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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마산 오동동-아구찜골목

by 구석구석 200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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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마산 IC로 나가 삼호로를 따라 오동동으로 진입

 

못생긴 외모 뒤에 유혹적 속살 감춘 '아귀'가 온다

 

[맛다이어리 2008~] 1월의 제철음식 - 아귀  스포츠조선 2008.1.23 송혜진, 유창우 기자

 

 

아귀보다 못난 생선을 찾기도 쉽지 않다. 머리와 입은 흉하게 크고, 아래턱은 툭 튀어나왔다. 껍질은 우둘투둘해서 징그럽다. 못생긴 죄로 불교에서 욕심 많은 사람이 사후에 떨어져서 된다고 믿는 귀신 '아귀(餓鬼)'의 이름까지 물려 받았다. 예전의 어부들도 아귀를 잡으면 "재수없게 생겼다"고 바다에 바로 버렸다 해서 별명이 '물텀벙'이다.

아귀는 그러나 '속살'이 유혹적이다. 부드러운 살점과 쫄깃한 껍질, 이 담백한 흰 살 생선이 1월 제철을 맞아 미식가들에게 손짓하기 시작했다. 아귀의 참 맛을 보기 위해, 경남 마산 오동동(午東洞) 아구찜 골목을 찾았다.

  • ▲ “못생겼다고요? 맛은 끝내줘요!” 찬 겨울바람에 2개월 동안 말렸다는 아귀‘건고기’. 물에 불려 찜을 하거나 포로 먹는다.
■ 토종 된장으로 맛을 낸 아귀찜

경상도에서는 아귀를 '아구'라고 부른다. 아귀찜은 오래 전 마산 오동동에 장어국을 팔았다는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를 북어처럼 된장과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쪄서 내놓은 데서 시작됐다. 북어찜의 요리법을 아귀에 적용한 것이다. 콩나물이나 미나리 같은 채소를 함께 넣고 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쯤으로 짐작된다.

 

아귀는 병어나 오징어, 새우 등을 그대로 삼키는 잡식 생선이다. "아귀를 잡으면 뱃속 물고기 한 마리를 덤으로 얻게 되는 셈"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다른 생선보다 비타민 A가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 쫀득쫀득한 껍질과 연골엔 콜라겐도 풍부하다. 지방이 함유량도 낮아 칼로리도 적게 나간다. 고등어 한 마리에 174㎉, 갈치 한 마리에 142㎉라면 아귀는 64㎉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수산물성분표=1995년 국립수산진흥원) 찜이나 탕에 함께 넣어 먹는 미나리엔 비타민 B1, C가 풍부하고, 콩나물엔 아스파라긴산이 들어있어 피로와 숙취에도 좋다.

아귀찜은 생아귀찜과 건아귀찜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건아귀찜은 마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잡은 살 붙은 아귀를 얼음물에 씻어 눈바람에 말리면 '건고기'가 되는데, 이를 물에 불려 아귀찜을 한다.

'오동동 아구찜 사거리' 골목 초입에 위치한 '오동동아구할매집'(055-246-3075)은 이 건아귀에 된장을 걸러낸 물을 푼 육수로 간을 해서 깊은 맛을 내기로 유명하다. 흔히 알고 있는 매콤달콤한 아귀찜보다도 이 곳 아귀찜이 구수하고 진한 맛을 내는 이유다.

50년 넘게 아귀찜 장사를 하고 있는 주인 김삼연(62)씨와 며느리 한유선(39)씨는 "우리 집은 직접 담근 전통 토장(토속된장)으로 양념을 한다"며 "매운 고춧가루를 풀고, 미더덕과 콩나물을 범벅해서 쪄서 자극적이지 않고도 얼큰한 맛을 낸다"고 자랑했다. 첫 입에는 '뭐 그다지 다를 것 없지 않나…' 하고 시큰둥해 할 수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혀에 감기는 맛. 며느리 한씨는 "아구를 제대로 먹으려면 절대 예쁜 척을 하면 안 된다"며 "손으로 잡고 뼈 사이에 붙은 연골까지 쏙쏙 빼먹어야 제 맛"이라고 덧붙였다.
'옛날우정아구찜'(055-223-3740), '마산전통아구찜'(055-221-8989)도 아귀찜으로 이름났다. 찜은 대부분 1만5000~3만5000원 사이에 판다. 양은 좀 적은 편이다. 두 사람이 먹으려면 최소한 '중' 크기를, 네 가족이 먹으려면 '특대' 크기를 주문해야 푸짐하다.
  • ▲ 왼쪽부터 된장국물로 맛을 낸 얼큰한‘아귀찜’, 내장 맛이 일품인‘아귀수육’.

■ 마니아들을 위한 맛, 아귀 수육

아귀는 쓸개와 이빨을 빼고는 모두 먹을 수 있는 생선. 그래서 아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맛은 아귀 내장에 있다"고들 한다. 내장 중에서도 '애'라고 불리는 간과 위, 대창 부분이 특히 맛있다.

스스로를 "아귀음식 원조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오동동 진짜 초가집'(055-246-0427)의 주인 박영자(78) 할머니는 "아구 내장을 된장과 생강을 푼 물에 삶아 데친 후, 미나리나 부추와 함께 고추냉이 푼 간장에 먹으면 숨 넘어갈 만큼 맛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 야채는 삶지 않고 따로 살짝 볶아 아삭아삭한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집에서 수육 작은 크기(3만원)를 주문해서 먹어봤다. 아귀 대창은 쫀득하고 담백하고, 노르스름한 간은 입에 넣자마자 녹는 것이 달걀 노른자 같기도 하고 거위간인 푸아그라의 맛 같기도 하다. '마산아구찜'(055-222-8916)도 수육을 맛있게 한다.

■ 색다르게 즐기려면…, 아귀 불갈비·아귀 된장


아귀 불갈비는 오동동 사거리에서도 '오동동아구할매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아귀에 배를 갈아 넣고, 생강과 참기름·고춧가루 등으로 버무려 불판에 구워서 먹는다. 주인 김삼연씨는 "동동주에 먹어야 찰떡 궁합"이라고 했다. 3만~3만5000원.

'구강할매집'(055-246-0492)에선 '아구된장'을 판다. 호박과 느타리버섯, 두부를 넉넉히 넣고 된장을 푼 육수를 두른 후 생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인다. 청양고추를 가미해 은근한 얼큰한 맛이 일품. 이 집 주인은 "아귀 된장을 맛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1인분에 1만원.


▲ 통술거리

통술이라면 마치 큰 통에 담긴 술로 아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 통술은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을 말한다. 시작부터 술상이 비좁을 정도로 한상 가득 오른 푸짐한 각종 해물 위주의 안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970년대 마산시내 오동동과 합성동 골목을 중심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통술집 원조거리다. 현재는 시내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 100여m를 따라 10개 업소가 오동동 통술의 명맥을 잇고 있으며 시내 월남동 신마산 주변 에는 20개 업소가 후발주자로 새로운 통술거리를 조성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7년째 신마산에서 통술집을 운영하는 갈말숙(52)씨는 “싱싱하고 푸짐한 해산물 안주가 끊이지 않는 통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산사람들의 푸짐한 인심만큼 변함이 없어 단골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에서는 오동동 주변과 신마산 주변 통술거리 입구에도 눈길을 끄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쉽게 눈에 띈다. 4인 기준 한상 안주가격은 3만~4만원대. 맥주 3천원, 소주 4천~5천원대인 술값은 따로 받는다. 술판이 끝날 때까지 안주가 쉼없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식사를 할 필요가 없다.


 

 ▲ 복요리거리

1960년대 이전의 마산만은 낙동강물이 흘러드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청정해역을 자랑해 천혜의 복어 서식지였다. 따라서 복어 집하장에서는 참복이 대량으로 싼값에 경매돼 전국 일식집으로 보내졌고 자연스럽게 복요리를 하는 식당이 즐비했다.

실제 다양한 복요리도 마산에서 개발돼 전국 복요리 음식점으로 전파되면서 고급 먹거리로까지 발전했다.
단백질과 비타민 B1,B2 등이 풍부하면서 기름기가 전혀 없어 국물맛이 시원하고 숙취제거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해 주당들이 즐겨 찾는다. 각 복요리점이 저마다 복국 국물을 만드는 재료와 방법이 다르고, 이에 따라 골목 안에는 복국 맛이 같은 집이 하나도 없다.

마산어시장 복요리협의회 강정호 회장은 “복요리 거리가 이렇게 밀집된 곳은 마산이 전국에서 유일하다”며 “예전 이곳이 선창가였던 시절 복요리 거리 앞의 길바닥에는 잡어로 분류되던 아귀와 복어가 늘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어시장 쪽 오동동과 인근 산호동을 중심으로 30개 업소가 좁은 거리 좌우를 따라 밀집해 있으며 해안도로변에 앙증맞은 복어 캐릭터가 접

 

시를 든 복요리거리 입간판이 쉽게 보인다.

복국 6천원, 복매운탕 7천원, 복찌게 7천원, 복튀김 2만원, 복불고기 1인분 1만5천~2만원대, 복회 10만~15만원대다.


어시장을 빼놓고 마산을 논하지 말자

 아구찜으로 후끈하게 속을 채웠다면 마산 어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려 보자.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금방 뱃속에 투하된 아귀의 본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꽤 징그럽고 무서운 입 모양과 질감, 턱과 눈을 가졌지만 “맛있으니 봐준다”.

 

마산 어시장은 5만7천400평 가량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연간 매출이 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래서일까. 마산 어시장에는 거대한 생명력이 함께 느껴진다. 삶의 팍팍함이나 고단함같은 단어들은 진작 한켠에 제쳐두자. 마산 어시장은 바닷속 물고기의 힘찬 몸짓 그것과 닮아 있어 가열찬 기운을 충전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재래시장에서 신선하고 값싼 횟감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좋은 생선을 고르기 위해 또 팔기 위한 마산 아지매들의 진하고 억양깊은 사투리의 하모니는 마산 어시장이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일게 한다. 목적이 무엇건 간에 마산어시장은 그자체로 하나의 장관이다. 마산의 9경중 한곳이니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한국관광공사

 

사투리억양 깊은 마산아지매의 가격흥정 연간 매출 1000억원의 거대한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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