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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통영 욕지도

by 구석구석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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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통영(경남)] 알려고 들수록 매력이 넘치는 섬이 있다. 이름마저 독특한 경남 통영의 욕지도(慾知島)다. 태평양을 향한 먼 섬의 풍광은 기본이다. 섬사람들의 얘기는 정겹고 애틋하다. 천재화가 이중섭이 사랑했다는 섬이다. 일제강점의 잔재를 들춰보는 골목이 있다. 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멋도 있다. 알면 알수록 욕지도에 빠져든다.

대기봉을 오르는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욕지도 풍광.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욕지도를 자전거로 찾았다. 156개의 뭇섬을 거느린 욕지도는 연화열도의 맏형 격이다. 제법 규모가 큰 섬이다. 일주도로(욕지일주로)가 잘 정비돼 있어 자전거 타기에 좋다. 약 25km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졌다. 날을 잘 잡은 탓(?)에 땀깨나 쏟았다.

이중섭, 근대어촌발상지, 할매바리스타가 있는 좌부랑개 마을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욕지항에서 내린 뒤 반시계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정해진 것은 없다. 단지 바다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싶어서다. 욕지항-좌부랑개(자부마을, 할매바리스타)-흰작살해변-청사전망대-대송솔구지전망대-도동마을(해변)-덕동마을(해변)-유동노을전망대-유동마을(해변)-삼여전망대-혼곡마을(모노레일)-욕지항으로 잡았다.

양식장

일주로는 온통 전망대다. 전망대마다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맛이 서로 다르다. 여유가 있다면 3개의 출렁다리를 잇댄 비렁길을 둘러보자. 혼곡마을에서 시작해 되돌아 나오는 길이다. 출렁다리 중 펠리컨바위 쪽을 가장 많이 찾는다. 

통영 욕지도의 근대어촌발상지 좌부랑개 거리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파시가 섰을 정도로 좌부랑개와 선창은 밤낮으로 들썩였다. 이곳의 번화가는 안방술집거리다. 명월관을 비롯해 40여곳의 술집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본에서 데려온 게이샤(일본식 접대부)를 둔 술집도 성행했다.    

안방술집거리에는 이 같은 술집을 비롯해 여관, 목욕탕, 이발소, 당구장, 간독, 다방, 어업조합이 들어섰다. 조금 더 위쪽의 골목에는 주재소(파출소), 우편국, 소학교(욕지고등심상소학교) 등의 기관이 자리했다. 일부는 희미하게나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정겨운 할매바리스타와 고구마라떼 한잔

바싹하게 잘 구워낸 누룽지처럼 고소하다. 빛깔 고운 게 맛도 끝내 준다. 할매(할머니)가 내어줬으니 정이 듬뿍 담겼다. 고소하다는 표현보다는 구수하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할매바리스타의 고구마라떼 얘기다. 

이정순 할매바리스타 이사장(왼쪽)과 김삼임 할머니. 현관 왼쪽 벽면의 벽화의 주인공은 이 이사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욕지도 여행의 초반에 배를 가볍게 채웠다. 할매바리스타의 고구마라떼나 빼떼기(고구마 말랭이)죽이면 든든하다. 할매바리스타에선 커피도 좋다. 다만 특산품 고구마를 활용한 메뉴를 추천한다. 알고 보면 빈속을 채우는 데는 고구마만한 것도 없다. 

할매바리스타 내부. 고구마라떼나 빼떼기죽 등 욕지도 특산품인 고구마를 이용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운 좋다면 이정순 할매바리스타 이사장(72)을 만날 수 있다. 현관 왼쪽 벽화 주인공이다. 누가 그렸을까. 마스크 너머의 눈매가 똑 닮았다. 그래서 단박에 알아차렸다. 현재 일곱 분의 할머니가 할매바리스타에서 커피를 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두 분씩 교대로 나오신다. 그들의 얘기에 시간 간줄 몰랐다. 

할매바리스타 맞은 편은 선창이다. 선창 앞에는 할매바리스타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할매바리스타의 공식 명칭은 욕지도 할매바리스타 생활협동조합이다. 마을기업으로서 커피를 처음 내린 건 2014년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할매바리스타를 조명했다. 섬에는 커피전문점이 드문데다 동네 할머니들이 커피를 내린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할매바리스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중섭동상

2019년에는 큰 상을 받았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증대 공로로 2019년 7월 행정안전부 우수마을기업이 됐다. 앞서 이 이사장은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도시관광진흥기구(TPO)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 이사장에겐 숙제와 꿈이 있다.

마을기업 지원은 통상 10년 동안 이뤄진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자립 기반을 단단히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할매바리스타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할매바리스타 인근의 좌부랑개 거리. 근대문화유산거리쯤 된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욕지바다 바라보는 이중섭… 좌부랑개 골목투어

할매바리스타 선창에는 그늘막을 드리운 쉼터가 여럿이다. 욕지바다와 모밀잣밤나무숲(천연기념물)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하다. 양쪽으론 욕지도 명물인 고등어회 등을 내놓는 포차가 즐비하다. 모밀잣밤나무숲 언덕에는 ‘욕지도풍경’을 그린 이중섭이 앉아 있다. 붓과 팔레트를 든 채 욕지바다를 응시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안방술집을 묘사한 좌부랑개 거리 벽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이중섭은 1952년부터 약 2년 동안 통영에 머물렀다. 통영 예술계는 이 기간이 이중섭의 르네상스 시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흰소’ ‘황소’ 등 주요 역작이 통영에서 그려졌다는 점이다. 지역 예술계가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회자된 그의 작품을 통영으로 되돌려달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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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중섭은 1953년 욕지도에서 2박3일 머무르면서 ‘욕지도풍경’을 그렸다. ‘황소’를 스캐치한 곳도 욕지도라고 하나 확인되지 않았다.

고등어 손질을 하는 욕지도 여인들을 그린 벽화.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할매바리스타 뒤로는 일제강점기 잔재를 엿볼 수 있다. 일제는 1910년대부터 욕지도를 수탈했다. 고등어와 같은 수산물이 많이 나서다. 좌부랑개는 천혜의 포구다. ‘근대어촌발상지 좌부랑개 거리’가 있는 까닭이다. 자부마을 지명이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에 뒷맛이 씁쓸하다.

좌부랑개 거리 안내도.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당시 어부나 상인으로 욕지도에 머문 일본인만 2000명을 넘나들었다. 작은 마을은 밤낮으로 화려했다. 여자를 둔 술집이 40여곳이나 성행했다. 일본에서 데려온 게이샤(기생)를 둔 곳도 있었다. 안방술집거리엔 명월관을 비롯해 여관, 이발소, 당구장, 간독(고등어 염장하는 곳)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위쪽 골목에는 주재소(파출소), 우편국, 욕지고등심상소학교가 있다. 

대기봉을 향해 오르는 통영욕지섬 모노레일. 모노레일 뒤로 여객선이 욕지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아찔한 멋, 욕지도 모노레일에 ‘심쿵’

욕지도는 짜릿한 손맛으로 유명하다. 삼여를 비롯한 섬 곳곳은 던지면 무는 낚시 포인트로 소문나 있다. 욕지도에는 짜릿한 맛이 또 있다. 심장이 쫄깃쫄깃 쪼그라드는 맛은 모노레일(통영욕지섬 모노레일)에 있다. 모노레일에 오르면 심장이 두 번 멎는 듯하다. 천왕산 대기봉(355m) 급사면을 곡예하듯 오르고 내리기 때문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압도하는 한려수도의 풍광이 넋을 놓게 해서다.

모노레일을 오르내리는 차량.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2019년 12월 개통한 욕지도 모노레일은 욕지도 여행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다소 정적인 섬여행에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 기회를 제공한 까닭이다. 모노레일은 혼곡마을 인근에서 시작해 천왕산 대기봉(355m)까지 이어진다. 

하부역사 승강장에서 출발한 모노레일은 시작부터 급경사를 오른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모노레일은 혼곡마을 인근에서 시작해 천왕산 대기봉(355m)까지 이어진다. 왕복 2.1km 궤도(편도 16분)에서 한려수도의 진면목을 마주하자. 욕지도를 경계로 바다 빛깔이 조화롭다. 내해에 해당하는 안쪽은 옥빛을, 바깥쪽 외해는 수심이 깊어 진한 감청색을 띤다. 맞은 편 연화도와 우도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태평양 바깥바람을 막아주는 욕지도 덕분이다. 

펠리컨바위 쪽의 출렁다리. 사진 / 박정웅 기자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욕지도로 눈을 돌리면 소나무와 암반 사이로 욕지항과 모밀잣밤나무숲 등이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옥동, 망대봉, 일출봉으로 바다를 향해 물결쳐 뻗어나가는 천왕산 자락이 이어진다.  해식절벽에 달라붙은 비렁길이며 출렁다리가 푸른 바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대기봉전망대

[여행스케치=통영(경남)] 욕지도 여행은 일주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약 21km의 욕지일주로 곳곳에는 한려수도를 담는 전망대가 많다.

도동전망대

욕지도 여행은 보통 욕지항에서 내린 뒤 반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바퀴 여행한다. 도동전망대, 유동노을전망대, 삼여전망대, 새천년기념공원이 이어진다. 뷰포인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전망대를 찾는 것도 욕지도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도동전망대의 경우 천황산(470m)이 우뚝 솟은 두미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멀리 사랑도나 하도, 남해군의 본섬까지 볼 수 있다. 몽돌이 깔린 유동해수욕장(비지정 해수욕장)과 가까운 곳에는 유동노을전망대가 있다. 이름처럼 남해의 멋진 석양을 담아보자. 

삼여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 촛대바위가 욕지도의 비경인 삼여이며 바로 오른쪽은 상여도, 맨끝은 삼례도이다.

삼여는 해식절벽에 바짝 붙은 촛대바위 3개를 가리킨다. 이런 욕지도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삼여전망대다. 새천년기념공원은 매년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일출명소다. 맞은편으로 옥동, 망대봉, 일출봉 사이로 펼쳐진 비렁길과 출렁다리가 한눈에 잡힌다.

새천년기념공원

욕지도 여행팁

욕지도는 통영에서 뱃길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욕지도행 배는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삼덕항, 중화항 3곳에 있다. 운항시간은 항구와 선사별로 차이가 있다. 직항과 경유하는 차이가 있으니 항구와 선사별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선사별 적재량이 있어 사전 예약이 필수다. 차량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일주버스(대중교통), 투어버스, 택시, 사륜바이크(대여)를 이용하면 된다. 

출처 : 여행스케치 2021.7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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