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40년 전 첫 실전 배치…야전 방공망 ‘건재한 현역’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첫 사용
꾸준한 성능 개량…우크라전서도 활약
저고도 침투 헬기부터 순항미사일까지
러시아군 근접항공지원 원천 봉쇄
최근 실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 재평가되는 무기가 있다. 바로 휴대용지대공미사일(Man-Portable Air Defence System·MANPADS)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FIM-92 스팅어(Stinger)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세계가 긴급 지원한 수백 발의 스팅어는 우크라이나군 야전방공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저고도로 침투하는 러시아군 공격기와 헬기는 물론 무인 항공기부터 순항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거의 모든 비행체를 성공적으로 요격하고 있는 것. 스팅어와 동급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의 활약 덕분에 러시아군은 개전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근접항공지원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검증된 성능과 지속적인 개량
놀라운 사실은 우크라이나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팅어가 지난 1978년 미 육군에 처음 배치됐고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 육군 특수부대(SAS)에 의해 실전에서 처음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개량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최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현대 전장에서 40여 년 전 실전 배치된 무기가 여전히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스팅어의 기원은 미국 컨베이어(Convair)사가 적외선 유도장치를 탄두에 장착하며 경량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19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참고로 FIM-92 스팅어는 미 육군이 1968년부터 실전 배치한 FIM-43 레드아이(Redeye) 1세대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의 개량형이며 미 육군이 새로운 형태의 대공 무기에 대한 소요를 제기한 것은 1948년이었다.
FIM-43 레드아이의 개발 및 실전 배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하며 자연스럽게 쌓은 경험이 스팅어가 현대 전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이미 1967년 초반부터 레드아이II라는 명칭으로 기존 FIM-43 레드아이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성능 개량 연구가 진행됐다.
실전 배치 후에도 꾸준히 진행되는 성능 개량 역시 스팅어의 강점 중 하나다. 가장 먼저 실전 배치된 FIM-92A의 경우 적외선(IR)만으로 표적을 추적했지만 이후 등장한 FIM-92B는 POST(Passive Optical Seeker Technique)라 불리는 수동형 광학추적기 기술이 적용됐다.
1987년 등장한 FIM-92C의 경우 RMP(Reprogrammable Microprocessor)로 불리는 재프로그래밍 가능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이 적용돼 표적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자외선(UV)과 적외선을 동시에 포착해 명중률을 높였다. 1995년에는 소형 무인항공기(UAV) 요격이 가능하도록 개량된 FIM-92E RMP 블록 I이 등장했고 2001년에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 FIM-92F가 등장했다.
이후에도 FIM-92D를 업그레이드한 FIM-92G와 FIM-92H가 실전 배치됐으며 소형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기존의 히트 투 킬(Hit to Kill) 신관 대신 근접 신관을 채택한 성능 개량형 FIM-92J와 데이터링크 기능을 추가한 FIM-92K도 있다.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의 재발견
지금까지 휴대용지대공미사일에 대한 평가는 지상군 작전에 꼭 필요하다는 긍정적 관점과 다른 무기 체계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부정적 관점이 서로 팽팽히 맞섰다.
우수한 기계적 신뢰성과 효용 가치에도 불구하고 한 발당 평균 1억 원에서 최대 4억 원이 넘는 높은 가격과 휴대용지대공미사일 자체를 무력화하는 교란 및 능동방어체계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비싼 가격에 비해 사정거리가 짧고 사수의 숙련도에 따라 명중률이 크게 차이 나는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을 굳이 보병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활약은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다.
한편 최근 20여 년 동안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대부분의 전쟁에서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이 활약할 기회가 거의 없었을 뿐 실제로는 270여 대의 항공기를 격추할 정도로 효용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제공권을 먼저 장악하고 적의 방공망과 지대공 무기부터 제거하는 미군 원정작전의 특성 때문에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
반면 제공권 장악이 불가능한 미국의 동맹국 혹은 제3세계 분쟁에서 스팅어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대활약의 비결은 검증된 기본기
일례로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인 무자헤딘(Mujahideen)에 +스팅어를 비밀리에 제공한 사례가 있다. 당시 공군력이 전혀 없던 무자헤딘은 스팅어를 사용해 구소련군을 상대로 명중률 79%, 격추율 33%라는 놀라운 전과를 거뒀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최고 속도 마하 2.2의 스팅어로 아음속 순항미사일은 물론 종말 속도가 마하 5.3인 러시아군 OTR-21 지대지 탄도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스팅어 외에도 서방세계가 지원한, 다종다양한 휴대용지대공미사일들은 러시아 공군의 근접항공지원을 원천 봉쇄해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거미줄처럼 연결된 정보통신망을 바탕으로 한번 포착되면 절대 탈출할 수 없는 화망(火網)을 구성하고 다양한 대공화기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방공전술은 스팅어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일단 배터리를 작동하면 45초 이내에 조준-발사해야 하는 스팅어의 최대 단점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극복한 것이다.
FIM-92 스팅어, 시대 변화가 만든 영웅?
지금까지 휴대용지대공미사일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적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보다 보병도 공격헬기 혹은 전투기를 공격할 능력을 갖춰 적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성격이 더 강했다. 실제로 휴대용지대공미사일 유무는 근접항공지원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 공군력에 대항할 수단으로 저고도 방공무기 체계를 증강해온 북한군이 러시아, 중국에서 수입한 휴대용지대공미사일 외에 자국산 화승총을 만 단위 수량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팅어의 놀라운 활약에 감탄하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팅어의 활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단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스팅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더해 대체 가능한 다른 무기체계가 있음에도 미 육군이 스팅어를 계속 보유하고 저고도 방공망을 구성하는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스팅어를 차량화한 M-1097 어벤저(Avenger), M6 라인배커(Linebacker) 같은 지상 대공방어 차량도 존재하며 공격헬기나 무인항공기에서 운용하기 위한 공대공 전투 목적의 AIM-92 ATAS(Air To Air Stinger)도 있다. 현재 미 육군은 스팅어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의 휴대용지대공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무기체계의 성능을 보완하거나 최첨단 무기를 개발 및 확보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보장하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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