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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김제 702번지방도로-심포항 망해사

by 구석구석 2007.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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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항에서 보는 진봉산, 능선에 동그라미부분이 망해사위치/안병기

 

망해사.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라는 뜻이다. 망해사의 종루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 위에 서서 서해를 바라보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세상을 가슴에 안았다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담았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한평생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을 하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망해사로 들어가는 길가엔 수령 2,30년가량 돼 보이는 소나무가 적당한 간격으로 들어차 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소나무치고는 꽤 풍치가 의젓하다. 얼마 걷지 않아 바다를 안은 천 년 고찰 망해사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망해사는 망경에서 서해바다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절 마당 바로 아래에는 바닷물이 그대로 들어올 정도다. 절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다. 요사채가 있고 산신당이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문화자료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 절의 규모만을 볼 때에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절이다.

망해사전경/안병기

 

세상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절 마당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세상이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확 트인 시야가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아주 편안하다. 망해사의 풍광에 마음이 포근해지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였던가.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망해사 부도밭과 종루 / 정기상

 

절에 들어서는데,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부도다. 부도란 고승들을 모셔둔 탑파다. 그것은 절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고 부도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한둘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초라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치열하게 살다 가신 삶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다. 바라볼 때 겉모습이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함을 실감하게 된다. 

 

부도 전을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너른 서해바다가 안으로 들어오니,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바다는 마음을 닮아있다. 바다의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처럼 마음 또한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마음 또한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 입구에 자리잡은 요사채 청조헌. 청조헌이란 '파도 소리를 듣는 집'이란 뜻/안병기

 
망해사는 백제 의자왕 2년(642)에 부설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불가에는 전설적인 세 거사가 이름이 전해진다. "중생이 앓고 있으므로 나도 앓는다"라는 대승 선언으로 잘 알려진 유마힐 거사, 전 재산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대바구니를 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당대의 내로라 하는 선사들을 통쾌하게 꺾어버린 선의 방온 방거사, 결혼해서 아들과 딸까지 두었지만 그 가족과 더불어 도통했다는 부설 거사가 바로 그들이다.
 
 
망해사 낙서전
 
이 조촐한 절집에서 가장 고풍스런 전각은 서해바다를 즐긴다는 의미를 지닌 낙서전이다. 이 낙서전은 진묵대사가 지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팔작지붕을 한 ㄱ자형 평면을 지닌 건물이다. 건물 오른쪽에는 방과 부엌이 딸려 있어 법당 겸 요사로 사용하던 건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986년에 해체 복원하였다고 하는데 다행히 고풍스러운 맛을 잃지 않았다.
 
낙서전 앞에는 두 그루의 팽나무가 버티고 있다. 조선 선조 때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창건한 것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고 하니, 수령 400년 이상이 된 늙은 나무이다. 큰 나무는 할배나무, 조금 작은 나무는 할매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다.
 
낙서전 쪽에서 바라본 범종각. 왼쪽의 나무는 낙서전 앞을 지키는 전북도 기념물 제114호 팽나무이다.
 
낙서전 뒤쪽으론 시누대숲이 우거져 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스르륵스르륵 몸을 뒤챈다. 해거름에 낙서전 마루에 서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제행무상이 절로 느껴지리라.
 
마당가에는 범종각이 홀로 걸터 앉아있다. 1989년에 건물을 지어 낙서전 마루에 걸려 있던 범종을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범종에는 상원사 동종의 것을 빼다 박은 듯한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언젠가 해거름에 이곳에 다시 와서 바람을 타고 바다로 밀려가는 종소리를 들으리라.
자료 - 오마이뉴스 정기상/안병기
 
심포항
심포항은 만경강 물줄기가 느릿느릿 흘러와서 서해바다와 만나는 곳에 있다. 진봉반도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작은 포구다. 망해사에서 진봉산을 가로질러 가면 심포항이다.  
 
진봉산에서 바라보는 심포항
해안을 타고 이어진 길을 따라가자 몇 집 안 되는 횟집들이 나그네를 맞는다.  더할 나위 없이 소박한 어촌 풍경이다. 아주머니들 몇이서 좌판을 벌여놓고 키조개, 소라, 피조개, 생합, 개조개, 가리비, 동죽, 새꼬막 등을 팔고 있다.
 
 심포항 풍경

▲ 심포항에서 망둥어낚시를 하고 있는 가족.

 

심포항은 한때 ‘황금포구’였다. 부안의 계화도와 함께 질 좋은 백합조개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고,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면서 바닷물이 얕아 물고기 산란장소였기 때문에 뱀장어를 비롯해 각종 물고기들이 넉넉하게 잡혔다. 또 바다 밖 석산에서는 돌을 캐다 팔아 돈을 벌 수 있어 부자가 많았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돈머리’로도 불린다.

 

방파제를 따라 들어선 횟집촌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항구가 나온다. 각종 조개류를 파는 가게가 두엇 자리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생합이라 부르는 백합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한쪽엔 백합 구이를 맛 볼 수 있는 식당도 여럿 있다.

 

밀물 때면 파돗소리를 들으며, 썰물 때면 갯벌을 바라보며 각종 조개를 구워먹는 맛이 제법이다. 또 심포항에서는 망둥어낚시도 즐길 수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부두에 서서 낚싯대 드리우면 어린이도 어렵지 않게 마릿수를 제법 낚을 수 있다. 미끼는 갯지렁이다.

 

심포는 썰물때면 갯벌이 10km의 길이로 드러나는 포구인데, "돈머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바다에서 백합을 캐고 물고기를 잡아서 돈이 나오고, 인근 석산에서 돌을 캐다 팔아 돈을 벌 수 있어, 부자가 많은 동네였다는 뜻이다.

 

심포항구에 늘어선 횟집들은 야간, 주말에 많은 관광객을 맞고 있으며, 여관도 예약없이는 주말에는 이용이 힘들 정도다. 간만의 차가 심한 이곳은 백합조개의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백합은 바다에서 나는 최고의 고단백질 식품으로 5월경 심포에 가면 제철을 만난 자연산 백합을 맛볼 수 있는데, 큰 것보다는 약간 작은 것이 맛이 있다. 또한 개펄에서는 백합 이외에도 생합, 죽합 등 바다생물을 잡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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