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고추장, 된장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오랜기간 장류를 즐겨 먹었다. 옛 어른들은 장이 잘 되어야 한해를 거뜬히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간편하게 시판되는 고추장, 된장 등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편리함과 달리 옛 방식 그대로 오랜시간과 정성을 들여 전통장을 담그는 곳이 있다. 공주 의당전통손메주 마을. 그곳으로 직접 장 담그기 체험을 하러 길을 떠나보자.
정월 말일은 장 담그는 날
예부터 장은 정월에 담그는 정월장, 이월에 담그는 이월장, 사월에 담그는 사월장이 있는데 음력 정월에 담근 장은 맛이 깊고 은근해 최고의 장으로 손꼽아 왔다. 특히 정월 말날에 즉, 십이간지 중 말에 해당하는 날에 담가야 해가 없고 장이 잘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장 담그는 것을 일종의 의식처럼 신성시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날을 골라 장을 담그고, 장을 담그기 전에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했다고 한다.
장이란 간장, 된장, 고추장을 총칭하는 말로, 우리 민족은 음식의 간을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조절했다. 그래서 장맛은 집안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로 여겼다. 특히 오늘날은 장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장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웰빙 바람을 타고 직접 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전통장을 지킨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공주 의당전통손메주 마을은 1997년 임재숙, 정순애, 성숙자 씨 세 명이 전통 장을 지키기 위해 세운 곳이다. 아담한 크기의 작업장은 전국 곳곳에서 사장이 직접 공수해 온 항아리 10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 장을 품고 있다. 이곳에선 장맛이 가장 좋다는 정월 말날에 장을 담근다.
인근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순수 100% 토종콩과 태양초, 천일염을 사용해 시골 아낙네의 손맛과 정성으로 맛을 낸다. 특히 방부제는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매년 1급수 판정을 받는 깨끗한 물을 이용해서인지 장맛이 더욱 깊고 좋다. 또한 매일매일 장을 들여다보며 상태를 점검하며 햇볕을 듬뿍 쏘여준다. 건강한 이곳 장은 몸에 좋은 성분을 가득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 장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또다시 찾는다고 한다.
맛있는 장 담그기
장은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잘 숙성시키면 그 물이 간장이 되고 남은 메주를 으깨면 된장이 된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재료선택과 보관이 아주 중요하다. 메주는 음력 8, 9, 10월에 말려서 메달아 띄워둔다. 정월 말날까지 바람과 해를 받아 겉몸은 깨끗하고 가운데 부분은 말랑말랑하며 흰곰팡이가 많은 것이 좋은 메주라고 한다. 이를 솔로 깨끗이 씻어 햇볕에 바짝 말려 준비한다. 항아리는 짚이나 신문지를 태워 소독한 후 그을음을 닦아내고 사용한다. 소금물은 3일전 쯤 풀어 놓았다가 고운채로 받쳐 사용하는데, 물은 생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수돗물을 사용할 때에는 이틀정도 받아두어 소독기를 제거하는 것이 맛 좋은 장을 담글 수 있다는 비결이다.
정월 말날에 담드는 장은 소금물 염도가 17~8도 정도가 적당하다. 소금물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장이 숙성과정이나 보관 중에 변질될 우려가 있고, 또 너무 짜면 미생물의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금물 농도가 장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장을 담그고 이틀 후 통고추, 참숯, 대나무를 넣어두면 불순물과 냄새가 제거된다.
장 항아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낮에는 뚜껑을 열어 볕을 쬐고 밤에는 덮어 둔다. 40~50일이 지나 메주를 건져 소금간을 하면서 메주가루를 넣고 잘 으깨면 된장이 된다. 된장은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고 위에 소청을 덮어 볕이 잘 드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고추장은 찹쌀물에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잘 섞어 만든다. 이때 소금으로 약간 짭짤하게 간을 해야 삭혔을 때 싱겁지 않고 먹기에 좋다. 또한 찹쌀을 하루 전날에 불려 빻아 엿 질금물에 삭혀 뒀다가 끊여 찹쌀액을 만든다. 강한 불에 한 시간, 중간 불에 네 시간, 약한 불에 세 시간을 끊이면 진갈색의 진한 찹쌀 농축액이 된다. 잘 섞은 고추장은 항아리에 담아 햇볕에 두고 일주일정도 지나 고추장의 표면이 꾸덕꾸덕해지면 위에 소금을 얹는데 이를 꽃소금이라 부른다. 표면이 마르기 전에 소금을 얹으면 고추장에 소금이 녹아 배어 좋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장은 세심한 정성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금새 맛이 변해 버린다. 이곳에선 그 모든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우리네 장맛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요즘 우리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장에 대한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우리의 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런 전통 장 담그기 체험이 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 몸에 좋은 전통 장을 내 손으로 직접 담그며 장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주 의당전통손메주 041-855-0333
☞주변 관광지
공주 의당전통손메주 마을 근처에는 무녕왕릉, 공산성 등 백제문화유적과 우리네 전통 판소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박동진판소리전수관이 있다. 전통 장 담그기 체험 후 문화유산과 전통 소리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무녕왕릉
무녕왕릉은 1971년 7월 5일 배수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됐는데, 묘실전체를 벽돌로 쌓은 것으로 입구 통로에 해당하는 연도와 시신을 안치하는 현실의 두 부분으로 만들어져 있다.
왕릉에서는 관장식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금으로 만든 각종 장신구를 포함하여 총 108종 2906점이라는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고 그 중에는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종에 달한다. 이곳에 가면 관람이 폐쇄된 무령왕릉 및 5, 6호분을 정밀하게 재현해 놓은 모형관도 있고 문화재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공산성
공산성은 백제시대에 축성된 산성으로 백제 때에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원래는 토성이었는데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해발 100m 공산의 정상에서 서쪽의 봉우리까지 에워싸듯 지워진 산성으로 둘레는2450m이다. 성 안에는 후대에 세워진 영은사, 광복루, 쌍수정, 연못터 등이 남아있다. 공산성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듯이 둘러보면 좋다.
△박동진판소리전수관
몇 년 전 광고에서 ‘제비몰러 나간다’를 외치시던 고 박동진옹이 판소리 전수와 후진 양성을 위해 1998년 고향 공주에 설립한 전수관이다. 현재 김양숙 관장님께서 이곳 운영과 함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판소리전수관은 공주시 시티투어를 통해서 매달 첫째, 셋째 주 일요일 이용할 수 있으며, 단체의 경우 2주 전 예약을 하면 40명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5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며 판소리 이론과 기본 장단, 소리 등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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