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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양산 하북-1021번지방도-노전암 정족산

by 구석구석 200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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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지난 낙동정맥은 지경고개에서 잠깐 쉰다. 정맥은 정족산(鼎足山·748.1m)에서 다시 힘을 받아 남으로 치달아 천성산 금정산으로 이어진다.

낙동정맥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정족산은 그동안 천성산(922m)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높이가 낮은 데다, 산줄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진 천성산에 비해 산행이 밋밋하다. 그러다 보니 산꾼들도 정족산을 천성산 산행의 경유지 정도로만 대접했다. 하지만 사계절 마르지 않는다는 상리천, 북대골, 대성골의 맑은 물과 정상의 확 트인 조망미는 결코 어느 산 못지 않은 빼어난 매력이 있다. 봄 진달래, 여름 계곡, 가을 단풍 등 어느 하나 손색이 없다.

 

정족산은 양산시 하북면 백록리와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고련리,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경계에 산줄기가 물려 있다. 능선이 세 발 달린 밥솥처럼 뻗어나갔다 해서 솥발산이다. 이 때문에 풍수가들은 정족산을 화산(火山)으로 본다. 암 환자가 정족산을 맨발로 오르면 낫는다는 속설도 여기서 나왔다. 몸속에 똘똘 뭉친 암의 기운이 펄펄 끓는 솥에서 녹는다고 풀이한다.

 

매표소~노전암 사이 약 2㎞ 구간이 겹친다. 대성골과 대성암~정상 구간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산행거리 14㎞, 넉넉잡아 6시간 정도 걸린다. 가족산행을 해도 무리가 없겠다.


정족산은 양산 천성산과 가깝다. 들머리 역시 천성산 매표소까지는 똑같다. 천성산 매표소를 통과해서 천성산은 오른쪽, 정족산 가는 방향은 왼쪽에 있어 여기서 서로 길이 갈라진다. 

 

기둥에 성불암으로 쓰인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노전암 방향으로 간다. 5분 정도 지나 두 번째 이정표가 보인다.

이제 계곡은 오른쪽에 있다. 공룡능선의 그늘이 길을 덮었다. 첨봉이 연속인 능선이다. 날카로운 멧부리가 아득하다.

계곡길을 돌아섰더니 멀리 정족산 허리춤에 툭 하고 불거진 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의 폭은 아까보다 좁아졌지만, 유속은 더 빠른 것 같다.

잠시 뒤 공룡능선과 노전암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를 만났다. 주변에 산행 안내리본이 어지럽게 달려 있다. 바스락거리는 자갈길과 물소리가 어울려 절묘한 리듬을 낸다.

길가 채소밭이 녹음만큼 푸르다. 깻잎 향이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날린다. 애호박이 탐스럽게 열렸다. 돌담을 정성스럽게 쌓은 집 한 채를 지나니 비로소 정족산 등산 안내도가 나타난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낡아서 안내도의 기능은 못하지 싶다.

고찰인 노전암(주지 능인 스님)에 들렀다. 절에서 키우는 개들이 컹컹 짖는다. 노전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세운 89암자의 하나. 요즘엔 비구니 10명이 기거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이다. 경남문화재 제202호다. 대웅전보다 유명한 게 노전암 절밥(본보 2월 10일자 32면 보도)이다. 산나물, 텃밭 채소로 만든 찬과 정성으로 만든 밥이다. 산꾼들과 사찰 방문객에게 '밥맛'이 알려지면서 아예 밥을 먹으려고 절을 찾는 사람이 많은 정도라고. 점심이 이른 시간이라 산행팀은 밥 구경을 하지 못했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일주문을 빠져나왔다. 절 입구에 나무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북대골을 건너는데, 하산할 때 이 골을 내려와 이 다리 앞으로 떨어진다.

나무 데크를 여러 개 지난다. 낮이지만 숲이 울창해 햇볕이 맥을 못 추고 사그라진다. 어둑한 산길을 따라간다. 인적이 드물어 물소리가 오히려 시끄러울 정도다. 길의 굽이를 돌 때마다 갖은 모양의 소와 키 낮은 폭포들이 등장한다. 여기가 참 좋다 싶었는데, 조금 더 가니 "여기가 더 낫네!"라는 탄성이 나온다.

▲ 지방문화재로 등록된 노전암 대웅전.

약 20분간 이런 길이 이어진다. 대성골과 상리천 합수지점에 다리가 놓여 있다. 앞으로 가면 주남고개 안적암 쪽이다. 보통 주남고개를 지나 임도를 타고 정족산에 오른다. 이 길은 뚜렷하지만, 임도를 걷다 보니 산행 재미가 반감된다. 산행팀은 대성골로 오르기로 하고 왼쪽으로 꺾었다. 안내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 노전암에서 상리천을 따라 가는 길에 저런 데크들이 여럿 있다. 이곳부터는 인적이 드물다.

▲ 낮이지만 숲에 가려 계곡이 어둡다. 맑고 깨끗한 물이 계곡에 가득하다.

대성골은 북대골이나 상리천에 비해 사람의 발길이 덜 묻은 곳이다. 해서 묵은 길이 많다. 계곡을 따라 난 외길이라 다행스럽다. 계곡을 이리저리 넘는다. 옛 암자 터와 다랑논 흔적이 여기저기 있다. 길은 조금씩 된비알 기미를 보이다가 대성암에 가까워지면서 숨이 죽는다. 다리에서 대성암까지 30분 정도.

 

▲ 대성암이다. 물을 얻을 수 있다.

대성암 입구에 '불두'를 올려놓은 바위가 여럿 있다. 스님이 머무는 요사채가 아래에 있고, 그 뒤 언덕에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전이 있다. 원통전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외벽을 특이하게 자연석으로 쌓았다. 이 정도 전각을 만들려면 꽤 큰 공을 들였겠다. 잿빛 바윗덩어리 속에서 천수관음의 금빛이 원통전 바깥으로 나온다. 대성암에 기거하는 보살이 요사채와 원통전 사이에 난 대밭 길을 일러준다.

 ▲ 자연석으로 만든 대성안 원통전. 관세음보살을 모신다.

 

비탈은 가파르지 않고 둔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다. 20여 분 정도 휘적휘적 산길과 마주한다. 임도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튼다. 여기서부터 가풀막이다. 5분만 힘을 내면 정상이다. 육산은 어느새 바위 봉우리로 바뀌었다. 바윗덩이가 계통 없이 곧추섰다. 기이한 모양새만큼 설 자리도 좁다. 발조심 하자.

 

▲ 육산이더니 정상은 골산마냥 돌무더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 열릴 때 물난리가 났는데, 정족산 정상만 빼고 모두가 물에 잠겨버렸다고 한다. 그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상은 푸른 빛이다. 사위는 온통 산 물결이다. 북쪽을 보니 영남알프스 준봉들의 산세가 어엿하다. 남쪽으로는 천성산의 야무진 산줄기들이 주름 치고 있다. 동쪽에서는 대운산, 삼각산이 동해 쪽으로 달려간다. 250여 종의 희귀동식물이 사는 고산습지인 무제치늪도 풍경에 한몫한다.
 

 ▲ 정족산에서 바라본 천성산 줄기. 왼쪽으로는 울산 일대의 산들이 보이고 북쪽을 보면 영남알프스의 고산들이 보인다.

하산길은 진달래 군락지 사이로 나 있다. 임도를 따라 15분쯤 가다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길로 진행한다. 전망대와 감시카메라를 스치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5분 정도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두 번째 헬기장에 닿는다. 여기서 송전탑까지 7분 남짓.

 

▲ 노전암 계곡.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임도를 만나는 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을 택해 북대골로 접어든다. 희미하던 물소리가 점점 요란스러워진다. 노전암까지 40분가량 계곡 옆길을 밟는다. 노전암 입구에서 아까 올라왔던 길을 만났다. 노전암에서 2㎞쯤 내려가면 매표소 주차장이 나온다.

 

 

▲ 노전암에서 기점인 매표소 주차장까지 2km남짓. 매표소 주변 계곡에 사람들이 조금씩 몰리고 있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부산일보 전대식 기자

 

'소금강'으로 불리는 내원사 일대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간단한 요깃거리보다는 가족이나 단체를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 많다. '영성식당'(055-374-5800), '산마루식당'(055-374-6475), '천성산 너른터'(055-375-3192), '등마루식당'(055-374-7562)은 닭백숙(3~4인 기준 4만 원), 유황오리(3만5천원), 메기 매운탕(소2만원)을 전문으로 한다. '정은식당'(055-375-9955)의 손칼국수와 수제비(5천원)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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