘 쓸려 내려가는 물가에 자리잡은 탓에 뿌리가 다 드러나고 군데군데 찢겨나간 상처도 적지 않아 보인다. 땅 속에 머물러야 할 뿌리가 겉으로 노출되면 곰팡이, 바이러스 등의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격해질 수밖에 없다.


 

‘물푸레나무’는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째 벤치를 지나 식물원 공사장으로 가는 길 왼쪽에는 물푸레나무를 업고 사는 밤나무(?)가 있다. 물푸레나무의 씨앗이 하필 밤나무 가지 위에 떨어져 시작된 ‘불안한 동거’다. 커다란 밤나무가 몸을 뚫고 들어오려는 물푸레나무의 어린 뿌리를 가만 둘 리 없다. 그래서 이 물푸레나무는 밤나무 위에 떨어지는 빗물과 나뭇잎 등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물푸레나무가 더 자라 ‘임시방편’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지면 밤나무 껍질을 찢고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삶을 마감해야 하는 극단적 ‘결투’가 벌어질지 모른다. ?번의 상수리나무 두 그루는 길 건너편 굴참나무와 영역 다툼 중이다. 오른쪽 굴참나무가 왼쪽으로 뻗어나간 모양새로 봐서, 지금까지는 상수리나무‘연합군’이 밀리는 듯하다.


 

밤나무와 물푸레나무를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자. 왼쪽을 보면 커다란 바위 위를 수평으로 따라가다 갑자기 90도 각도로 하늘로 치솟은 팥배나무(?)가 보인다. 어쩌다 이런 특이한 ‘몸매’를 갖게 됐을까. 바위 옆, 혹은 바위 위에서 싹을 틔운 여린 가지의 어린 팥배나무는 바람 등에 휩쓸려 바위 위에 기대 살았을 것이다. 가지가 굵어지던 어느 날 바위 끝까지 뻗어나간 팥배나무는 다른 ‘살 길’을 모색해야 했고,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는 식물의 본능을 따라 직각으로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어나갔다.

 


나무 껍질이 마치 때를 민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다릅나무는 습한 곳을 좋아해 주로 물가에 자란다. 식물원 공사장으로 가는 갈림길 아래 계곡 옆에 자라고 있는 다릅나무(⑭)는 줄기 아래쪽에 불룩한 혹을 몇 개 달고 있다. 곤충이나 균이 나무에 침투해 생긴 ‘벌레혹’이다. 식물원 공사로 땅이 패여 나가는 바람에 뿌리에 상처가 나서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외적(外敵)’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해 갖게 된 상처다.


 

찾아보세요! 귀여운 딱따구리집 

●족제비싸리(②) 꽃이 족제비 꼬리 같다고 해서 ‘족제비싸리’라 불린다. 금토동 숲 입구 오른쪽에 있다. 다른 꽃이 거의 져버린 6월에 핀데다, 벌이 쉽게 알아보는 보라색과 노란색을 띄고 있어서 족제비싸리 주변에는 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다. 벌은 붉은 색을 인식하지 못해 빨간 꽃에는 가지 않는다.

 

●개고사리(③) 숲 입구 왼쪽에는 나지막한 고사리들이 모여 있다. 이들 고사리들은 독이 있는 ‘개고사리’라서 먹으면 안 된다. 땅에서 올라온 줄기가 하나로 뻗어 있으면 못 먹는 ‘개고사리’,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먹을 수 있는 고사리다.

 

●딱따구리집(④) 포장된 길이 시작되기 직전 오른쪽을 보면 나무 껍질이 검은 산벚나무가 있다. 산벚나무 위에 마치 사람이 뚫어 놓은 것 같은 구멍 세 개가 있는데 딱따구리가 부리로 콩콩 쪼아 지어놓은 집이다. 위의 두 개는 밝은 테두리를 갖고 있고 아래 하나는 테두리 없이 어두운 색이다. 밝은 테두리가 있는 집은 올해 지은 ‘새 집’, 어두운 구멍은 ‘헌 집’으로 딱따구리는 한 번 알을 낳고 살았던 집에는 두 번 다시 돌아와 살지 않는다. ‘헌 집’에는 멧비둘기, 원앙 등이 들어와 산다.

 

 딱따구리가 곤충을 사냥하기 위해 나무 속을 두드리거나, 왠지 수확이 좋지 않을 때는 의도적으로 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나무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속에서 수액을 내놓습니다. 그리고는 딱따구리는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수액을 먹기 위해 모여든 곤충들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날아오는 영특한 행동도 보이곤 합니다.

 

●날도래 애벌레 집(⑦) 계곡에 있는 돌을 들춰보면 돌과 비슷한 색깔로 작게 솟은 ‘날도래 애벌레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연약한 애벌레가 물고기에 먹히지 않도록 물샐 틈 없이 단단하게 지어놓은 집이다. 날도래 애벌레는 1, 2급수에만 살기 때문에 계곡 물이 맑다는 것을 뜻한다.

 

●산딸나무(⑮) 정일당 강씨묘 사당 옆에는 흰 꽃이 예쁘게 핀 ‘산딸나무’가 한 그루 있다. 희고 넓은 부분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장’한 것이다. 가운데 동그란 부분에 붙은 연노란색의 자잘한 게 꽃이다. 산딸나무는 꽃받침을 크고 화려하게 ‘개조’해 벌을 유인한다. 

 

 

이렇게 놀아보세요!

필기도구와 노트를 준비한다. 길을 따라 걷다가 자주 보이는 나무들을 만나면 그 잎을 세밀하게 그린다. 나뭇잎에는 잎끝과 잎밑, 잎자루와 잎맥이 있고, 다시 잎의 중심을 따라 나타나있는 주맥과 그 옆에 이어져 있는 측맥 그리고 세맥으로 나뉘어진다.〈그림 참조〉 잎의 가장자리 모양도 나무마다 제각기 다르다. 딱따구리집이 있는 산벚나무, 하얀꽃이 핀 산딸나무, 금토동 숲에 가장 많은 밤나무 등의 잎을 새로 디자인한다는 마음으로 자세히 그려보자. 활동 후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보던 나무가 훨씬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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