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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합천 적중-초계분지 운석충돌구

by 구석구석 202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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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수만배 위력” 별똥별 떨어진 그곳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 걸쳐 있는 '적중-초계 분지'. 5만 년 전 한반도에 운석이 떨어져 생긴 '운석충돌구'이다. 사진 합천군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는 두 지역에 걸쳐 지름 7㎞의 분지가 있다. 산지에 둘러싸인 중심부가 넓게 움푹 파인 지형이다. 높이 591m 대암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그릇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다. 바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Impact Crater) ‘적중·초계분지’다. 합천 운석충돌구라고 부른다. 이는 현재까지 공식 조사로 국내에서 확인된 유일한 운석충돌구다. 아시아에선 중국 슈엔에 운석충돌구가 있다.

27일 합천군에 따르면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연구 결과 합천 운석충돌구는 약 5만 년 전, 지름 200m 크기 별똥별이 강타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수만 배” 달하는 1400메가톤 운석 충돌 에너지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충격파로 뜯기고 밀려 나간 바위들은 구덩이 가장자리를 둘러싼 높은 산지가 됐다. 연구원이 분지 곳곳을 시추(試錐)한 결과, 100m가 넘는 지하에서 운석 충돌로 생기는 원뿔형 암석 구조가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확실한 운석 충돌 증거물인 ‘충격원뿔암’이었다.

경남 합천군 적중-초계분지에서 발견된 '충격원뿔암'. 전 세계적으로 운석 충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물이다. 사진 합천군

또한 운석 충돌 당시 강한 충격과 고열은 기존 암석을 녹이고 주변으로 날아가게 만드는데 이때 녹았다가 식으면서 굳어진 ‘충격용융탄’도 초계·적중면 일원에서 쉽게 발견됐다. 이런 합천 운석충돌구 연구 결과는 지질학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에도 실렸다.

우주 환경과 닮은 운석충돌구…해외서 ‘우주인 훈련소’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항공청’이 오는 5월 경남 사천에 들어서게 되면서 합천 운석충돌구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달 표면의 크레이터처럼 운석충돌구는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단 점에서 ‘우주강국 도약’에 이바지할 중요한 자원이란 해석이 나와서다.

최근 경남연구원 김진형 연구위원·이은영 전문위원은 ‘합천운석충돌구 관광개발의 국책사업화 필요성과 전략사업 제안’이란 정책브리프에서 합천 운석충돌구에 우주인 훈련센터(가칭) 유치를 제안했다. 합천군도 이를 중장기 과제로 세우고 있다. 약 426억원 예산을 투입해 5000㎡ 규모 국립우주과학관과 우주인 훈련센터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운석충돌구 '미티오 크레이터'. 사진 미티오 크레이터 홈페이지 캡처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미국의 닐 암스트롱도 달에 가기 전, 운석충돌구에서 훈련했다. 미국 애리조나 ‘미티오 크레이터(Meteor Crater)’다. 약 5만 년 전, 북애리조나 사막에 형성된 지름 약 1.2㎞ 규모로, 전 세계 운석충돌구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다. 현재도 나사가 우주인 훈련이나 우주복 성능 실험을 실시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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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리스 크레이터도 마찬가지다. 1450만년 전 독일 서부의 소도시 뇌르퇼링겐 등 5개 구역에 1749㎢ 면적에 걸쳐 형성된 운석충돌구다. 1970년 아폴로 14호의 17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나사 우주인들과 독일 지질학자들이 협업, 운석충돌구 내 다양한 형태의 바위·돌·지형을 활용한 달 표면 적응 훈련을 실시했던 곳이다. 이후 2011년 던 미션, 2018년 오시리스 과학카메라팀의 유럽 우주국 혜성탐사 미션 수행을 위한 훈련도 여기서 진행됐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운석충돌구 '미티오 크레이터'에서 우주인이 훈련하고 있다. 왼쪽은 1967년, 오른쪽은 최근 훈련 중인 모습. 사진 미티오 크레이터 홈페이지 캡처

정부도 달 착륙 등 향후 우주 탐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1일 우주항공청 설립 위한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2032년 달 착륙,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탐사 목표 달성”을 밝힌 바 있다. 김진형 연구위원은 “합천 운석충돌구는 우주 연구에 소중한 자산"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관광 효과도 커…미국에선 한 해 25만명 찾기도


운석충돌구는 관광 자원으로도 조명받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미티오 크레이터는 연간 25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는 ‘4D 영상관’, 우주 과학 관련 콘텐트를 전시한 박물관 ‘디스커버리센터&스페이스 뮤지엄’, 나사 우주인이 실제 훈련할 때 썼던 우주선 조형물로 전시한 ‘아폴로11 스페이스 캡슐’ 등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성인 기준 1인당 27달러(약 3만5000원) 입장료를 받아 매년 550만 달러(약 73억원) 수익을 낸다. 16만250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등 2022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독일 리스 크레이터 역시 관광지로 유명하다.

합천군은 운석충돌구를 세계적인 지오사이트(Geosite·지질학적으로 유의미한 특이장소) 관광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지질테마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10개월 관련 용역을 실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운석충돌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대암산 일원에 임도와 주차장을 설치하고 관광안내소 조성은 마쳤다. 운석충돌구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산을 종주할 수 있는 탐방로(33㎞)도 정비 중이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 걸쳐 있는 '적중-초계 분지'. 5만 년 전 한반도에 운석이 떨어져 생긴 '운석충돌구'가 내려다 보이는 대암산에서  한 시민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다. 사진 합천군

‘지오사이트’ 관광명소화…세계지질공원 조성 추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합천 운석충돌구 거점센터 건립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전시, 영상체험, 관광정보 제공, 카페테리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다. 또한 국가지질공원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그 이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국가지질공원 13곳 중 4곳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 출처 중앙일보 2024 합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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