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물건리 독일마을 맥주축제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154-1 / 남해 독일마을 /  055-867-8897 남해독일마을.com 

매년 독일맥주축제 열리는 맥주마니아들의 성지

파독 광부·간호사들 독일서 직접 건축자재 공수해 전통 독일식 집 60여채 지어

정원이 예쁜 펜션·바다가 보이는 카페...‘예쁜 감성 뿜뿜 주의보’

키다리 병정의 퍼레이드. 후각을 자극하는 소시지 굽는 냄새. 독일식 족발과 슈바인학센. 그리고 왁자지껄한 여행자들의 수다까지. 유럽의 마을로 점프한 듯, 알록달록한 동화속 세상 남해 독일마을로 들어서니 여행자들 가슴은 온통 예쁜 감성으로 물든다.

첫날 남해살사, 위니밴드의 공연으로 문을 연 축제는 이병주 밴드의 공연에 이어 오후 6시 키다리독일병정과 마술사 해피준이 참여한 퍼레이드로 절정에 올랐다. 흥겨운 색소폰 연주와 비눗방울 퍼포먼스까지 어우러지면 축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고 디크로스의 낭만콘서트에 이어 시계탑 광장에서 진행된 옥토버나이트에선 참가자들이 소시자와 맥주를 즐기며 오랜만에 코로나19에 해방된 자유를 만끽했다.

이틀째는 남해합창단, 어쿠스틱브라더스, 신유식 퓨전색소폰, 한국파독협회 합창, 뉴텟, 벨라J 낭만콘서트가 열렸고 마지막날에는 창작 칵테일 전국대회와 남해시니어모델 패션쇼, 릴리킴 밴드의 공연이 펼쳐져 맥주축제를 뜨겁게 달궜다.

2010년에 시작한 독일맥주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축제중 하나로 행사기간에 매년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독일의 3대 맥주축제를 표방했는데 독일의 마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풍경 덕분에 실제 옥토버페스트에 온듯 착각에 빠진다. 우선 정통 독일식 소시지는 한입만 먹어도 눈에 휘둥그레질 정도로 식욕을 자극한다. 독일전통의상을 입고 가면 종합안내소에서 맥주와 잘 어울리는 독일 전통과자 프레첼을 선물하니 내년 독일맥주축제때는 꼭 독일 의상 입기에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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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을 가져가면 맥주 400cc를 무료로 제공하니 독일마을맥주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맥주잔도 꼭 챙겨 가도록.

맥주와 소시지뿐 아니라 다양한 남해의 먹거리들이 소개돼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TV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 소개된 남해 빵지순례 1호, 르뱅스타독일빵집이 크리스마스때 먹는 빵으로 유명한 슈톨렌을 비롯해, 천연발효 유기농 호밀빵과 브로첸, 프레즐 등을 선보여 발길을 멈추게 했다.

매장은 삼동면 물건리 물건방조어부림 주차장 인근에 있는데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빵지순례에 나서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남해 해모아목장과 하늘찬치즈는 구워먹는 치즈와 수제 요거트를 선보였다. 오시다비어도 인기 부스. 2021년 유자맥주 제조방법 특허를 낸 오시다비어는 싱그러운 유자향이 가득한 유자위트에일 맥주를 내놔 독일맥주들 사이에서 한국 수제맥주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 맥주는 2019년 경상남도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맥주 판매점

고흥 못지않게 남해 유자도 유명한데 다랭이팜의 갈아만든 유자청도 인기를 끌었다. 남해를 상징하는 굿즈 ‘나메기’ 판매 스토어도 차려졌다. 연두색 옷에 핑크 리본을 단 나메기는 앙증맞기 짝이 없다. 나메기가 그려진 스테인리스 접이상도 인기.맥주축체는 끝났지만 독일마을 축제는 일년내내 이어진다. 소시지와 학센, 정통독일맥주는 언제든지 즐길 수 있어서다. 더구나 행사기간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해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였는데 남해는 겨울이 아주 천천히 오니 가을 여행하기엔 최고의 여행지다.

◆파독 광부·간호사의 보금자리 독일마을

1963∼1976년 광부 7936명, 간호사 1만1000여명이 서독행 비행기를 탔고 그들이 고국에 송금한 금액은 1억7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영자(김윤진 분)가 바로 그들이다.

국가가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독일에 파견돼 조국의 경제 발전에 큰 힘을 보탠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남해군이 30억원을 들여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일대 9만9174m² 부지에 70여동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마련했는데 바로 남해 독일마을이다. 2001년부터 마을 조성이 시작됐다. 교포들은 직접 독일에서 건축 재료를 공수해 전통 독일식 주택을 하나씩 세워 지금의 아름다운 마을이 탄생했다.

독일마을 입구에서 매년 독일맥주축제가 열리는 메인광장 도이처플라츠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다양한 카페와 기념품샵이 즐비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죽기전에 꼭 마셔야할 맥주, 아잉거 선물세트가 가장 인기있고 키다리 독일 병정 인형이 입구를 지키는 ‘저먼 하우스 아트숍’에선 키다리 인형과 남해 공방에서 직접 만든 핸드백과 지갑 등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선 연인들이 알콩달콩 사랑의 언어를 커피에서 타서 마신다. 맨 꼭대기 도이처플라츠에 오르면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남해파독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시계탑 광장 안쪽의 전망대에 오르자 동화속 세상이 펼쳐진다. 유럽 마을에 온듯, 물건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를 따라 이국적인 붉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바다까지 이어지며 아주 예쁜 수채화를 만든다. 독일마을에는 현재 60여채가 조성됐는데 대부분 펜션을 운영하기에 여유롭게 마을에 머물면서 주변 여행을 하기 좋다.

/ 세계일보 2022 남해=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